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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혁의 리얼월드 Oct 11. 2016

당신은 나의 배움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오늘은 여성의 날, 그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열네살짜리 소녀의  외침.

열네살짜리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인 스와트 계곡의 밍고라(Mingora)는 서울시의 9배나 되는 넓은 지역에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비교적 큰 도시였다. 그러나 그녀가 사는 지역을 탈레반 군이 점령해 버렸다. 탈레반에게 있어 여성은 남성에게 오로지 복종하며 봉사하고 집안의 노동과 종족 보존의 책임을 가진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철저히 금지되었고 때문에 직장을 가진 여성들은 강제해직되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온몸을 가리는 검은 옷 부르카 착용을 해야 하고 남자를 대동하지 않으면 집밖을 출입할 수도 없도록 강제했다. 이런 상태에서 여성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발상 자체만으로 지탄의 대상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게다가 탈레반은 그 지역의 100개가 넘는 학교를 폐쇄했고 5개 학교는 아예 폭탄으로 파괴해 버렸으며 여성들을 강제퇴학시켰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흐리멍텅하게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TV와 라디오는 물론 음악 시청 자체도 금지할 정도였다. 이런 탈레반 앞에서 인권을 부르짖다가는 곧바로 처형의 대상이었기에 아무도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가 학교 교장이었던 탓에 말랄라는 말랄라는 탈레반의 이런 탄압에 심한 분노를 느꼈지만 어린 나이의, 특히 여자인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무력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1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페샤와르(Peshawar)라는 탈레반 비점령 지역의 한 언론회의에 참석했고 용기를 내어 마음 속의 분노를 표현했다. 탈레반이 두려웠지만 그보다는 배우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당신은 나의 배움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말랄라의 분노는 해당 지역 언론 주요 기사로 실렸고 탈레반의 여성탄압은 물론 심각한 인권침해를 집중 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인근 지역의 BBC 우르드(Urdu) 지사는 얼마 후 그녀의 아버지에게 탈레반 점령 지역에서의 여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교육을 받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고 제안을 한다. 특히 이들이 쓴 일기나 글이 있으면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신분이 노출되어 학생은 물론 가족까지 탈레반에 의해 처형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딸 말랄라의 일기를 보냈고, 그녀의 글을 통해 탈레반 지역에서의 생생한 내전 현장이 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린 말랄라의 공부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해서 공감했고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말랄라의 생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결되며 에너지를 키우자 탈레반의 심기는 대단히 불편해졌다. 결국 그들은 100개가 넘는 학교를 무자비하게 파괴해 버렸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위협하는 탈레반을 보며 부모들은 자신의 딸들이 다칠까봐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이 행동은 오히려 말랄라 자신은 물론 그녀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동기를 만들어주는 효과만 낳았다. 그녀는 BBC기자에게 자신의 일기를 계속해서 보냈고 탈레반의 만행을 생생하게 전하는 것은 물론 더욱 강도높게 모든 소녀들에게 공부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세계인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감동했고 폭압속의 한줄기 빛과도 같은 인물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했고 이내 인물의 실체가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말랄라의 아버지가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지만 탈레반은 세계가 자신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함부로 그녀의 가족을 헤칠수가 없었다. 대신 여성의 교육은 이슬람 율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코란의 이름으로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말랄라는 깨달았다. 이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운명이었음을. 이내 그녀는 CNN에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 세계인들에게 말한다.


“나는 말하고, 공부하고, 시장에 갈 권리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미래는 여성의 교육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학교를 많이 지을 거에요. 더 많은 국민들이 교육을 받아 수준이 높아지면 탈레반도 더이상 만행을 저지르지 못할 것입니다.”

겨우 열네살의 어린 소녀였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만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각종 블로그는 물론 유투브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말랄라는 어느새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수상자 후보에 오를 정도가 되었다. 탈레반은 가족들을 위협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결국 무장괴한들이 그녀가 탄 버스에 올라탔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끔찍한 일을 벌인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총알이 머리를 거쳐 목과 어깨까지 관통했다. 두개골이 부서지고 뇌가 부풀어올랐지만 그녀는 기적같이 살아남았다. 




그녀에게 연결된 이 사건은 삽시간에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국제사회 수준의 대응과 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그녀의 쾌유를 바라는 집회가 곳곳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말랄라는 영국으로 급송되어 최고의 의료진에 의해 치료받았고 탈레반의 암살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호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급기야 미국에서는 오바마와 롬니의 2차 대선토론에 여성인권에 대한 말랄라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파키스탄은 탈레반 용의자 체포에 100만달러를 내 걸었고 수도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그녀의 작은 바램은 일면 안식도 없는 지구촌의 수많은 이들에 의해 확산되었고 거대한 에너지의 파도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결국 파키스탄은 그녀의 이름을 딴 국가청소년평화상인 ‘말랄라 평화상’을 수여했고 대통령도 그녀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했다. 이듬해 트리뷴지는 2011년을 바꾼 사람들의 명단에 그녀의 이름을 등재하였고 미국의 대선토론의 핵심 거론 주제로 여성의 인권에 관한 말랄라 법안 제정을 논의할 정도였다. 그녀의 이름은 곧 용기의 상징이 되었고 중동 지역에 불어닥친 대중의 대규모 움직임인 아랍의 봄에 더욱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 7월 12일. UN은 그녀의 16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이날을 ‘말랄라의 날’로 제정했다. 말랄라는 부상 치료 후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와 유엔본부의 연단에 섰다. 작디 작은 몸으로 성하지도 못한 몸으로 사람들 앞에 말랄라가 나서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힘이 넘쳤다. 


"오늘은 말랄라의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모든 여성, 모든 아이들, 모든 소녀들이 그들의 권리를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는 평등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호소했다.


“이 싸움에 필요한 것은 책과 펜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한 아이, 한 선생님, 한 권의 책, 하나의 펜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One child, one teacher, one pen and one book can change the world."

저항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주장하던 말랄라 주변은 물론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날 그녀의 당당한 목소리 앞에서 숙연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폭압에 저항할 수 있는 아무런 힘도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녀가 한 것은 자신의 믿음을 자신의 안에서만 가둬두지 않았던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관심에 연결될 수 있도록 나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당당히 세상과 맞섰고,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식하고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성장을 위해 전진했다. 결국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14년 말랄라 유세프자이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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