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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혁의 리얼월드 Apr 18. 2017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에 숨겨진 노벨경제학자의 이론

알고 보면 심오하고 놀라운 이론을 숨겨두었다!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인간은 어떤 특성을 선택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20대 대선 후보의 벽보 포스터가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 후보의 면면을 얼마나 잘 부각시켰는가 당명과 숫자 기호, 공약은 얼마나 적절하게 담겼는가의 측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후보들이 어꺠 높이의 정면 상반신 사진을 사용한 반면 안철수 후보는 기립의 상반신 전체 사진을 사용했고 당명은 아예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기호와 이름은 배경으로 흐리기까지 하고 치켜들고 있는 손은 아예 잘려나간 상태의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디자이너들을 공분하게 만든 화제의 포스터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당 중진은 선거경험도 많은데 국민의당 지도부는 오히려 이런 여론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 포스터, 광고천재로 불리는 이제석씨의 가이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뭔가 비밀이 있는걸까? 알고 보면 놀라운 이 포스터. 포스터를 이해하면 더욱 똑똑해진 나를 발견하는 이 지점. 함께 살펴보자.


유사한 것들, 줄서는 것들의 운명


라비 다르 교수와 스티븐 J. 셔먼 교수는 인간의 선택에 관한 저명한 논문 속성비교이론(Feature matching theory)를 발표했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있을 때 사람은 공통 속성은 무시하고 유니크한 것 가운데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버리고 남아있는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론을 설명하기 전에 쉽게 예를 들어 보겠다.


두 명의 사람과 각각 소개팅을 했다고 가정하자. 두명 다 모두 예쁘고, 착하다. 단지 한 명은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의존적인 편인데 반해 다른 사람은 자기 생명력이 강한 독립적인 여성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선택할까? 반대로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둘 다 잘생겼다, 그리고 착하고 경제력도 좋다. 그런데 한 사람은 아저씨 스타일이고 한 사람은 오빠 스타일이다. 어떤 남자를 선택할까?


남자의 경우:

[선택 1안]                                   [선택 2안]

예쁘다                                        예쁘다

착하다                                        착하다

보살펴 줘야 한다                              스스로 척척



여자의 경우:

[선택 1안]                                   [선택 2안]

잘생겼다                                      잘생겼다

착하다                                        착하다

경제력 좋다                                  경제력 좋다

아저씨                                        오빠


대개는 묻지 않아도 특정 지점에 눈이 꽂히며 웃을 것이다. 여자의 경우 ‘오빠지’. 그런데 중요한 점은 오빠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오빠로 도달하기까지의 선택의 '심리적 여정’이다.


구별되는 것을 선택한다.


속성비교이론을 다시 설명하면 사람은 다수의 비교 대상을 만날 때 일단 공통 특징은 생각하지 않고 구별되는 지점 가운데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1) 먼저 선택 1과 2에 ‘동일하게 주어진 정보’를 탐색하고 그것들을 탈락시켜 버린다.

2) 선택 1안과 선택 2안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정보’를 탐색해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 내린다.

3) 고유한 특성들 중 독특한 좋은 것은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선택안은 ‘제거’해 버린다.


방금 전 상대를 선택하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당신은 우선 ‘착하다, 예쁘다, 잘생겼다, 경제력이 좋다’같은 동일한 특성들을 우선 탈락시켰을 것이다. 왜냐면 동일한 특성으로 더 이상 비교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보살펴 줘야 한다 vs 스스로 척척’ 조건과, ‘오빠 vs 아저씨’라는 서로 다른 조건을 비교하며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그 두개의 서로 다른 것 중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선택에서 ‘제거’해 버렸다. 라비다르와 스티븐 J. 셔먼 교수속성비교 모델(Feature-matching model of choice)로 인간의 선택과 관련된 생각의 프로세스를 밝혀낸 내용이다.


사람은 다수의 비교 대상을 만날 때 일단 공통 특징은 생각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구분되는 지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둘다 예쁘고 둘다 착하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면, 일단 의존적인 성격의 사람의 그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안돼, 나는 스스로 생명력이 있는 사람이 좋지 라며 다른 사람을 눈여겨 볼 것이다.


이들 천재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선택의 대안들 중 그 둘이 함께 가지고 있는 공통속성(common feature)을 가장 먼저 탐색하고 그 정보를 탈락(cancle)시켜 버린다. 왜냐하면 그것은 말 그대로 Common한 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대안들만의 특성을 비교해 그것들 중 독특한 장점 Unique good feature와 상대적 단점 Unique bad feature을 구분한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바로 선택은 언제나 Unique good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다. 상대적 단점인 Unique Bad feautre는 거절(rejection)된다. 꼭 기억해 두자. 선택은 언제나 ‘유니크 굿 포인트’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전체를 봐야 이해되는 이미지


  얼핏 생각하면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거벽보포스터를 다시 보자. 당신의 눈에는 어떤 것이 들어오는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모든 후보들은 비슷한 위치에 후보 기호, 이름, 그리고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안철후 후보만 하단이 아닌 상단에 기호와 이름을 배치했고, 사진도 다른 후보들과는 전혀 다른 구별되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가운데. 3번 안철수가 시각적으로 들어온다.  


후보들의 포스터 전체를 놓고 보면 어떤 것이 부각되는가.



이제석 이라는 변수
전체론적 접근 방법 : 홀리스틱(Holistic) 디자인


또 하나가 있다. 이제석 대표다. 그가 만든 광고의 컨셉은 하나같이 연결되었을 때 지니는 의미를 부각하는 홀리스틱 디자인이다. 어떤 대상이 지니는 속성이 파급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까지는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그는 부각 대상에 집중한 설정보다 그와 연관된 것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설정을 제시한다.

이제석 대표의 광고 이미지들


즉 안철후 후보의 포스터는 후보 이미지 하나만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이미지 배치까지 고려한 설정이다. 전체를 놓고 봐야 그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을 과하게 합성했다, 구도에 맞지 않는다, 아마츄어 티가 난다 등의 비평은 사실 선택의 지점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비교우위’의 전략은 논쟁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실제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었나보지’, ‘별로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럴 수도 있지’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벽보 포스터는 본인의 지지 후보를 바꾸는 지점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히려 이 지점의 논쟁을 국민의당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다. 가운데 3번. 승리의 표시. V.


선거는 마케팅의 꽃이자 전쟁으로 불린다. 어떤 당이, 어떤 후보가 참신하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느냐가 성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다. 안철수 후보의 벽보포스터 하나에도 선택을 일으키는 놀라운 이론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앞으로의 이후 대선 구도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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