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로움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왜 그들에게는 보이는데, 내게는 보이지 않는 걸까? 나의 지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당신이 뛰어날수록, 상대적인 능력이 출중할수록, 경력이 풍부할수록 그렇다. 당신의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의 풍파를 거치며 총성 없는 전쟁 속에 생존을 경주할수록 애석하게도 변화는 신기루처럼 점점 내게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를 놀라우리만치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아래 그림을 들여다보자.
Not Knowing: The Art of Turning Uncertainity Into Opportunity, Steven D’Souza and Diana Renner (2014)
그림은 일련의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로 흰색 바탕의 원으로 일부의 글자를 가렸다. MINDFULLNESS 아래부터 가려진 상태다. 자, 질문. OP로 시작하지만 가려져 있는 저 단어는 어떤 것일까? 그 아래 IN.. 은 무슨 단어일까? 잠깐만 들여다보라.
당신은 자동적으로 OP… 아 OPPORTUNITY 를 떠올렸을 것이다. IN.. 뒤에가 CE로 끝나네? INTELLIGENCE? 아 INTELLIGENCE일 것 같아! 다른 단어들을 보니 맞아. 그런 글자일 것 같아.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축하한다. 당신의 지적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바로 지금 여러분이 떠올린 단어, 당신이 공백의 지점을 채운 방식, 그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혁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근원의 이유다.
음? 무슨 말인가. 당신은 지금 ‘아는 것으로 모르는 것을 채우고 있다’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려진 글자가 OPPORTUNITY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INTELLIGENCE 가 정말 맞는 걸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적으로 그렇게 단어들이 떠오르고 그런 관점에서 가려진 글자를 보니 더욱 확신을 하게 된다. 이것이 사람들이 변화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해도 선택을 내리지 않거나, 인지함에도 다른 선택을 내리는 이유가된다.
사람은 아는 것으로 모르는 것을 채운다. 미지의 것을 만났을 때,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 체계로 새로움을 바라본다. 그 대상이 익히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정도의 것이라면 이는 대단히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본능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체계의 것이라면, 다른 관점에서 그것을 들여다보아야 하거나 ‘알지 못한다’라는 메타 인지로 접근하는 대신, 아는 것으로 볼려고 하다보니 아예 그 새로움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것으로 결론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Not Knowing을 Knowing의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장수 기업일수록, 대기업일수록, 또 교수나 전문가들일수록 오히려 시대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상당히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 컨설턴트 기업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던 유명 기업들이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진부한 의사결정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알수록 일어나는 역설이다. 인간은 무한한 무지(Not Knowing)의 세계를 지극히 작은 앎의 관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존재다.
하버드 대학교의 처드리 외 연구진들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20년 이상 진료한 전문의와 3-5년 사이의 전문의를 두고, 그들이 여러 질병의 증상들을 진단하고 조치/처방을 내리는 일련의 내용들을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경력이 많은 전문의일수록 더 낮은 지식, 더 낮은 진단율, 게다가 진료 효과도 더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유는 비슷했다. 전문의는 초기에 자신이 접하는 많은 케이스에 대해 자신이 잘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례분석을 학습하고 또 주변 선배 전문의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한 반면, 5년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렇게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진료 상황을 원만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Knowing을 기반으로 Not Knowing 상태를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심각한 질병일 수도 있음에도 단순 감기질환으로 판단을 내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도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오진 사고로 언급되는 이유다. 사망 이틀 전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을 했다. 배를 누르면 아프다고 소견을 말했지만 복강에 물이 찬 흔적도 없고 장이 부어있는 것 외에 다른 징후가 없다는 소견으로 복막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초음파 검사만 시행했다. 이미 당시에 소장에 천공이 생긴 상태였음에도 이틀 뒤 다시 내원하여 고통을 호소하였고, 심전도 검사 결과 심박동이 두배나 빨라졌음에도 진통제만 처방을 한 것이다. 이후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을 내릴 때는 이미 때를 놓친 상태였다. 그를 진료한 의사는 무려 17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신해철의 기종을 단순 증상으로 판단해 버린 것이었다.
비단 의사에 국한된 연구일까? 변화의 가속도가 빨라지고 변화 자체가 뉴노멀이 된 시대, Knowing을 다루는 시대에서 Not Knowing을 다루는 것이 일상의 지점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금 내 주변의 지식을 습득하는 Understanding 으로서의 Analysis가 아니라 새로이 직면하고 있는 미지의 Not Knowing을 다루는 방법, 나아가 Guessing과 Prediction 의 관점에서 지금과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관점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지의 영역을 인지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관점과 경험들을 교차하는 지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서로 다름의 앎을 교차하는데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금 당신 주변에 펼쳐지고 있는 변화가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때로는 그것이 별 것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자주 생각을 한다면, 다시금 생각해 보자. 나는 얼마 알지 못하는 작은 지식으로 그 속에서의 편안함에 머무르며 미지의 것을 이해하려 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퍼펙트스톰의 시대, 미지의 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법으로 더욱 한발 나아가야 할 필요를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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