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수준으로 잠을 잔다. 온갖 감기약이 총출동한 코로나 치료 알약을 입안에 털어 넣고 나면 곧 잠이 온다. 소파에서도 자다가 침대에서도 자다가 여하튼 잠을 계속 잔다는 것은 좋은 신호인 것 같다. 깨어나면 증상이 조금씩 완화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목 아픔은 확실히 떨어졌고 콧물과 기침이 남았는데 인터넷 후기를 봤을 때 나만의 유별난 증상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너 그렇게 자서 밤에 잠이 오겠냐?"
자다 깨면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 약을 먹어야 하니 빈속은 좀 그렇고 초코파이와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잠시 깨어있다가 다시잔다. 오늘은 몸무게를 재봤다. 남들은 코로나 걸리면 살이 쪽 빠진다는데 나는 하나도 안 빠졌다. 하루에 초코파이 몇 개를 먹는 건지 모르겠다. 입이 써서 자꾸 단 게 당겼다.
자가격리 기간은 끝났다. 그런데 여전히 기침을 하고 가래가 끓는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약을 더 지어먹어야 할 것 같았다. 날씨가 따뜻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격리하는 중에 봄은 찾아왔고 비타민D를 쬐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걸음을 빨리했다. 기침 때문에 숨이 찼다. 아직 안 되는구나. 어쩔 수 없이 오늘부터 하려던 필라테스와 체력 학원을 취소했다. 빨리 컨디션이 좋아져서 활발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은 짧으니까.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이 끝났는데요, 코로나 검사받고 진료 보고 가고 싶어서요."
나에게 확진자임을 알려줬던 병원에 도착해 접수하며 말했다. 병원은 인산인해였고 접수대의 간호사 세명은 모두 무척 지쳐 보였다. 약간 짜증 섞인 표정으로 전화도 받았다가 질문도 받았다가 처방전도 프린트하고 바빠 보였다. 대기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같은 사소한 질문을 하기가 민망했다. 조용히 이름과 생년월일을 쓰고 의자에 앉았다.
"코로나 확진자 격리 해제하면 저희한테 오 실 필요 없으세요. 자가격리 기간 끝나면 따로 조치할 것 없이 일상생활하면 되세요."
나와 같은 상황에서 병원을 찾은 모양이었다. 나이가 좀 많은 할아버지셨는데 굉장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간호사에게 되물으셨다.
"나는 아직도 기침도 하고 목도 아픈데 코로나 나은 건지 어떻게 압니까. 검사도 안 해주는데."
응? 코로나 격리 해제했으면 검사를 안 해봐도 되는 건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모르는데 증상은 그대로고 주변 사람 안 옮기는지 어떻게 알지? 나도 같은 의문을 품었다.
"원하시면 검사하실 수 있는데요. 비보험 처리돼서 3만 5천 원이에요. 검사하실래요?"
간호사가 할아버지의 의사를 물었다. 확진될 때는 검사비용이 5천 원이었는데 갑자기 비용이 확 뛰니 검사 한 번에 솔직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프런트의 할아버지도 가격을 듣고 비싸서 안 되겠다며 그냥 가셨다.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코로나 격리기간 고생하셨다며 나를 알아봤다. 계속 자고 감기몸살 심하게 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증상은 그대로인데 격리 해제된 김에 병원에 와봤다고. 주사 한 대 맞고 가고 싶다고. 의사 선생님은 신속항원 검사를 다시 해볼 것인지 물었다. 나는 안 해도 되냐고 되물었다.
"코로나 걸리면 전염성은 3~5일 정도라서 7일 격리하는 거고요, 백 프로 옮기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주일 정도면 옮기지는 않는다고 추정하는 거죠."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격리기간이 끝나면 전염의 가능성이 낮으니 일상생활하면 된다는 답변. 아까 대기하며 들었던 것과 동일한 정보였다. 굳이 검사할 필요가 없는 거구나.
뭔가 내가 확실히 음성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니라 찜찜하긴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그러하다니 그런 줄 알고 건물 1층의 약국으로 이동했다. 와, 약국도 사람이 수두룩 빽빽이네. 앉아서 한 삼십 분 기다리는 동안 코로나 확진 시 유의사항을 듣고 가는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약국을 나서는 그들의 손에는 한 뭉치 되는 약이 쥐어져 있었다. 한 주동안 건승하세요. 약 먹으면 기절하실 거예요.
방에만 칩거하는 자가격리는 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한 식탁 사용했고 남편은 한 방에서 잤다. 두 사람은 강력한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코로나 확진자와 동거하면서도 전혀 문제없이 지냈고 건강하다. 나는 감기 증상이 심해 <운동>을 할 상황은 못되지만 컨디션을 회복해 가고 있다. 후각이 둔해지고 입맛이 쓴 증상은 완전히 없어졌다. 맑은 날씨에 걸맞은 화창한 기분으로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이번 주말까지는 약 잘 먹고 많이 자고 그렇게 보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