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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l 07. 2023

제 동생 소령진급 했습니다.

어제까지 군생활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엄마,


엄마가 말을 했었지

네 동생 진급 안되면 엄마가 너무 슬퍼서

걔 얼굴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엄마는 정작 걔가 1차 비선 되는 것도 못 보고 갔지만

남은 가족들 아빠랑 나랑, 엄마가 사랑하는 사위까지도

대신 슬퍼하며 또 일 년을 보냈어


그 사이 걔는 지도 와이프가 있는 마당에

앞길은 모색해야겠지 1차는 비선이 되었지

갑자기 또 지방발령이 나서 남루한 아파트 얻어다가

전세살이 주말 부부하며 마음고생을 했어.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모임 나간 아빠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왔네


야, 진급됐단다.
어유 이게 웬일이냐 나참


나는 지방으로 발령받아 또 이동한다는데

마땅히 쉴 곳이나마 있어야 할 것 같아

연고 없는 지방의 부동산에 수십 통 전화해서

전셋집을 알아봐 준 게 다야.


아빠도 어떻게든 마음 다잡게 하려고

설득하고 이것저것 알아 보고 마음 졸이면서

오늘을 기다렸어.


내가 걔한테 한 말은 엊그제 까지도

너는 와이프가 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

지금의 나이와 시기에 만만치가 않다. 버텨라 버텨라

앵무새 마냥 반복했는데 어제 걔가 하는 소리가


누나 나 군생활하면서 이사만 열세 번 다녔어.

열심히 해도 보상은 없고 나이는 한 살씩 계속 먹어.

진급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분위기엔

선임이 위로 수두룩 빽빽이야.


난생처음 걔가 하는 말을 듣고 수긍이 갔어.

허튼 소리나 홧김에 그냥 하는 소리 아니네.

고민 많이 했고 앞으로 계획도 세웠구나.


그래도 난 놀기만 잘 놀고 공부는 되게 안 하던

학창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어.

그러나 어쩌겠어.  본인 결심이 그렇다는데.


그래서 일단은 물어봤어.

니 부인이 괜찮대? 어 괜찮대.

그래 그럼. 니 와이프괜찮다면은 다 괜찮은 거야.

네가 제일 잘 알 테니 너 좋을 대로 해.


전화를 끊고,


나는 걔가 비선 소식 듯과 홧김에 의원면직 내던질까봐

공부할 시간이라도  벌어볼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어.

어젯밤 늦도록 군인 인사규정이랑 복무규정을 뒤졌어.



엄마,


걔 1차 비선 되고 본인의 의욕이 바닥을 치고 있던 찰나에

엄마가 그토록 기대하고 바라던 소령진급 했어.

요즘 나라 분위기가 군인 계급정년도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왔어도 앞으로 먹고사는 건 괜찮아.

본인만 다시 심기일전하면 말이야.


방금 전에 전화했는데

몇 번을 전화하는 동안 계속 통화 중이었어. 

나중에 전화해. 지금 전화가 너무 많이 와.
나중에 전화할게

천만다행이지.

감정표현이 풍부한 놈은 아니라서 답답하긴 하지만

지도 속으로 얼마나 기쁘겠어. 우쭐대기도 했어.

오늘은 그런 꼴도 봐줄만했어. 나는 무척 기뻤거든.

엄마 며느리랑 사위도 엄청나게 기뻐하더라.



엄마,


아빠가 말하기를,

죽으면 끝이라서 저세상에서 지켜보고 그런 건 없대.

감상에 젖어서 자꾸 생각하면 괴롭기만 하니

정신 차리고 내 할 일 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래


맞는 얘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제는 엄마의 사망을 말할 때조차도

남일같아.

그게 나에게 일어난 일인가?
진짜 우리 엄마가 죽었나?


가령, 티브이에 실화탐사대나 같은 프로에서

별의별 말도 안 되는 사연들 많이 나오면 있지,

그런 이야기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듯

남일인 것만 같아.  모든 일들이.


내가 엄마의 사고를 내 일로 기억하지 않는 한

엄마는 죽은적이 없는 것이고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납골당에 새삼 찾아가고 싶지는 않아.

(엄마는 거기에 있지 않아)


엄마는 어디에도 없지만 모든 곳에 존재하니까

나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을 뿐이야.

그리고 엄마는 지금 무척 행복할 거라고 믿어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으니.

내 동생 걱정은 내려놓고 나에게 좀 더 집중해 볼게.


참, 말나온 김에 궁금했던 것이 있어.

꼭 물어보고 싶었어. 


엄마는 항상 나에게 말을 했지.


아빠 항상 잘 모셔야 한다
네 동생 항상 잘 돌봐줘야 한다.

모시긴 뭘 모셔. 아빠는 혼자서도 자생력이 대단해.

내 동생은 지 인생 헐떡고개 넘듯해도 잘 살고 있어.

그렇게 둘을 당부했지만 그럴 필요없었다는 얘기야.

무슨 남편하고 아들이 사주단자인줄 알았는지

마르고 닳도록 나에게 부탁을 했지.


왜였을까. 


나에겐 항상 가족들을 챙기고 돌보라고 했으면서

아빠랑 내 동생한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던데.


여보, 우리 딸 잘 돌봐줘.
누나를 잘 따라야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걸까

엄마, 아빠랑 내 동생은 나보다 단단해.

오히려 가족들에게 항상 날 잘 돌봐주라고 당부했어야지.

모두가 날 최약체라고 생각하는 작금의 현실엔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있지 엄마, 난 엄마가 아들보다 예쁘다던 사위가 

내 손에 물 안묻힏다며 퇴근하고 설거지 통에 손을 담가.

내가 울고 짜고 니일 내일에 온통 민감하게 반응해도,

잘 돌봐줘.  잘 이해해줘.


엄마,

나 이제 나가봐야 해. 나도 앞가림하러 가야지.

엄마도 밥 잘 먹고 잘 자. 나도 그럴게. 

잘 지내요. 또 만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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