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noc May 31. 2019

평등과 자유를 꿈꾸는<파리의 딜릴리>

평등을 향한 판타지적 이야기

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2019)

브런치무비패스 #15

감독 미셸 오슬로



* 스포있음


영화를 보기 전 그저 파리의 벨에포크 시절을 아름답게 담은 유쾌하고 귀여운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파리의 인간동물원에서 일하고 있는 딜릴리의 모습을 시작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메시지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비평적인 내용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한기일 작가의 GV가 있었다

이번 기회로 한기일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영화 속 명화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인 <명화남녀>를 기획/제작하였고, 영화 속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라는 책을 공동집필한 작가라고 한다. 영화를 가장 주요하게 관통하는 여성억압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에 대해 빠르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덕분에 그냥 극장을 나섰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여러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인지 자꾸 곱씹게 되는 영화 <파리의 딜릴리>.

차별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는 '미셸 오슬로' 감독
미셸오슬로 감독은 인종문제, 문화차이 등 차별에 관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예술가라고 한다. 특히 파리의 딜릴리에서는 진보적 여성관을 다룬다. 프랑스 출신 예술가이나 어린시절 아프리카 기니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의 경험이 그의 영화에서 묻어나는 것이라는 설명이 GV에서 있었다. 그의 영화를 본 것은 파리의 딜릴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가 표현한 여성억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아주 정확하고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와 성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낙천적이고 씩씩한 소녀 '딜릴리'
딜릴리는 참 귀엽다. 남들의 차별섞인 조롱과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구보다 고상하고 귀엽게 인사를 건넨다. 겁도 없다. 자기보다 큰 친구를 자전거에 싣고 길을 내달릴 줄 알며, 받아들이기 힘든 공포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전혀 겁먹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받아들이려 하는 관용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감독이 우리 모두 '딜릴리'와 같은 태도로 서로를 맞이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사람들은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쉽게 배척하면서 자신이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크게 낙심하며 분노한다. 어쩌면 자신이 건네는 차별적인 시선은 의식하지 못해 죄책감조차 가지지 못하는 반면 다른사람이 나에게 건네는 차가운 눈빛은 단 한번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남에게 까다로운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좀 더 비판적이고 까다로워진다면 사람간의 차별과 상처는 조금씩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것일까. 누군가를 내 발밑에 놓아야만 안심이 되는 것일까. 그로 얻게되는 우월감은 그리도 짜릿한 것일까. 그런 차별의 세상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환상 속의 비행선에 의해서만 구제될 수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파리로 떠나는 여행
파리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여행이 될 것이고, 파리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파리로 간접적인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영화 같다. 그 만큼 파리 곳곳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현재의 오페라 가르니에 건물과 개선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웅장한 건물 외관과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내부 공간 곳곳이 등장하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의 배경은 사진처럼 사실적인데 등장한는 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이고 판타지스러워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 속에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로트렉처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과 콜레트, 마르셀 프루스트 등 작가의 모습과 이름이 등장한다. 그들을 담은 몇 장의 사진과 유명한 그림으로만 그들을 접해왔지만, 영화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그 예술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미술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왠지모를 친근함을, 미술사가 낯선 사람에게는 어렵기만한 미술사에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짙게 묻어 있는 여성해방을 위한 외침
한기일 작가는 GV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여성해방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내용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유용했기에 짧게 요약한다.

-벨에포크시대: 여성의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
-폴 푸아레: 성악가의 의상디자이너로 등장하는 인물.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진보적 디자이너.
-콜레트: 천재 소설가. 당시 여자이름으로는 소설을 내주지 않아 남편의 이름으로 소설을 출간했으나 이후 본인의 이름으로 소설을 내면서 소설가로서 크게 인정받은 인물.
-에드워드 7세: 여성 참정권의 시작
-네발로 기는 여자들: 특정 종교에서 잘못된 교리의 해석으로 여성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학대하는 남성을 표현



매거진의 이전글 안경, 노란머리, 눈썹, 영화<우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