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2019
브런치 무비패스 #17
감독 켄 스콧
주연 다누시, 베레니스 베조, 에린 모리아티
제목이 참 눈에 띄는 영화다. 영화는 마치 기분좋고 신비로운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 이 영화는 평등, 기회, 난민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에 희석시켜 풀어 낸 영화였다.
인도에서 자란 파텔은 어린시절 우연히 마주한 이케아 카탈로그를 보고 책 속의 가구들로 채워진 집에 사는 꿈을 꾸며 자라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건들을 거쳐 파텔은 위조지폐 한 장 달랑 들고 꿈의 나라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찾은 장소인 이케아의 옷장에서 잠을 청하게 되고 옷장과 함께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케아'아닐까. 영화에서는 무척이나 의도적으로 노란색과 파란색 조합의 색깔을 보여준다. 파텔의 옷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두 색의 조합을 벗어나지 않는다. 옷 뿐만 아니라 배경 이미지, 가구 색깔 등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종종 무척 강렬한 빨간색이 등장한다. 주로 주인공이 처음 만나게 되는 중요 인물이나 사건의 단초가 되는 물건들이 붉은 색을 띄고 있다. 영화 속에서의 색깔 배치가 무척이나 의도적으로 보였기에 각각의 색깔이 가지는 의미와 영화의 이야기를 연결시켜 정리해보려 한다.
* 스포있음
주인공 파텔에게 IKEA는 책으로만 만나던 이상과 꿈의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실제 이케아 속에서의 노란색과 파란색은 유독 강렬하다. 파텔은 꿈에만 그리던 이상속의 세계의 노란 소파에 앉아보고, 파란 화병 속에 엄마의 유골을 담아보기도 한다.
파텔의 신변과 심리적 변화는 그의 옷 색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희미한 노란색과 파란색을 띈 옷을 입고 있던 파텔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 때 마치 이케아 세상 속의 노란색과 파란색처럼 채도가 높고 강렬한 옷을 입고 있다. 마치 자신의 꿈과 이상을 모두 이루었다는 듯이. 하지만 자신이 어렵게 얻은 돈을 난민들에게 나누어주며 진정 원하는 것을 얻게 된 그 순간 그는 예전처럼 다소 희미하고 채도가 낮은 파란색의 셔츠를 입고 있다. 그리고 인도에 돌아와 희망을 잃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며 새로운 기회를 줄 때 그는 적당히 파랗고 노란 옷을 입고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색깔을 찾았다는 듯.
영화 속에서 유독 빨간색이 두드러진 부분은 파텔과 마리가 이케아에서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이다. 마리는 붉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고,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 파텔은 사랑이라는 기회를 발견한다. 귀여운 접근(?)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지만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고 파텔과 마리는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어쩌면 마리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이 파텔을 새로운 기회들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파텔은 빨간색 트렁크에 잠입하여 또 배우 '넬리 마르나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난다. 그녀 역시 첫 등장은 붉은 옷과 꽃장식을 하고 있다. 파텔의 순수한 열정과 글솜씨에 마음을 연 넬리는 파텔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파텔 또한 그녀에게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 우연으로 만난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처음으로 큰 재산을 손에 얻고, 또 한 순간 그 재산을 모두 잃은 순간 파텔은 붉은 옷을 입은 난민을 만난다. 파텔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던 그 난민은 파텔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파텔은 돈을 어렵사리 찾았지만 그 돈을 꿈을 이야기하는 난민들에게 모두 나누어준다. 파텔은 붉은 옷을 입은 난민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단순하게 이 영화를 이야기 한다면 '즐겁고, 예측 불가능한 여행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깊게 이야기 한다면 차별, 기회, 난민, 빈부격차 등 한 없이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이다. 주제 뿐만 아니라 영화의 색감, 여행지의 비주얼, 발리우드풍의 파텔과 넬리의 화려한 댄스 (나는 이 장면이 사실 가장 좋았다), 영화의 시각효과 등 아기자기한 요소도 많은 영화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기분 좋고, 볼거리가 많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