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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Jul 06. 2019

일상은 비루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울지도 몰라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Sink or Swim, Le grand bain, 2019)

브런치무비패스#18

감독 질 를르슈

배우 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외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어 있지만 코미디 장르가 아니다. 

아픔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삶의 행복을 치열하게 찾는 영화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 열악한 상황에서 스포츠계의 업적을 이루어내는 영화는 참 흔하다. 뻔한 전개와 뻔한 결과와 뻔한 웃음 포인트인데도 그 포인트에서 늘 웃고 웃는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결과보다는 인물들의 변화하는 감정과 자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나서는 과정들 속에 감정이 크게 폭발하는 큰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좌충우돌'하며 '어찌저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흘러가듯.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우울증을 겪는 백수 아저씨 베르트랑


극 중 베르트랑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전거를 타고 싱크로나이즈 동작을 연습하며 기쁨의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배우 마티유 아말릭의 눈빛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2년의 긴 백수생활은 마쳤지만 자신의 이름마저 잃고 온갖 모욕을 당하며 버텨내는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 삶의 의미를 찾아 준 싱크로나이즈 인 것이다.

 

예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로부터 자신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자 눈에 마냥 아름답고 평안해보이는 그 곳의 일상도 사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서울에서의 나의 일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삼스럽지만 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은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건 크게 다르지 않다.


비루하고 지루한 일상을 하루 하루 견뎌내는 것. 그 와중에 찾아오는 소소한 기쁨과 성취의 순간을 누리는 것.

그리고 다시 찾아올 기쁨의 순간을 기다리며 비루하고 지루하고 때로는 비참한 일상을 견뎌내는 것. 어쩌면 행복한 사람은 그런 인생의 섭리를 일찍 깨우치고 나를 찾아오는 소소한 기쁨을 쉽게 발견하며 충분히 느끼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일상과는 다른 감촉, 냄새, 공기를 품은 수영장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속 주인공들은 일상을 벗어나 수영장이라는 다른 감촉의 공간, 평소와는 다른 몸짓을 해야하는 싱크로나이즈라는 활동, 동질감이 느껴지는 어딘가 채워주고 싶은 사람들을 스스로 찾았고 우연이었을지 모를 그런 작은 발걸음이 그들을 행복과 치유의 길로 이끌었다는 생가이 든다.


누구나 일상을 비루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나를 찾는 것, 행복을 찾는 것은 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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