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행 북아메리카 본사에서 일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아시아에서 코로나 여파로 심각한 피해가 속출한다는 뉴스가 한창일 때 뉴욕은 고요했다. 어느 때와 변함없이 나는 아침 7시 회사 근처 델리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회사로 출근했다. 정확히는 3월 4일 수요일 오전 10시, 내 옆에 앉아 있는 직속 상사는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으며 내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라고 했다. 뉴욕시장과 뉴욕주 정책 담당장들이 뉴욕시와 주에 코로나 관련 환자수가 급증하는 것에 비상사태를 섬포하고 금융기관들을 포함에 비스니스 오너들에게 재택근무와 영업중지를 강력하게 권고했다고 한다. 즉시 인터넷에 뉴욕 비상상태를 검색했지만 관련 공식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눈치로 보아 하루 이틀 사이 급하게 결정된 걸로 보였다. 10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일한 내 매니저는 부서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 부서의 뉴욕 본사 직원들 300명의 재택근무 스케줄을 급하게 짜고 있었다.
주식거래 층에서 일하는 나는 트레이더 (trader)와 세일즈 멤버(sales team member) 그리고 주식거래 시스템을 보조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래머 등 천명 가까이 되는 인원과 함께 업무 시간을 보낸다. 금융 업무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 거래장 실적에 위기 징조가 보이면 회사 최고 경영자가 직접 주식 거래장에 내려와 거래장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한다. 회사가 위기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정확한 신호이다. 오후 3시경 회사 회장 (Mike Corbat) 은 모습을 드러냈고 30분간 거래장을 돌며 직원들과 짧은 담소를 나누고 분위기를 살피는 듯했다. 그리고 늦은 오후 4시 30분경 회사 내부 채널로 본사 직원 모두에게 재택근무 혹은 유연성 있는 근무 스케줄이 주어질 것이며 직속 매니저 지시에 따르라는 공식 통보가 내려왔다. 시티 내부 거래 시스템을 사용하는 트레이더와 팀원들은 시티가 소유하고 있는 재난 부설 건물로 출근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시티 은행 글로벌 본사
IT 관련 기술주가 주도하는 상승장을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코로나 여파가 시작된 3월 한 달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회사 내 여기저기서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에 함께 교육 연수를 받았던 안면 있는 직원들은 3월에 모두 해고가 되었다. 출렁이는 내부 분위기가 정상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악화되자 회사 임원들은 2020년 12월 말까지 해고가 없을 거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별 효력이 없었다. 6-7월까지 손실을 내는 트레이더와 세일즈맨들이 줄줄이 해고되었고 나 또한 부서의 구조조정으로 직속 매니저가 두 번이나 교체되었다. 남은 직원들은 감원 대상에 오르지 않기 위해 24시간이라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회사에 어필하는 듯 정치 (office politics)가 거세어졌다. 한차례 물갈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은 7월 초 회사 임원들이 유럽 인사를 중심으로 재편성된 것이 가시화되었다. 왜 지금 이 상황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8월 말경 회사 최고 경영자가 런던 인사로 (시티 그룹 새 CEO: Jane Fraser)교체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2분기는 정말.. 내 책상 위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긴박하고 초조하고 허망한 시간이었다.
지금 내 새 매니저는 20년 경력 똑똑하고 깔끔한 능력자 스타일로 새 팀원을 구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터뷰를 봐도 적합한 인재가 없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본사에서 인재를 찾기 위해 내부 연락망을 선호한다. 가장 쉽고 시간과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부 시스템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 방법에는 인재 본인의 회사 내에서 명성과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
2-3주간 동안 인재가 구해지지 않으면 구인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인사 부원 (HR)과 상의 끝에 공식적으로 외부 웹사이트에 광고를 올린다. 시티가 애용하는 채널 중 하나는 Linkedin Job이다. 나 또한 이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했고 현재 직장에 취업했다. 요즘 회사에서 부서와 포지션에 상관없이 가장 필요한 자질로 보는 것은 프로그래밍 관련된 자질이다.지금 당장 부서에서 필요하지는 않아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 흐름을 의식해서 회사 내 모든 부서들이 코딩 관련 기술을 가진 지원자를 점점 강하게 선호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