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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형 딴짓마스터 Mar 31. 2017

그럼에도 희망은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친구들과 뉴스 얘기하는 아이들


광장에 모여든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작지도 미숙하지도 않았다. 각자 관점을 가지고 부조리한 현실을 알아갔다. 일부는 광장에 마련된 시민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 역시 음색은 가벼울지언정 뜻은 묵직했다. 아이들은 이제 정체성을 가진 시민이었다.


그들은 특이점이었고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광장을 기록하며 뉴스에 관심 갖게 된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제 아이들은 연예인, 게임 그리고 정치 얘기를 한단다.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질타받던 세대가 그들만의 관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점이나 가치관은 짧은 시간에 구축되기 어렵다. 우리는 대학 교육의 변화를 먼저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학의 변화는 최후의 보루 일지 모른다. 그보다 더 감수성이 예민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청소년기 교육의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다. 때로는 큰 사건이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대개 관점은 오랜 시간과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잠시 긴장하는가 싶던 아이는


진짜 정보를 구별하는 게 어려워요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익숙한 언론사의 뉴스에 팔이 굽는다. SNS도 정보를 균형 있게 전달하지 않는다. 누구든 SNS에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생각, 가치관이 다른 팔로워를 걸러낼 수도 있다. 개방적이면서도 폐쇄적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친구가 되는 만큼 입맛에 맞는 정보와 뉴스를 골라 보여준다. 덕분에 ‘가짜 뉴스’가 극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은 2016년 기준 18,563개다. 하루에 기사 10건만 써도 18만 개가 넘는다. 100건이면 선별해야 할 기사가 180만 개에 달한다. 여기에 사실관계 자체가 왜곡된 정보들이 끼어든다.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2016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 미국, 영국 등 26개국을 대상으로 뉴스 소비 패턴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온라인을 통한 뉴스 소비가 28%로 26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는 1위였다. 스마트 기기로 뉴스를 보는 경향이 늘면서 신뢰할만한 정보를 개인이 분별할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


이내 하늘 높이 촛불을 들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교육이다. 우리 삶에서 미디어가 주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진주를 고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를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콘텐츠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과 뉴스를 비판적으로 이해, 분석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핀란드,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은 국가 차원에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미디어 교육을 시작한 핀란드는 벌써 디지털 환경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범람하는 정보로부터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돕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대학 후배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미디어 봉사단’이라고 답한다. 대학교 2학년 때 경상남도의 한 분교로 미디어 교육을 떠났다. 9박 10일 동안 학교에 머물며 아이들을 만났다. 영상 편집을 위해 밤이라도 새울 때면 마을 전체에 우리 교실만 불이 들어와 마치 섬에 온 것 같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우리는 원래 섬으로 보내질 계획이었다. 어떤 점을 믿고 그러셨는지 의문이지만.


우리 팀의 미션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 찍기. 그리고 완성한 결과물로 마을 시사회를 여는 것이었다. 영화라고 말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풋풋한 연기가 화면 가득 담겼다. 나름 스펙터클 하기까지 했다. 리더십 있는 고학년 친구들은 감독이 됐다. 촬영도 나눠서 알려줬다. 카메라 파인더에 집중 또 집중한 아이들이 귀여웠다. 이 교육의 목표는 미디어 소외 지역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일이었다.


대학생활을 통틀어 가장 소중한 열흘이었다. 한 남학생의 부모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입을 닫았던 아이가 교육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고,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마지막 날 아침, 서울로 떠나며 흘린 눈물만큼이나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다. 미디어 교육의 힘을 처음 느껴본 때였다. 이날을 계기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교육으로써 미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있다.


그때가 2007년이었다. 딱 10년 전이다. 감독이자 학생회장이었던 6학년 여자 아이는 스물세 살이 됐을 거다. 막내도 이제 고등학생이다. 변화하는 사회를 이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제의 촛불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아이들에게 촛불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브런치북 프로젝트 참여작으로서 연재는 여기까지지만 이후에도 틈틈이 연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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