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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형 딴짓마스터 Apr 20. 2017

해마다 봄이 오면 하는 일

사진가의 도시 #1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봄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싶습니다. 겨울 내내 추위를 핑계 삼아 사진을 외면한 때문일까요? 벚꽃 내음이 일렁이기 시작할 때면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 카메라를 집어 듭니다. 초등학생 때 봄 하면 떠오르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였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봄 하면 벚꽃'이라는 공식이 생겼네요. 제게 봄날의 벚꽃을 찍는다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습관입니다.


벚꽃, 서울 중계동. 2013 

시작은 2013년이었습니다. 때마침 일찍 퇴근한 날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이 아니면 저 화려한 벚꽃을 못 찍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집 앞에 하천이 하나 흐르는데 양 옆 도로에 벚나무를 심어뒀죠. 청계천을 복원한 이후에 비슷한 도시형 하천이 생겨나던 때의 일이었어요. 덕분에 모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고 그냥 나갔어요. 벌 한 마리처럼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셔터를 누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사진이 찍혔죠. 벚꽃송이가 작은 부케처럼 모인 사진이 말입니다.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한 번은 플래시를 만질 기회가 생겨 조명을 터뜨린 적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재밌는 촬영이었어요. 하늘이 좀 더 파랬다면 꽃이 더 잘 보였을 텐데, 그래도 제게 주어진 하루, 그 속에서 최선을 찾아내야 했으니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사진을 찍다 보면 누구나 다양한 카메라, 다양한 렌즈를 써보고 싶어 져요. '장비병'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 여러 렌즈를 가졌던 적은 없어요. 하루는 오래 쓴 카메라를 들었다면 다음은 회사 카메라를 들고 나들이를 떠나는 식이었죠. 올해는 광각 렌즈를 들었습니다. 그전까지 벚꽃의 초상을 찍는 기분이었다면 이번에는 흐드러진 벚꽃을 담아보고 싶었으니까요.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마침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니는 덕에 만개한 벚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도 꽃잎처럼 셀 수 없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올해도 여느 해처럼 봄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벚꽃, 서울 중계동. 2015
벚꽃, 서울 중계동. 2015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사진이 홍수처럼 흐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습관처럼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노을 진 하늘일 수도, 옆에서 꼬물대는 아기일 수도, 신나게 꼬리 흔드는 반려견일 수도 있습니다. 제게 벚꽃은 그런 존재입니다. 1년에 고작 한두 번 찍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이제 비와 함께 모든 벚꽃이 떨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년에도 봄이 오면 그 자리에서 그렇게 우릴 맞이해줄 겁니다.


그때까지 거리를 많이 돌아다녀야겠어요.



'사진가의 도시'는 제가 사는 매력적인 도시 서울의 순간과 여행하면서 만난, 만나게 될 세계의 도시를 담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진가의 도시'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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