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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Dec 16. 2016

Microsoft를 떠나며 Part 1/2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찾아서

매니저에게 나의 승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렴풋이 이제 회사에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모든게 행복하기만 했었고, 어렴풋이 떠오른 그 생각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알지 못했다. 그 소식을 듣고 곧 결혼 1주년 기념으로 하와이 여행을 1주일간 다녀왔다. 하와이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


와이키키 비치

나의 열정은 정보 민주화 (Information Democracy)이다. 세상의 지식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좋다. 인터넷이 있어서 단양읍 매포리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내가 받은 혜택을 세상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 엔진에서 일하는 것은 나에게 의미있는 일이다.  


Microsoft는 내가 처음 일한 큰 소프트웨어 회사이며, 지난 4년간 정말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이 회사를 통해 재정적으로나 법적으로 미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으며, 테크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친구/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시애틀은 내가 여지껏 살아본 도시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멋진 곳이었고, 이 도시를 떠날지라도 내 마음의 고향은 여전히 시애틀일 것이다.


집 앞 공원에서 반려견과


Bing에 처음 합류했을 때, 이미 현재 팀에서 인턴쉽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이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매니저와의 불화인데, 나는 운이 좋게도 나의 매니저 그리고 그 매니저의 매니저와도 마음이 잘 맞고, 우리 팀이 움직이는 방향에 동의를 한다.


그 동안 팀의 문화도 더욱 발전했다. 지난 4년간 떠난/떠나보낸 팀 멤버들도 있었고 새로 합류한 팀 멤버들도 있었는데 비슷한 동료들끼리 모인 덕분에 서로의 호흡이 너무 좋았고, 도와주고, 성장하며,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문화를 잘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deep learning 학습을 위해 팀에서 GPU를 많이 지급해주어서 이런 저런 실험도 해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익숙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줄어줄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많이 떠올랐고, 그 아이디어를 이루기 위한 환경도 제공이 되었지만, 나의 열정은 점점 식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이었고, 조직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에 자리해 갈수록, 난 계속 비슷한 일들을 하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행인건, 지난 1년간 테크니컬 리더로 일하면서 팀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맡고 있는 부분의 소유권 (ownership)을 계속 나눠주었다. 뛰어난 팀 멤버들을 둔 덕분에 이제는 내가 디테일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아도 프로젝트들이 잘 진행된다. Query understanding, Question Answering, Knowledge Graph 분야에서 4년간 일을 했고, Bing에서 쓰이는 기술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제 다른 문제들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정적으로는 올해에 Bing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기술적으로는 문서들만 랭킹하던 과거의 검색엔진에서 Knowledge Graph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전달해주는데에 초점을 훌륭히 바꾸었고 앞으로는 personal assitant인 Cortana에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현 직장에 머물러야할 이유와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할 이유를 정리할 필요를 느껴서 글로 적었다.


옮겨야 할 이유들: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서. 머신 러닝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하는 팀이라든지, 오픈 소스를 더 많이 사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라던지.  

    시애틀에서 실리콘 밸리로 옮긴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이직의 기회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고객에게 임팩트가 더 크고, 고객과 더 가까이 일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잘 만들어진 기업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 우리 팀의 문화는 좋지만, 큰 회사이다보니 다른 팀들은 우리와 문화가 다를 경우가 많다.

    일하는 분야를 바꾸어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해볼 때가 되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외에도 디자이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프로젝트 매니저들과 좀 더 긴밀히 협업하는 환경에서 일을 해 보고 싶다.    


머물러야 할 이유들:

    이 곳에서 좋은 커리어 레코드를 가지고 있다. 다음 승진이 1.5~2년 내에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에도 하이 포텐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테크 리더로서 리더쉽 경험을 더 많이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내가 만약 매니저가 되고자 한다면 이 경험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근래에 핫한 딥러닝을 배우고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    

    현재 매니저와 팀 멤버들이 너무 좋다. 비록 내가 존경했던 동료들이 몇몇 떠나긴 했지만.  

    시애틀을 사랑한다.   

    여기서 승진을 한 번 더 하면 principal level인데, 그 시점이 옮기기에 더 적합할 시점일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어느 쪽이 확실하게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양쪽이 좋은 이유들이 있는 것 같았다. 머물러야할 이유의 대부분은 명확한데, 다른 곳에 간다면 실제로 어떤 걸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우선 인터뷰를 하면서 정보를 더 수집해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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