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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Mar 10. 2017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며 Part 2/2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찾아서

한 직장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었으니, 다른 회사에서의 기회들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이 시점에 직장을 옮기지 않더라도 아래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장에서의 나의 현재 가치. 나의 동료들이 어디로 이직하고 어느 정도 받는지 들어서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나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오퍼를 받아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현재 내가 옮길 수 있는 곳. 즉, 내가 가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장들.

내가 익숙한 일 외에 새로운 기회들.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어떤 기회들이 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좋은 질문들을 많이 받았고 적절한 답변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인터뷰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 회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회사 문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회사들도 있어서 고무적이었고, 근래에 부쩍 personal assistant 개발이 이루어져서 (Alexa라든지 Google Home이라든지) 내가 배운 Query Understanding이 소프트웨어 대기업에서는 다 쓰일만하였고, 시장을 더 넓히자면 검색 분야의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찾아볼수록 이들 외의 분야의 기회에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오픈 소스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나도 또한 오픈 소스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싶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좋은 기술들이 많은데 오픈 소스로 개방한 기술들이 많지 않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적었다. 예를 들면, Tensorflow 가 대중의 관심을 다 가져가고 나서야 CNTK를 오픈 소스로 내놓았다. 오픈 소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궁금했고, 내가 쓴 코드가 세상에도 알려져서 다른 곳에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내가 그 코드를 썼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떤 회사들을 phone screening 때부터 hiring manager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는데 (Netflix, Twitter, Uber, and etc) 이 회사들에게 감사한다. 서로 바라는 바가 맞는지 좀 더 많은 정보를 일찍 교환할 수 있으므로 서로에게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로의 fit이 잘 맞는 팀과 인터뷰를 볼 때 그냥 randon engineer들과 인터뷰를 볼 때보다 훨씬 성공률이 높은 것 같다. 코딩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 가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두 가지 유형의 문제가 어려웠는데, 한 가지는 문제를 던져주고 최적의 알고리즘으로 빠른 시간 내에 코딩을 하는 방식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문제였다. 첫 번째는 C#으로 인터뷰를 보다보니 코드가 길어지는 것이 주요인이었는데, Python으로 언어를 바꾸고서는 많이 완화되었다. 두 번째는 아직도 명쾌한 해결책은 없다.


4년 만에 인터뷰를 보는 건 어떨까 걱정했었다. 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는 자료구조, 알고리즘, 코딩에 익숙했는고 인터뷰 준비 시간도 좀 더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뷰 문제들을 연습한 지가 꽤 되었고, 회사에서의 일을 꾸준히 하면서 인터뷰 준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력을 쌓고 인터뷰를 보는 건 도움이 되는 점도 많았다. 인터뷰의 반대편에 서 본 경험 덕분에 코딩 외에도 사람들이 인터뷰에서 어떤 걸 평가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걸 줄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대화를 좀 더 수월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회사가 요새 핫하다는 peer pressure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중심을 잡기 위해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는 점점 더 작은 회사로 가서 내가 하는 일의 임팩트를 키우고 싶었다. 근래에 많은 혁신들을 보면 작은 회사들이 이루어낸 것이 많은 것 같다. 큰 회사들은 작은 회사들을 사서 그 혁신들이 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두 번째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키우고 싶었다. 머신 러닝 쪽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있는데, 순수한 리서치를 하는 사람들, 머신 러닝 모델만 만드는 사람들,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 제품에 적용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머신 러닝 모델을 큰 스케일에서 빠르게 작동하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엔지니어 등, 이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지금은 머신 러닝이 한참 발전하고 활용되는 시기이며, 이 시기에 머신 러닝 분야에 충분한 경험을 쌓아두고 싶었다. 


그리하여, 트위터의 온라인 광고 랭킹을 맡은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결정의 이유는  

나의 열정인 정보의 민주화에 앞장서있는 회사이고

새 매니저와 팀원들이 마음에 들었고 

머신 러닝을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팀의 성과가 회사의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분야에 (온라인 광고) 익숙해질 기회이고

기존에 일하던 분야의 경쟁 제품이 아니어서 떠나는 팀에게 덜 미안하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팀이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해보고 (딥러닝과 온라인 러닝의 점목이라던지)

팀에게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주고 싶으며 (검색엔진의 좋은 관점들을 온라인 광고에도 적용)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기여하고 싶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한 번도 참여해보지 않아서 처음 commit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milestone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긴밀하게 일하는 사람들 말고도, 다양한 회사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예를 들면 마케팅 부서의 사람들이라던지. 


정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


돌이켜보면,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준 Bing에 대한 충성심도 있었고 나를 성장시켜준 매니저에 대한 의리도 있어서 일반적으로 한 팀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동안 커리어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서 감사하지만, 이젠 성장을 위하여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강을 건너고 돌이켜 보니 당연히 했어야 하는 선택이었는데, 그 강을 건너기로 마음먹기까지 오래 걸렸고, 강 건너편이 정말로 이 쪽보다 더 좋은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이직의 가장 큰 변화는 회사와 나의 운명을 구분하였고, 나의 커리어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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