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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홉이든 HOPEDEN Nov 06. 2015

키아오라! 뉴질랜드 북섬을 달리다 D+94

뉴질랜드 New Zealand

네이버 블로그로 이전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더 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

http://blog.naver.com/hopedenkorea



(2014.12.11)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여기가 어디더라? 오클랜드 공항. 비행기 도착시간이 한밤중이었던 관계로 공항 라운지에서 하룻밤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우리. 일단 정신 좀 차려보자. 

장기 여행, 더욱이 자전거 여행은 세세한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단지 3년이란 기간 동안 이동하게 될 대략의 경로와 호주-뉴질랜드-칠레 구간의 항공 일정뿐이었다. 

뉴질랜드에서의 여행은 남섬, 북섬 합쳐서 40일 만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그저 설렌다. 또 얼마나 멋있는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쓴 커피 한 잔에 정신이 나자 ‘오달’ 이와 ‘내심’ 이를 재조립하였다. 반으로 나뉜 프레임을 이어주고, 튜브에 바람을 넣고, 브레이크와 변속기를 점검한다. 혹여나 비행 중에 생긴 이상은 없는지도 꼼꼼하게 살핀다. 조립을 마친 자전거에 바이올린과 패니어 가방을 싣고 나면 출발 준비 끝. 


키아오라(‘안녕하세요' 또는 '잘 계세요'를 뜻하는 마오리족  인사말)! 


남쪽을 향하여 라이딩은 시작되었다. 일차 목적지는 북섬 남서쪽에 위치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으로 직선 거리 600km이다.  

계획한 루트가 특별히 없을 경우, 그 나라의 1번 국도를 달리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이번엔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우리 앞을 막아선 자동차 전용도로 표시. 어쩔 수 없이 지방도를 찾아  우회하였다. 복잡한 우회 도로에서는 길을 잃기 쉬워 지도를 자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약간 길을 헤맨 후 공항 외곽을 벗어나자 이제 방향이 좀 잡힌다. 안도감에 한 숨 돌릴 겸 자전거를 세웠는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좀처럼 볼 수 없던 후라이드 치킨 가게. 아침 메뉴로 먹기엔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 가게 손님이 꽤나 많이 들락거린다. '

우리 저거  먹자! 동양인 느낌의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메뉴 선택이 어려워 뭘 고를까 망설이던 스테이시가 주인에게 물었다.


"둘이 먹기에 적당한 걸로 주시겠어요?"


저니와 스테이시의 사이즈(?)를 한 번 훑어보더니…


"내가 딱 보면 알지요, 이거면 될 거요"


건네 받은 종이 바구니에 담긴 것은 다리 부위 하나, 날개 부위 하나 그리고 마늘 버터 빵 한 조각이었다. 아저씨는 물끄러미 우리를 보시더니 자전거는 걱정 말고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먹고 가란다. 뉴질랜드 라이딩  첫날, 기분 좋은 분을 만났다. 라이딩은 시작되었고 남쪽을 향해 쭈욱 달려 내려가면 되고 이제 관광에 대한 정보만 모으면 된다. 가장 좋은 정보는 역시  현지인으로부터 나온다.    


"사장님, 휴가 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세요?"
“당연히 퀸스타운이지! 남섬에 있는 곳인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퀸스타운? 이때만 해도 이후에 우리가 그곳을 여행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낯선 지명, 그것은 여행자로서 겪는 어려움이자 즐거움이다. 한 지점을 향해 가는 길에 수 많은 중간 스팟들을 거치게 되고 이윽고 그 마을의 모습들과 생소했던 이름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막연하게 크다고 생각했던 지구는 우리에게 조금은 더 작게 또 조금은 더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 후라이드 치킨 맛있는데? 또 허브 양념이 벤 마늘빵은 치킨과 잘 어울린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뭐든지 맛있어서 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건 객관적으로 정말 맛나다. 여행 마치고 오클랜드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들를까라고 생각할 정도다.  


시커먼 구름이 점점 몰려온다. 북섬 주간 날씨를 보니 앞으로 삼사 일간 비가 올 모양이다. 호주 우핑 때 만난 스티븐이 알려준 모바일앱을 이용해 근처에서 수월하게 캠핑장을 찾을 수 있었다. 미뤄둔 여행기도 쓰고 장시간 비행의 여독도 풀면서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자. 

이동거리 31.23 km
뉴질랜드 누적 31.23 km
총 누적거리 738.63 km


남쪽으로

(2014.12.12 - 2014.12.14)

몰아치는 폭풍에도 캠핑장은 고요하다. 유독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작은 어려움이라도 겪을 때면 다가와서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한국과 닮았다.  노후된 캠핑장이지만 그 어떤 최신 시설을 갖춘 캠핑장 보다도 이런 따스한 미소가 있는 곳이 우리는 훨씬 좋다.    


뉴질랜드 우프(WWOOF)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공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나라가 바뀌면 나라별 우프사이트에 새로 가입을 해야 되고 각각의 사이트 시스템에 적응해야 된다. 조금은 피곤할 수 있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어 그나마 수월하게 호스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 중인 우퍼 커플입니다. 오클랜드~웰링턴 구간 우핑 원합니다’.


우퍼를 찾는다는 호스트의 글 중 상당수가 장기 투숙을 선호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껏해야 열흘에서 2주 가능한데 그래서 연락이 없는 건가. 캠핑장에서의 나흘이 다 지나가도록 단 한 건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이동하면서 계속 포스트를 업데이트하다 보면 무슨 소식이 있지 않을까. 


'안녕'이라고 인사하면 쳐다 본다

(2014.12.15 - 2014.12.20)

1번 주도와 나란히 난 국도를 따라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되었고 대략의 코스도 잡혔다.  


‘오클랜드 - 해밀턴 - 타우포 - 레빈 - 웰링턴’ 


상세 코스는 스마트폰 지도 및 아이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참고하여 설정하였다. 1번 국도를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타운에는 ‘아이사이트(i-Site)’라는 여행 안내 센터가 있는데 버스 예약, 여행 상품 알선, 기타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 책자나 무료 지도를 구할 수 있어서 자주 들렀다. 


고속 도로를 한참 달려 제법 큰 도시 해밀턴 근교에 이르렀다. 큰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시내가 보일 것 같았는데 지도 상으로는 아직 멀었다. 마침 그때 다리 아래로 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가 보였다. 한국의 한강처럼 강을 따라 산책로가 쭈욱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진입하였다. 한적한 자전거 도로를 나란히 달리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이 순간이 참 좋다. 


'해밀턴(Hamilton) - 캠브릿지(Cambridge) - 티라우(Tirau) - 푸타루루(Putaruru) - 토코로아(Tokoroa ) - 만가키노(Mangakino)’를 거쳐 타우포(Taupo)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토코로아에서 32번 국도로 접어 들었다. 고속도로와는 대조적으로 무척 한적하였다.  그다음 구간인 '포이히피 길(Poihipi Rd)’이 꽤 힘들었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다. 그늘조차 없어 지쳐갈 무렵 맞은 편 길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 커플을 만났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온 중년부부 알란(Alan)과 알리샤(Alicia). 북섬에서  2000km쯤 달리고 있다고 한다.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 커플의 건강함과 부부애가 존경스럽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담긴 명함을 건네준 후 아쉽지만 미국에서 다시 만나길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들은 우리가 달려 온 길을,  우리는 그들이 달려 온 길로 페달을 밟는다. 


시원한 내리막이 한참 이어지더니 언덕 너머 호수가 보인다. 북섬의 유명한 관광지 타우포(Taupo) 호수. 싱가포르 크기의 이 아름다운 호수는 마치 바다 같다. 호수 언저리  군데군데 온천 수증기가 올라 오고 있었다. 무료 온천욕을 꿈꾸며 손을 담가 보니 표면만 뜨겁고 아래쪽은 차가웠다. 증기가 올라오는 호숫가에서 무료 일박.

그다음날은 기록적인 날이었다. 자전거 이동 거리  1,000km! 

고생했어 오달아. 내심아.

이동거리 326.80 km (6일간)
뉴질랜드 누적 358.03 km
전체 누적 1065.44 km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 해밀턴 인근

(2014.12.21)

호주에서는 비교적 얕은 언덕이 많았었는데 뉴질랜드는 산이다. 남섬에 비해 북섬은 산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남으로 향하는 길에 한 번은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이곳이 바로 그 시련의 구간이다. 타우포를 지나면 바로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인데 북섬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Mt.Ruapehu, 2797m)이다. 여러 코스 중 비교적 해발이 낮은 투랑이(Turangi, 1067m) - 와이오로(Waiouru) 구간으로 넘기로 했다. 시작 지점이 이미 해발 360미터였기에 700미터의 오르막이 예상되었다. 투랑이를 지나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사막 도로(Desert Road)’란 길이 이어졌다. 미리 마음을 굳게 먹고 출발한 덕분인지 두어 군데 아주 깊은 경사를 빼고는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단지 꾸준히 이어진 오르막에서는 평속 5km/h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자전거 짐만 아니라면 걷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다. 그 속도로 5시간을 달려 정점에 도착했다. 고원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해발이 높아도 실 감나지 않는다. 루아페후 만년설 풍경을 음미하며 와이오루까지 완만하게 내리막이 이어졌다. 가볍게 평속 20km/h는 나온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저니의 한마디 외침!


“이 맛에 자전거 타는 거라고!”


해 질 무렵 와이오루에 도착했다. 큰 산을 넘은 노고에 대한 대가로 오늘 하루는 모텔에서 묵기로 하였다. 따뜻한 샤워와 함께 긴장으로 뭉친 근육은 서서히 풀리고 피로가 한결 가신다. 인터넷을 연결하자 우프  호스트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실망. 타우랑가(Tauranga)라는 곳으로 이곳과 너무 멀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안 되겠다 싶어 호스트 리스트에서 지역별로 선별하여 직접 연락을 취해 보았다. 이것도 별 소득은 없었다. 이미 우퍼를 구했거나 보다 길게 묵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낙농업이 발달한 뉴질랜드이니 양이나 소 목장에서 꼭 한 번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뉴질랜드의 인구수는 430만(한국의 10분의 1 정도). 그 인구수 보다 많은 양이  목축되고 있다고 하는데 뉴질랜드에서의 우프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하는 수 없이 우프 게시글을 갱신해 두고 잠이 들었다. 

이동거리 62.39 km
뉴질랜드 누적 420.42 km
전체 누적 1127.83 km


끝 없이 이어진 길

(2014.12.22 - 2014.12.24)

도로에는 자전거를 실은 차가 늘 많다.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5대씩 실은 경우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산 자락  여기저기 멋진 트레킹 코스가 많아서 차에 자전거를 실어 근처까지 이동한 후 트레킹을 즐긴다고 한다. 차에 실려 가는 자전거는 승마 말 같고, 우리 오달이와 내심이는 당나귀 같아 보여 괜히 미안하였다. 우리 당나귀… 아니 오달, 내심아. 목적지에 도착하면 체인에 기름 쳐 줄 테니 조금만 더 힘내자. 


또한 캠핑카도 무척 많이 보인다. 다인승 밴을 개조해서 만든 슬리퍼밴(Sleepervan), 부엌과 방이 딸려 있는 캠퍼밴(Campervan),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제대로 갖춘 모터홈(Motorhome) 등 매우 다양하다. 캠핑카의 종류 만큼이나 캠핑카 렌트 업체도 다양했다. 자연스럽게 캠핑카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저니가 스테이시에게 한마디 건넨다.


“전에 치킨집 아저씨 퀸스타운이 좋다고 했지… 우리 남섬에선 캠핑카 빌려서 여행해볼까?”


그런 호사스러운 여행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약간 부담이 있었지만 캠핑카를 타고 하는 여행이라... 상상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힘들게 자전거를 타다가 차를 타면 정말 편하겠지? 퀸스타운과 더불어 남섬은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캠핑카를 누비며  이곳저곳 두루 다닐 생각을 하니 한껏 설렌다. 다만 시기상 극성수기이기 때문에 렌터카 예약이 쉽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곧 연말이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또 저니가 스테이시에게 한마디 건넨다.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지붕 있는 집에서 파티라도 할까?”


사실 아직 우핑 할 곳도 없는 상태인데 웰링턴은 얼마 남지 않았고 캠핑장서 사나흘 묵으면서 휴일도 보내고 호스트도 찾기로 한 것이다. 지붕 있는 집이란 바로 캠핑장의 캐빈(Cabin)을 뜻한다. 레빈(Levin)에서 괜찮은 캠핑장을 찾았다. 짐을 풀고 시장을 보러 갔다. 오늘은 예산 따위 잊어버리고 실컷 사자! 페니어 가방 가득히 장을 봐왔다. 캠핑장 키친을 빌려 구운 스테이크와 채소, 치즈와 와인. 우리의 만찬은 아름다웠다.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랑해♡"


매일 붙어 있는 데도 할 얘기가 그토록 많은지 와인 한 병을 다 비워도 끝나지 않은 우리 이야기는 밤 늦도록 이어졌다. 

이동거리 173.42 km (3일간)
뉴질랜드 누적 593.84 km
전체 누적 1301.25 km


크리스마스는 오붓하게 둘이서



(2014.12.25)

크리스마스 아침.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펴니 어깨가 가볍다. 한국 시간에 맞춰 가족, 친지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모두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시다니 다행이다. 시골 장모님의 조심스러운 한 마디.


“김서방, 한국 안 오고 싶나?”


그 한 마디 질문에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늘 자식 걱정인 부모님 얼굴이 아른거린다. 저니는 답변했다.


“무척 가고 싶어요, 어머니!  후딱 지구 한 바퀴 돌고 가겠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기 위해서 충실한 여행을 하고 싶다. 잠시 멍하게 있던 저니. 더 이상 전화조차 드릴 수 없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 것이다. 비행기 한 번 타 보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다 먼저 떠난 그녀. 지켜내지 못한 것이 한 없이 미안하다. 후회 없는 삶이란 있을까... 나중이란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꿈꾸던 것을 하자. 


'낳아주셔서, 이 멋진 세상을 보여 주셔서 고마워요 엄마...' 


순회 전화를 마치고 저니는 신년 카드 디자인을 하였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해외 지인들께 우리의 모습을 담아 전화 대신 이메일로 인사드렸다. 모두들 따듯한 성탄 휴일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난생처음 맞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우리는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뉴질랜드엔 캠핑장이 많다



(2014.12.27)

캠핑장을 떠나기 전날 드디어 우핑 할 곳을 찾았다. ‘와이카나에(Waikanae)’라는 곳으로 ‘웰링턴(Wellingto)’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호스트 프로필로 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게시글로 보아 제초작업이 주가 될 것 같다. 원하던 목장일은 아니었지만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충분히 쉬었기에 자전거 페달이 가볍게 느껴졌다. 와이카나에까지 이르는 길은 대부분 평지로 자전거 타기에 좋아 생각했던 것 보다 일찍 도착했다. 우핑지에 도착하자 호스트 로젤리아(Rozellia)가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이동거리 50.58 km
뉴질랜드 누적 644.42 km
전체 누적 1351.83 km
자세한 이야기는 농장일지,
"피로는  강물 따라 저 멀리 - 와이카나에 뉴질랜드”편을 봐주세요.



(2015.01.05)

일주일 간의 우핑 기간 동안 착실히 관광 정보를 모으고 미리 해두어야 할 예약도 마쳤다. 남섬 가는 방법은 비행기도 있지만, 비용 부담도 적고 자전거 싣기에도 수월한 페리를 택하였다. ‘웰링턴-픽톤(Picton)’ 약 3시간 30분 소요. 다음은 캠핑카 예약. 역시 성수기라 픽톤에서는 예약이 불가능하였고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빌리는  수밖에. 저렴한 상품을 찾다 보니  며칠간 인터넷에서 손품을 팔아야 했다. 운 좋게 스페셜 오퍼를 구할 수 있었는데 열흘에 NZ 600달러. 일반적으로 하루 NZ 150달러임을 감안하면 무척 좋은 가격이다. 사이즈 또한 우리 둘에게 아주 적합한 ‘슬리퍼밴(승합차를 개조한 형태)'이다. 다만 차량 연식이 오래된 것이 약간 걸렸지만 굴러가지 않는 차를 렌트로 내놓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되면 자연히 ‘픽톤-크라이스트처치’ 구간은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차가 별로 없었다. 가격이 약간 높았지만 망설이다 그것 마저 매진될까 봐 곧바로 예약하였다.  


남섬 투어의 모든 예약 작업을 끝내자, 오클랜드 공항으로 돌아가는 일이 또 걱정이었다. 웰링턴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는 방법 밖에 없는 걸까... 다른 여행자들은 어떻게 다녔는지 검색하던 중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하였다. ‘리로케이션 서비스(Relocation Service)’. 렌터카의 픽업지와 반납지가 다른 경우 반납한 차량을 원래 차량이 있던 곳으로 대신 옮겨 주는 것으로 신용카드 개런티 외엔 별도의 렌트비가 없다. 뉴질랜드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한 유용한 서비스다. 인내를 갖고 여러 날 기다린 덕분에 꽤 괜찮은 다인승 승합차를 예약할 수 있었다. 


와이카나에에서 출발하여 웰링턴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하였다. 꽤 높아 보이는 언덕길이 한 번 있었지만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다. 또한 페리 타는 곳이 도시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시내가 아닌 외곽 도로로 우회하였기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두어 시간 여유를 틈타 늦은 점심을 먹을 겸 시내를 다녀왔다. 도시는 늘 바쁘고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페리 승선. 모든 차가 승선을 마치자 자전거를 싣을 수 있었다. 남섬을 들어갈 때는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나올 때는 ‘블루브리지(BlueBridge)’ 페리를 이용했다. 페리에 기차도 싣는다더니 과연 인터아일랜드호 바닥에 레일이 있다. 자전거를 단단히 고정하고 승객칸으로 이동. 고래 같은 배는 요 동 없이 유유히 바다를 건넌다. 밤 9시 30분. 웰링턴을 떠나 3시간이 지나서야 픽톤에 도착하였다.

캠핑장을 찾아 어둠 속의 라이딩, 남섬은 춥구나.    

이동거리 69.49 km
뉴질랜드 누적 713.92 km
전체 누적 1421.32 km


자전거는 늘 마지막에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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