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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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을 숙소는 허스트빌(Hurstville)이라는 곳으로 시드니 센트럴 역(Central Station)에서 남쪽으로 20km 거리이다. 에어비엔비(Airbnb)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차이나타운 같은 곳으로 지나는 사람들 태반이 중국계이다. 홍콩 출신의 신혼 부부 집은 대체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사람들도 친절하였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틀간 시드니 시내 관광을 하기로 한 우리는 전철에 자전거를 실었다. 열량 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좌석이 2층 구조로 되어 있어 꽤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다. 출입문 주변이 넓어 자전거를 싣기에 좋은 자리이다. 하지만 가급적 출퇴근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첫날은 센트럴 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가로 질러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로 향하였다. 2007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의 아이콘으로 20세기 가장 독특한 건축물 중 하나이다. 불리기에 충분하다. 독특한 조개 껍질 모양 지붕은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한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우촌(Jørn Utzon)의 디자인으로 오렌지 껍질을 벗기던 도중에 떠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얀 지붕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케이블에 의해 고정되었고 그 표면은 스웨덴에 특별 주문 제작하여 수입된 세라믹 타일로 덮였다. 당시 건축 기술의 한계와 비용 문제 및 실내 디자인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야기된 여러 갈등 구조 속에서 애초에 계획했던 더욱 놀라운 외형은 모두 반영될 수 없었다. 결국 예상했던 건설 준비 계획 기간보다 9년이 더 걸렸고, 비용 또한 14배나 초과되어 각종 기부금 및 특별 복권으로 충당하였다는 이야기 등 한국인 투어 가이드의 보충 설명이 이어졌다. 클래식에 관심이 많아진 우리는 오페라 공연 한 편을 꼭 보고 싶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공연이 뜸한 시기였고, 겨우 남은 발레 공연 마저 전석 매진이었다. 30분 간의 가이드 투어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비비드 시드니 페스티벌 기간(5-6월)이나 불꽃축제가 열리는 연말에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
'로열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을 끼고 있는 해변 산책로를 돌다가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자전거를 멈추었다. 그리고 스테이시가 준비해 온 김밥을 꺼냈다. 숙소 인근 한인마트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었는데 피크닉에 아주 잘 어울리는 메뉴이다.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 가운데서 먹는 김밥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공원을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아트 갤러리(Art Gallery of NSW)’를 발견하고 전시회 구경을 하였다. 마침 ‘Pop to Popism’이라는 팝아트 전시회가 있어 관람했다. 앤디 워홀(Andy Warhol) 말고도 많은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국가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근래 그림에 관심이 높아진 스테이시(Stacey)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서큘라 키(Circular Quay)에는 대형 호화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 배도 우리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겠지. 하버 브리지(Habour Bridge)에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다리 위 걷기'(Bridge Climb)'을 하고 있었다. 시드니 시내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하버 브릿지가 제격이다. 수족관 '씨 라이프(Aquarium Sea Life)’를 거쳐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하루를 마쳤다.
둘째 날은 '본다이 정션 역(Bondi Junction Station)’에 내려서 자전거로 ‘본다이 비치(Bondi Beach)’로 향하였다. 약간 오르막이었지만 짐이 없기에 가볍게 오른다. 언덕을 넘어 내리막을 마구 내리더니 해변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해변에는 서퍼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 끝자락에 위치한 해수 수영장을 보니 당장이라도 뛰어 들고 싶었다. 본다이 비치의 압권은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였다. 오랜 시간을 거쳐 형셩된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 자연 그대로의 꽃과 풀,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 그 사이로 조깅을 즐기는 현지인들, 부럽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북으로 이동했다. 영화 ‘빠삐용’의 배경이 된 절벽으로 유명한 '갭 파크(Gap Park)’로 향하였다. 절벽이 있는 곳이라 계속 오르막이 이어진다. 차로 왔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자전거로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장소, 이 포인트 정말 엄청나다. '더들리 페이지 보호지(Dudley Page Reserve)’라는 곳으로 ‘시드니 타워’,’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 등 시드니 전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굉장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것이 맘에 쏙 들었다.
갭 파크에 가까워질 때쯤 오래된 등대를 만났다. 호주에서 처음 세워진 등대라고 한다. 등대에서 해안선을 따라 난 산책로는 갭 파크로 이어졌다. 바다 저 너머 맨리(Manly)가 보인다. 산책로 일부는 공사 중이어서 다 돌아볼 수는 없어 약간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인근 전철역까지 줄곧 내리막이어서 버스보다도 먼저 도착하였다. 사이클링 내내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귓가를 스쳤다.
다음에 보자,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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