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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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정말 큰 나라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도 여럿 선정되었다. 특히 '그레이트 오션 로드(The Great Ocean Road)',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그리고 '울루루 에어즈 락(Uluru Ayers Rock)’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시간과 돈이 넉넉해서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형편을 고려하여 '울루루 에어즈 락(Uluru Ayers Rock)’을 관광하기로 결정했다. 아쉽지만 다른 곳들은 나중에 호주를 다시 찾을 이유가 되도록 남겨두자.
12월 1일. 총 4일간의 일정.
시드니(Sydney)에서 '콘넬란 공항(Connellan Airport)', 다른 이름 '에어즈락 공항(Ayers Rock Airport)'까지는 3시간 반이 걸렸다. 호주 대륙 동서남북의 한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 울루루. 자동차로 종단 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동서남북 어디서 출발하더라도 이곳까지 이삼천 키로는 달려야 한다. 인근 도시인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 출발하는 투어 코스가 많던데, 울루루에서 450km나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도착할 무렵,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울루루는 그저 조그만 돌멩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승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바쁘게 눌러대며 흥분에 들떴다.
공항에 내리자 45도 뜨겁고 건조한 열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만약 자전거로 이곳을 달린다면. 상상만으로도 목이 말라온다.
단체 투어 상품도 많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고, 뭣보다 날씨 등의 외부 요인으로 멋진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번에는 렌터카를 이용해서 자유 여행을 하였다. 차 없이 살기란 상상할 수 없다는 호주 사람들, 여기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더욱 그렇다.
숙소는 공항 인근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이용했다. 텐트 사이트 3박에 $72(1박 $36, 2 박하면 1박은 무료). 물가 높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이 정도면 좋은 가격이다. 리조트 안에는 식당, 카페, 슈퍼마켓, 우체국, 기념품 가게, 주유소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슈퍼마켓에는 웬만한 것들은 다 있다. 심지어 김치, 라면, 인스턴트 카레까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걸까? 부탄 가스와 3 일치 식료품을 구입하고 곧바로 울루루로 향하였다.
리조트를 출발한지 5분 남짓 달리자 '울루루-카타주타 국립공원(Uluru Katjajuta National Park)’ 매표소가 나타났다. 일인 입장권 $25 (유효 기간 3일). 유명세만큼 많은 다국어 팸플릿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울루루는 ‘사랑의 성소’라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 일본인 사이에 인기가 높다. 실제 우리가 탄 비행기에도 일본인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없어서 대신 영어, 일본어 두 개를 받았다.
울루루가 점점 가까워진다. 비행기에서 내려 보던 것보다, 사진으로 접하던 것 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 국립 공원 입구의 일몰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울루루의 풍경을 감상했다. 햇살의 농도에 따라 그 색을 달리 하는 이 거대한 바위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빨갛게 수줍어하다가 정오엔 투명한 오렌지 빛으로 변하더니 늦은 오후엔 검붉게 물든다. 이따금 구름 그림자가 드리울 때면 사람의 얼굴처럼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듯하다.
'일부러 멀찍이 사막 한 가운데에 자리 잡았더니 비행기까지 타고 날아와 나를 괴롭히느냐, 이 인간들아! 제발 날 좀 내버려 둬라~'
‘울루루(Uluru)’는 토착민 아난구(Anangu)족의 언어로 ‘그늘이 지는 장소’란 뜻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은 이 모래 바위가 유일하다. 신기하게도 바위 주변에는 물도 존재하고 나무들도 푸르다. 높이 348 m(해발 863 m), 지름 3.6 km, 둘레 9.4km. 단일 바위로는 세계 최대이며 바위의 대부분은 땅 속에 묻혀 있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때 명명된 '에어즈 락(Ayers Rocks)'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공식명은 '울루루/에어즈락(Uluru/Ayers Rock)"이다. 아난구족이 2만 년 전부터 신성시 여겨온 영혼의 성소로서 바위를 오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등반 관광은 성행하고 있다. 더위와 강풍이라는 이유로 오르지 못하게 되어 있기도 했고 토착민의 경고를 존중하여, 그 대신에 울루루 둘레를 걷는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크게 3가지 코스가 있지만 가장 오래 걸리는 '울루루 베이스 워크(Uluru Base Walk, 10km)’를 따라한 바퀴 돌았다. 멀리서 걸을 땐 전체의 형태를 즐기고, 가까이서 걸을 땐 손으로 바위를 느꼈다. 원주민의 자취를 밟으며 과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다만 아까부터 성가시게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 파리들. 자전거를 탈 때 괴롭히던 파리보다 더욱 성가시다. 플라이네트(fly net)라고 모자에 겹쳐 쓸 수 있는 그물망을 머리에 쓰고 나서야 파리 공격에서 다소 해방될 수 있었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2시간 30분이 지났다.
울루루에서 서쪽으로 45 k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바위 '카타주타(Kata Tjuta)'가 있다. 토착민의 언어로 ‘많은 머리’를 뜻하는 이 곳은 야간 의식이 많이 행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유명지는 '킹스 협곡(Kings Canyon)’인데 울루루에서 300 km 거리로 한나절 내내 달려야 한다. 좀처럼 이곳에 오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하루는 통째로 킹스 협곡에 할애하였다. 왕복 600 km의 거리. 도로는 사막을 끊임없이 가로지른다. 내비게이션도 필요 없다. 달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 km 지점을 지날 무렵 도로가에 차를 세운 한 중년 부부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혹시 타이어 교체할 줄 아세요?”
“해본 적은 없는데요, 한 번 해보죠 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우리는 일단 내려서 차량을 살펴본다. 뒷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일본차라 어떻게 타이어를 바꾸는지 모르겠다는 독일인 부부. 엘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 지름길이지만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 온 모양이었다. 저니는 차분하게 수리공구를 찾고 예비 타이어를 꺼내었다. 차량을 들어 올리는 장비인 잭(Jack)을 어디에 장착해야 할지 고민되었는데 잭에 그림이 잘 그려져 있어 무난히 타이어 교체를 마칠 수 있었다. 무척 고맙다며 저녁 식사를 제안하던 부부에게 우리는 앞날을 부탁드렸다.
“2년 뒤에 독일 여행 예정인데요, 그때 며칠 좀 재워주시겠어요?”
우리의 여행이 성공적으로 지속되어 유럽에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꼭 다시 만나요!
100 km를 더 달려서 킹스 협곡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우리 밖에 없다.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협곡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는 폐쇄된 듯하다. "극한 더위(Extream Heat)로 입산을 금지합니다”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아쉬운 대로 협곡 사이로 난 그늘 길 ‘킹스 크릭 워크(Kings Creek Walk)’를 따라 30분 정도 산책하였다. 협곡의 바위들은 수천 겹의 파이를 쌓아둔 것처럼 층이 져 있다. 그 가파른 바위를 어린 캥거루 한 마리가 가볍게 올라간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기에 돌아가기로 했다. 천둥번개가 치는 어둠을 가르며 숙소로 돌아왔다. 주행거리 617km. 달려 온 수고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대신 천둥 번개를 원 없이 구경할 수 있었고 미래에 신세 질 독일인 부부를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떠나기 전 날.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여행을 다니면서 엽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실천하게 되었다. 지구의 배꼽에서 전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잘 전해지길 바라며.
울루루 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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