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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홉이든 HOPEDEN Nov 04. 2015

건강한 마늘을 위한 도전, 갈릭파마시

호주 Australia, Kemsey

우프란? 
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유기농가와 자원봉사자를 연결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금전적인 교환이 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교류와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 자연과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글로벌 사회를 만드는 운동(프로그램)입니다.



( 2014.11.21 )

마늘 농사 첫해인 맥나마라(Mcnamara)씨 부부.

저니의 직업과, 장비에 관심을 많이 보이던 스티븐 아저씨.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 일을 주로 하셨다고 한다. 15세부터 채식을 해오신 만큼 평소에 건강한 먹거리와 유기농에 관심이 많던 그. 재작년 마늘에 심취되어 본격적으로 정착지를 찾아 여행하던 중 이곳을 발견 바로 이사하였다고 한다. 잘 지어진 통나무 집, 과실 나무가 가득한 정원, 4 헥타르 정도 되는 적당한 크기의 부지까지 마음에 꼭 들었던 게다.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신 케리안 아줌마는 힐링센터를 운영하셨다는데 농장 이름을 갈릭파마시(Garlic Farmacy)라고 지은 이유도 그녀가 했던 일과 관련이 있다. 바른 음식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나누고, 건강한 먹거리로 병을 치유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3월에 이사 와서 부랴부랴 마늘을 심고, 여러 가지 실험의 한 해였다고 한다. 4헥타르의 땅 여기저기를 파헤쳐가며 어디가 경작에 적합할지 연구해야 했었고, 어떤 품종이 이 메마른 돌땅에서 살아남을지 대여섯 종을 나누어 심어보았다고 하신다. 

작업에 앞서 컴퓨터로 직접 그린 농장 안내도를 보여주는 스티븐. 마늘밭 지도 같은 것인데 어느 줄에 어떤 품종을 심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몇 골 되지 않는 마늘 밭. 확실히 올해는 실험의 해인가보다. 안내도와는 달리, 품종 표식이 확실치 않아 초보인 우리로서는 마늘 줄기와 잎 모양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이때 우리의 호스트 부부, 하나씩 친절히 알려주고 어디부터 작업해야 할지를 가이드 해준다.  


마늘 뽑는 일은 간단하다. 삽이나 삼지창으로 줄기 주변 흙을 살짝 파준 후 줄기를 당기면 쉽게 뽑힌다. 마늘에 붙은 흙을 대강 털어내고 작업장으로 옮긴 다음 제대로 클리닝 한다.  호주 마트서 마늘을 많이 보았다. 그물망에 3통 또는 5통씩 든 그 모습이 무척 깔끔하다 생각하였는데, 바로 이렇게 손질을 거치는 거였구나! 잔뿌리를 잘라주고 흙을 세심하게 털어낸다. 너무 세게 솔질하면 마늘이 멍들게 되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니까 조심해야 한다. 말라버린 잎도 가지런히 잘라낸 후 5통씩 실로 묶어 천장에 매달면 끝이다. 


오후엔 언덕 아래쪽 밭에서 마늘을 뽑았다. 이곳은 더욱 척박하여 알이 무척 작다. 실망하기는 호스트도 마찬가지. 이파리 수를 세어 보더니 더 두어도 굵지 않는다며 소프트넥 화이트 품종 두 골 모두 뽑자고 하신다. 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나 하나 더욱 조심스레 뽑았다. 호주에서 유통되는 마늘의 대부분이 중국산, 마트 평균 가격은 키로당 천 원($1)이다. 그에 비해 호주산은 5배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지만 품질이 좋아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식 마늘 피클(마늘장아찌)을 담가서 인터넷 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할 생각이라는 스티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는 케리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지인들끼리 선물할 수 있는 '통마늘 다발'을 기획하고 있다는 그녀. 빨간 리본으로 곱게 묶은 샘플을 내민다. 꽤나 그럴싸하다. 뭐든 잘 되었으면 좋겠다.  




( 2014.11.22 )

아침 6시 30분. 스티븐이 분주하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직거래 장터로 시장조사 및 쇼핑 가는 날. 농부들간 농사일, 농기구, 수확, 소득, 어려움 등을 나누는 중요한 정보 교환의 장이 될 것이다. 

저니는 방에서 자신의 일을 하였고, 작업실엔 스테이시와 케리안이 오붓하게 마주 앉았다. 스테이시는 먼저 우리의 지난 일들과 이번 여행에 대해서 들려준 뒤, 평소 궁금히 여기던 호주 삶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 호주에서는 내리사랑만 있지 치사랑은 없어서 부모가 은퇴를 해도 자식이 용돈 주는 법은 없다고 한다. 건강한 먹거리가 넘쳐 나지만, 여전히 보존료, 화학 첨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는 호주인들. 호주 여성 유방암 발병률이 25%나 되는 것도 보존료 섭취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한참 얘기하였다. 


어젯밤 취침 전 우리는 '갈릭파마시'의 번영을 위해 작은 선물을 생각하였다. 로고 기증. 오전 빈 시간을 틈타 저니가 로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 갔다. 손그림으로 시작되더니 이윽고 몇 가지 후보작이 탄생하였다. 건강한 마늘을 형상화하고, 유기농과 파마시의 메시지를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저니. 맥나마라 부부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늦은 오후, 스티븐은 저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트럭에 시동을 걸더니 저니에게 함께 가지 않겠냐며. 30분 정도 가는 동안 둘은 조용했다. 물통을 사고 돌아오는 길 저니가 힘겹게 운을 띄운다. 물통은 어디다 쓰시려고요? 내년엔 본격적인 유기농 재배를 위해서 비료 대신 '박테리아 배양액'을 뿌릴 거란다. 그래서 저 1톤짜리 물통이 필요한 거란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 도움이 되어 다행이다. 


저니가 재능기부한 갈릭파마시 로고



( 2014.11.23 )  

오늘은 엘리펀트(Elephant) 종을 모두 뽑았다. 리크(leek)과에 속하는 이 종은 이름처럼 크기는 큰데, 벌브(bulb)가 없고 마늘 냄새가 약하다. '의성 6쪽 마늘' 할 때의 그 "쪽"이 벌브이다. 알과 뿌리 주변에 손톱만 한 씨를 여럿 달고 있다. 마늘로서의 매력은 없지만 알이 굵어 수확의 기쁨이 크다.  


오후에는 맥나마라 부부와 함께 옆동네 예술가 부부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공간 조형 아티스트 글렌(Glen)과 잭키(Jacky) 씨네 정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공원이었다. 뒷마당에는 수영장이 있어 오랜만에 물놀이를 즐겼다. 마침 비가 내려 더욱 운치 있고 시원하였다. 티타임을 하던 중 케리안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저니가 만든 갈릭파마시 로고. 어젠 반응이 별로 없어 잊고 있었는데 아티스트에게 검증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글렌이 매우 훌륭하다는 표현을 하자, 맥나마라 부부는 이제야 다소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휴~다행이다.


글렌 씨의 수영장에서



( 2014.11.24 ) 

아침 메뉴는 코코넛 뮤즐리. 믹서기에 코코넛 살 몇 조각과 대추야자, 사과, 견과류 등을 함께 넣고 갈아낸다. 요구르트와 꿀을 토핑 하면 한 끼 훌륭한 아침식사가 완성된다. '채식'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마늘 클리닝 작업을 계속하고 스티븐은 관리기로 땅을 팠다. 미니 관리기는 땅을 깊이 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뼘 아래는 암반이라 소리만 요란하고 더 이상 갈리지 않았다. 한 골 만드는데 세 번씩 왔다 갔다 했다는데, 마늘이 자라기엔 역부족이다. 아래로 더 팔 수는 없으니 흙을 돋우어 위로 덮어 주는  수밖에. 내일 우리가 할 일이다. 


오후 간식으로 달걀을 삶았다. 집에서 키운 닭에서 얻은 알이라 크기는 작지만 노른자가 오렌지빛이 선명하다. 건강한 먹거리에 감탄하고 있던 그때, 스티븐의 무선호출기(삐삐)에 알람이 울린다. 산불경보! 간밤에 쳤던 번개가 숲에 불을 낸 것이다. 호주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스티븐은 마실 물과 비상식량을 챙겨 소방서로 출발하였다. 큰 불이 아니길. 


과일로 만든 아침식사



( 2014.11.25 )

안개비가 내린다. 적어도 덥지는 않겠네.  스티븐은 마늘을 뽑은 자리에 콩을 심자고 한다. 우리가 맡은 작업은 골을 높이고, 고랑을 개간하여 또 다른 골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골에는 콩(Cow Pea-양대와 팥을 교배한다면 이런 모양일 것 같다)을, 고랑에는 무를 심었다. 


오후에는 케리안의  지도하에 낙엽과 가지를 긁어 모았다. 한 곳으로 몰아주면 케리안은 기계에 넣어 잘게 부순다. 닭장에 깔아줄 거라면서 손짓 하나 하나가 정성스럽다. 빗방울이 굵어져 30분 만에 작업은 중단되었지만, '낙엽 활용'을 생각해 본 좋은 경험이었다.  


마늘 선별 작업장

( 2014.11.26 )

전날 스티븐이 갈아놓은 땅에 콩을 심었다. 비는 왔지만 흙 표면만 약간 젖었을 뿐 속은 여전히 건조하고 양분 하나 없어 보인다. 첫 수확한 마늘 모두 이 척박한 땅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개척자 맥나마라 씨 부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농부의 땀과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얼추 한 골을 다 심어가던 무렵. 앗! 반대쪽 끝에서 뿔닭(Guinea Fowl) 두어 마리가 콩 심은 곳을 어찌 알고 그 부분만 콕콕 파먹는다. 강아지 클로브(Clove)도 덩달아 날뛰더니,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늘밭 주변에 왜 울타리를 쳐놓았나 했더니 가축들 때문이었구나... 망가진 부분을 손질하고 있으니, 스티븐이 그냥 두란다. 울타리가 필요할 것 같다며...


늦은 오후 시간. 

맥나마라 부부가 인터뷰에 응하였다. 미래 계획도 각자 저마다의 의견과 방향이 뚜렷하신 두 분. 한 사람만 인터뷰했더라면 남은 사람 화내셨을지도 ㅎㅎ 


고마워요 케리안, 스티븐!

갈릭 파마시의 성공을 기도합니다.

파이팅!! 


미래의 우리 모습 같아 절로 웃음이 난다.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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