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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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6 - 2015.01.07)
남섬에의 첫밤은 포근하였다. 캠핑카로 관광할 생각에 아침부터 그저 기분이 좋다. 픽톤 페리 터미널에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행 버스에 올랐다. 간밤에는 어둠에 가려져 몰랐는데 마을이 참 아담하고 예쁘다. 픽톤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꼬불꼬불 산간 도로가 이어졌다. 고원에 펼쳐진 상아색의 건조한 초원, 산등성이를 휘돌아 난 좁은 도로, 이어지는 풍경들은 북섬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히치하이커들. 역시 남섬은 여행객이 많구나...
다섯 시간 동안의 버스 관광(?)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순식간에 보여주었다. 수많은 산과, 포도밭, 목장, 때론 사슴 농장, 그리고 잿빛 모래의 해안. 하늘을 머금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구불길을 수 차례 지나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더니 곧이어 목적지인 남섬 가장 큰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하였다.
자전거로 10km쯤 달려 공항 근처에 위치한 렌터카 회사를 찾았다. 예약 정보를 확인하더니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예약된 게 없다고? 이럴 수가! 이메일을 다시 확인해 보니, 아뿔싸! 예약 상태가 '미승인(Unconfirmed)'으로 되어 있다. 인터넷 상에서 예약이 완료된 줄만 알고 꼼꼼하게 내용을 살피지 않은 실수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 남아 있는 차가 없을 것 같아 잔뜩 걱정하고 있는데 직원은 자기 할 일 하느라 왔다 갔다 분주하다. 알고 보니 우리를 도와 주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맙게도, 운 좋게도 예약했던 그 차 그대로 렌트할 수 있었다. 휴~ 하마터면 길 위에 나 앉을 뻔했다.
우리가 빌린 캠핑카는 “슬리퍼밴(Sleepervan)”이라고 하는 작은 캠핑카이다. 다인승 밴을 개조해서 만든 것인데 침대, 개수대, 미니 키친이 있다. 침대를 접으면 자전거 2대가 거뜬히 들어가니 안성맞춤. 다만 2009년식에 20만 km를 넘게 달린 노후차량이라 조금 걱정되지만 시동을 걸어보니 상태는 양호하다. 이제 남섬을 신나게 달리는 일만 남았다.
지도를 펼쳤다. 남섬 일주를 해 볼까? 아니면 퀸스타운으로 바로 직진? 자전거를 탈 때는 하루 60km 이상은 생각지도 못 하는데 지금은 300km도 거뜬하다. 우선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가볍게 액셀레이터를 밟으니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빠르고 편하구나. 차창 밖으로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차를 운전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세상을 천천히 보여주는 자전거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고맙다. 한 동안 편히 쉬렴. 오달! 내심!
티마루(Timaru), 오 아마루(Oamaru)를 지나 3시간 남짓 달려 모에라키 해변(Moeraki)에 도착했다. 동그란 모양의 커다란 돌덩이들이 모래사장에 모여있다. 모에라키 보울더즈(Moeraki Boulders)라고 불리는 이 돌들의 표면은 그물망처럼 금이 나 있는데 무척 매끄럽다. 공룡알 화석이 아닐까? 아니면 거인들의 구슬치기하던 돌? 참 기묘하다.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에는 스테이시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긴장한 모습이다. 저니도 덩달아 긴장하여 스테이시를 보니 의외로 ‘나 운전면허 있는 여자야!’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확신에 찬 눈빛. 예상보다 일찍 더니든(Dunedin)에 도착하였다. 펭귄을 보기 위해 시내를 가로질러 오타고 반도로 곧장 달렸다. 해안길을 따라 타이아로아(Taiaroa Head) 곶으로 향하는 길은 기분도 좋고 경치도 좋고 드라이브 코스로는 최고다. 드디어 노란 눈 펭귄 서식지 ‘펭귄 플레이스(Penguin Place)’ 간판이 보인다. 소규모로 개인이 운영하는 탓에 입장료(인당 N$52)가 비쌌지만 펭귄 보호를 위한 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가이드 투어에 참가했다. 서식지 곳곳에는 펭귄 보금자리가 잘 만들어져 있고 이따금 갈색 털의 새끼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 경계가 심한 펭귄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하게 터널을 이동해야 했다. 가이드도 목소리 낮춰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숨바꼭질 같다. 보호의 손길이 많아져서 어서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펭귄 플레이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앨버트로스 센터(Albatross Centre)’가 있었는데 투어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앨버트로스 대신 갈매기들만이 우릴 반겨줄 뿐이었다. 다시 더니든 시내로 돌아와 시장을 보았다. 뉴질랜드 4대 마트, 카운트다운(Countdown), 뉴월드(New world), 포스퀘어(4 Square), 팍 앤 세이브(Pak’n Save). 주로 카운트다운을 이용했었는데 오늘은 창고형 대형 마트인 팍엔 세이브에 들렀다. 반가운 한국 라면도 매대 한 가득 진열되어 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상상도 못 할 일, 장을 잔뜩 보았다.
(2015.01.08 - 2015.01.09)
더니든 시내에는 캠핑장이 없기 때문에 외곽에 있는 무료 캠핑장으로 향하였다. 캠핑카가 있으니까 이제는 사나흘에 한 번 정도만 유료 캠핑장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무료인 경우 화장실만 있어도 감사한 일인데 음용수까지 있는 곳이어서 더욱 좋았다. 다음날 순찰차가 돌더니 차문을 두들긴다. 안내판에 쓰인 경고문대로 아침 8시에는 떠났어야 했는데 30분을 넘겼다. 죄지은 듯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었는데, 밖에 세워둔 자전거 도난 주의하라는 말과 함께, 시간 언급 대신 인근 지역 캠핑장 안내도를 건네줄 뿐이다.
지도를 보면 더니든 시내 중심가는 옥타곤(Octagon)이라고 해서 팔각형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중심가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시내 구경을 하였다. 깨끗한 거리를 거닐다가 맘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들러 눈요기를 한다. 자전거 가게에서 장갑을 새로 마련하려고 하다가 비싼 가격에 놀라 바로 나왔다. 건너편 아웃도어 매장에서 그동안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던 바람막이 점퍼, 베개 그리고 캠핑용 스포크(포크 겸용 스푼)를 할인가에 구입하였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악기사. 북섬에서 저니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져 한 동안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새로 A현을 구입하고 무척이나 기뻐하는 저니.
쇼핑을 마치고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길로 유명한 볼드윈 거리(Baldwin Street)를 찾았다. 이곳의 경사는 19도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고 있는 느낌은 45도인 것 같다. 우리의 캠핑카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걸어서 올라갔다. 그 길 양 옆으로 나란히 위치한 집들이 아기자기하다. 200여 미터 오르막 꼭대기에서 아래를 휘어보니 주차해 둔 곳이 까마득하다. 차에 돌아와 지도를 보던 스테이시는 다짜고짜 산으로 올라가잔다. ‘마운트 카길(Mt. Cargill)’. 해발 약 600m의 산으로 인적이 드문 듯 비포장 도로가 이어진다. 산꼭대기 송전탑을 돌아가면 정상이라는 표식 위로 휘영 찬란한 오타고 반도와 더니든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스테이시, 이렇게 귀한 포인트를 어떻게 안거야? 정말 멋지다!”
“아까 더니든 시의회 화장실 갔었잖아요. 거기서 본 여행 책자에 지금 이 풍경의 사진이 있더라고요. 사진 아래에 이 산 위에서 본 풍경이라고 쓰여 있길래 한 번 와보자고 한 건데, 이 정도일 줄이야... 엄청나네요, 정말..."
사방으로 탁 트인 공간, 바다 하늘 산 구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더니든 관광 안내책자에 이곳이 없는 것이 신기하군. 스테이시 덕분에 멋진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견학 예약해 둔 '스파이츠 맥주 양조장(Speight’s Brewery)’을 찾았다. 예전에 일본 아사히 맥주공장 투어가 인상 깊었는데 과연 이곳은 어떨까 사뭇 기대가 된다. 투어시간이 되자 백발의 나이 지긋하신 분이 투어가이드라며 소개를 한다. 저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아사히 맥주 투어에선 젊고 예쁜 여자 가이드였기 때문이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가이드 할아버지는 스파이츠 맥주의 역사와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고 중간중간 장소를 이동하였다. 마침내 돌아온 시음 시간. 아사히 투어는 무료였고 시음 3잔으로 제한이 있었는데 이곳은 N$20 정도의 투어 비용이 들었지만 시음 제한은 없었다. 하지만 저니는 운전 때문에 한 잔 이상 마실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더니든 관광을 마치고 경로를 수정하였다. 남쪽 끝 인버카길(Invercargill)을 돌아가려던 계획을 변경해서 곧바로 퀸스타운(Queenstown)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남섬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그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밀튼(Milton)을 지나 8번 도로의 연이은 산길을 지났다. 클루사 강(Clutha river)에 비친 반영이 아름다웠던 밴디고(Bendigo) 캠핑장, 재치가 담긴 조형물이 즐거웠던 모터스포츠 파크, 체리 과수원이 많았던 크롬웰(Cromwell)을 지나 드디어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푸른 빛을 머금은 와카티푸 호수와 주변의 산맥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드는 이 곳. 과연, 여왕의 도시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느긋하게 퀸스타운을 즐겨볼까?
(2015.01.10-11)
퀸스타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액티비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란 걸 이제야 알았다. 산악 자전거, 번지 점프,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라인 루지, 열기구 등등. 그중 스카이다이빙은 꼭 하고 싶었다. 물론 비용 부담이 컸지만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경험이자 다시없는 기회였다. 놀이동산 궤도열차도 무서워하는 스테이시는 한껏 긴장한 얼굴이다. 생명 관련 서약서를 쓰고 사전 브리핑을 마친 후 비행장으로 출발 대기 바로 직전. 강풍으로 오늘 다이빙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틀 후로 예약을 변경하고 나왔다. 스테이시의 입가에는 안도감의 미소가 번졌지만, 저니는 아쉬움으로 가득할 뿐이다. 스카이다이빙은 두려움에 맞서 용기 내는 것보다 일단 날씨가 좋아야 하는구먼!
그나저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하루 일정이 틀어졌다. 어차피 날은 흐리고, 고민 끝에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찾기로 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협곡으로 기암 절벽과 설산의 풍경이 장관인 곳이라고 한다. 퀸스타운에서 멀지 않은 위치지만 직선코스가 없기 때문에 군데군데 산을 넘고 '테 아나우(Te Anau)’를 거쳐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다. 약 300km. 밀포드 사운드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험준한 길이 이어지더니 마의 터널이 나왔다. 녹색 신호가 들어오자 저속을 유지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바닥도 벽도 축축한 것이 오늘 날씨만큼 을씨년스럽다.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자 곧이어 밀포드 사운드.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이미 마지막 유람선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일 아침 첫배를 탈 수밖에.
텅 빈 항구 벤치에 앉아 자연이 그려낸 그림을 감상하였다. 피요르드 사이로 수직으로 높게 솟아오른 절벽, 하늘을 수 놓은 산봉우리들, 절벽을 흘러 내리는 폭포. 강풍을 맞으며 항구 주변을 잠시 산책하고 다시 차로 돌아갔다. 인근 유료 캠핑장은 이미 만원이어서 차를 돌려 왔던 방향으로 30km를 더 달려 호숫가 무료 캠핑장에서 일박하였다.
다시 찾은 밀포드 사운드.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유람선은 정상 운행하였다. 내리는 빗속의 피오르드는 장관이었다. 높은 절벽 사이로 만들어진 굵고 가는 수십수백 개의 폭포들은 마치 녹아 사라진 빙하를 그리는 눈물 같았다. 눈물이 만들어낸 물보라를 우리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비 내리는 날의 밀포드사운드를 볼 수 있던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2015.01.12 - 2015.01.13)
당분간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 오후 시간으로 예약해 둔 스카이다이빙 문제없을 것 같다. 오전엔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퀸스타운 전경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곤돌라 승차권이 포함된 점심 패키지 티켓이 남아 있어서 구입하였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전망대 레스토랑 메뉴는 런치 뷔페로 대체로 훌륭하였고 특히 초록 홍합이 맛이 좋았다. 레스토랑 밖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루지를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스카이다이빙!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 점핑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전원 농장 지대에 있는 강하장(dropzone)으로 이동하였다. 전문 다이버가 일대일로 붙어 직접 하나 하나 꼼꼼하게 챙긴다. 장비에서부터 자세, 주의 사항, 기초 교육이 철저하다. 드디어 탑승. 우리를 태운 경비행기는 가볍게 하늘을 날아 올랐다.
탠덤 스카이다이브. 전문 다이버 교관과 한 팀이 되어 점핑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념 비디오 촬영을 의뢰했기 때문에 영상 전문 다이버까지 함께 점핑하게 된다. 고도 12000피트 상공. 말은 필요 없다. 교관의 손가락 사인과 함께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점핑 스타트! 그저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는 것뿐.
하나, 두울, 점프!
떨어지는 순간 굉장한 공포감이 밀려 왔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아 자유낙하 중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속 200km로 하강 중이지만 귓가에 들리는 공기 마찰음을 제외하면 공중에 그대로 멈춰 있는 듯한 느낌. 눈 아래 펼쳐진 세상. 위성지도로 볼 수 없었던 디테일, 사람의 눈이 아닌 카메라 화각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화각. 불과 수 초 만에 이 모든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진다. 동시에 영상 전문 다이버가 눈에 들어왔다. 포즈를 취하라는 사인. 새처럼 날갯짓도 해보고 슈퍼맨 자세도 취해보았다. 1분가량 자유낙하가 이어지고 낙하산이 펼쳐지자 몸은 날아오른다. 낙하산을 펼치고 유유히 하늘을 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쏟아져나온다.
“와~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퀸스타운... 정말 예쁘다. 아름답다…아름다워…"
평온으로 가득하였던 5분이 지나고 무사히 착륙하였다. 공포에 떨던 그 모습은 간데 없고 몹시 흥분한 나머지 담당 다이버에게 볼 키스까지 퍼붓는 스테이시. 앗! 그녀의 돌발행동에 저니는 당황스러웠지만 그토록 좋아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였다.
“여보 어땠어? 안 무서웠어?”
“네, 안 무섭고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스테이시는 대단한 도전과 놀라운 경험에 한참 동안이나 흥분에 취해있었다.
스카이다이브, 말이나 영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 일 것이다. 직접 해봐야지만 알 수 있다. 평생에 단 한 번. 꼭 도전해보시길.
퀸스타운에서의 마지막 날.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돌기로 하였다. 캠핑장이 있는 플랭톤(Frankton)에서 퀸스타운(Queenstown)까지의 거리는 6km. 비포장이긴 해도 와카티푸 호수를 따라 시내 중심부까지 이어진 자전거 길. 맑고 투명한 와카티푸 호수를 따라 달리는 상쾌한 이 기분. 남섬 여행 내내 장거리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마지막 일정은 와카티푸 호수에서의 선상 낚시. 오늘은 연어를 잡아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해야겠다. 뉴질랜드에서는 면허 소지자만이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배는 물론 낚시 도구와 면허가 포함된 관광 상품을 통해서만 낚시가 가능하다. 배를 타고 와카티푸 호수의 중앙으로 신나게 나아간다. 가짜 미끼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고기를 유인하는 루어 낚시였다. 연어의 꿈이 쉽지 않아 보인다. 3시간의 낚시는 끝내 한 마리도 못 잡고 끝이 났다. 다른 사람이 겨우 한 마리 잡았는데 그저 그림의 떡일 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퀸스타운 이제 안녕.
(2015.01.14 - 2015.01.15)
남섬 여행도 막바지로 접어 들고 있다. 크라이트처치로 돌아가는 길.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와나카(Wanaka), 트와이즐(Twizel)을 거쳐 푸카키 호수(Lake Pukaki)에 도착했다. 우윳빛 하늘을 머금은 푸카키 호수와 3724m 뉴질랜드 최고봉인 아오라키 마운트 쿡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이룬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 담긴다. 아오라키는 연어로 유명한 곳이다. 푸카키 호수에서 이어진 운하는 그 자체로 이색적이었는데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빙하수에서 연어가 양식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큼지막한 스테이크용 두 조각을 포장 주문하였다. 크라이스트처치 바로 코앞인 리스톤(Leeston)이라는 곳에서 캠핑하며 연어를 요리하였다. 유독 붉은색의 아오라키 연어는 익어가면서 짙은 주홍빛으로 변해간다. 연어에서 스며나온 고소한 향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잘 먹겠습니다.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살살 녹아내리는 맛, 겉은 바싹하고 속살은 촉촉한 것이 여느 훈제나 냉동 연어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평소 연어를 잘 먹지 않는 스테이시도 그 맛에 감탄을 연발한다. 행복한 포만감. 선루프 너머로 밤하늘의 별빛이 밝고 투명하다. 남섬에서의 마지막 밤이구나...
(2015.01.16 - 2015.01.19)
남섬은 어느 곳이나 한 폭의 그림이다. 자연이 그린 그림으로 가득한 살아있는 미술관과 같다. 모자란 글솜씨로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며 그마저 언급조차 못한 곳도 많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엄지 손가락 번쩍 들어 올리며 역시 뉴질랜드 남섬이라고 이제는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전할 수 없었던 것을 몸소 느끼길 바라며.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 예약된 리로케이션 렌터카를 빌리고 슬리퍼밴의 짐을 옮겨 실었다. 이번에 빌린 차는 캠핑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잠은 다시 텐트에서 자야한다. 정든 슬리퍼밴을 반납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픽톤을 출발하는 배에 올라 북섬으로 돌아왔다. 1번 국도를 이용하였던 자전거 여행과 행선지가 겹치지 않도록 이번에는 동쪽 해안가로 나 있는 2번 국도를 타고 올라갔다.
북반구의 스톤헨지와 같은 곳이 남반구 뉴질랜드에 있다고 해서 들른 곳이 카터튼(Carterton), '스톤헨지 아오테아로아(Stonehenge Aotearoa)’이다. 매우 과학적인 것 같은데 영어로 된 설명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고, 잘 만들어진 비디오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북섬의 하이라이트라는 로토루아(Rotorua). 다채로운 간헐천과 머드풀을 구경하고, 온천욕으로 피로도 풀며 하루를 머물렀다. 이른 아침 이동하여 영화 ‘호빗’ 촬영지로 유명해진 마타마타(Matamata)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잘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동화 마을을 여행하였고, 거기서 멀지 않은 와이토모(Waitomo)에 들러 반딧불이(정확하게는 발광 유충)가 만들어 낸 동굴 속 우주를 만났다. 사진으로 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채 관광은 막을 내렸다.
해밀턴에서 자전거로 달렸던 1번 국도를 다시 만났다. 그때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낯익은 풍경을 만날 때면 자전거로 달렸던 때를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길을 달렸었지… 라이딩 첫날의 기억을 더듬어 그 치킨집을 다시 찾았다.
"안녕하세요, 저희 기억하시겠어요?"
“아이구! 이게 누구야? 그 자전거 타던 사람들 이는구려!”
“남섬 여행 잘하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말씀대로 퀸스타운은 정말 멋지던데요!”
“그렇지? 이야~ 기분이 좋구먼!"
'뉴질랜드' 하면 생각나는, 다시 여행 온다면 꼭 들러서 만나고 싶은 사람. 주는 것 없이 끌리고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 그는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다.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그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한 장의 메모지. 그리고 치킨과 마늘빵 한 바구니. 칠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추억의 맛을 즐겼다.
굿바이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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