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임에 중독되어 버렸다.

10년 가까이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게임 중독 현상

by 앤클

중학교 1학년 기말고사 때였다.

평균 70점이 채 되지 않던 나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아래층에 거주하던 동갑내기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서 상위권이던 터.

그래서 더욱 부모님께 성적표를 들이밀기 어려웠다.


내 성적표를 받아 든 부모님은 잔뜩 화가 나셨고,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꽤 열심히 공부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처음으로 평균 80점이 넘는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에서 상위권이고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게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당시 나는 집 근처에 있던 학원에 다녔는데, 같은 학교 친구들이 많아 수업이 끝나고 서로 어울리곤 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그 친구의 집에는 여러 차례 놀러 갔는데 갈 때마다 어떤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람 모습을 한 캐릭터가 한 장소에 잔뜩 모여 있었고 다같이 마법을 쏘며 하얗고 뚱뚱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관심도 없었는데, 매일 게임에 빠져사는 친구를 보며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친구에게 리니지라는 게임 CD를 받아왔고, 그때는 몰랐다.


이 선택이 내 인생의 10년을 뭉개버린 행동이었다는 걸.


집에 와서 게임을 설치하고 전화선을 빼서 모뎀에 연결했다.


그 당시에는 초고속 인터넷 태동기라 전화선을 빼서 컴퓨터 모뎀에 연결하면 분당 가격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빠밤 빠바밤 빰빰빰~♪ 하고 시작되는 게임 BGM은 마치 나를 과거 중세시대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1시간씩 스스로 약속을 정하고 하던 게임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고 게임을 시작했던 그 달, 전화 요금이 20만 원 가까이 나오게 되었다.


2000년도 안 되던 그 시절, 20만 원이었으니 부모님께서 어느 정도로 화가 났는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 정도 혼났으면 반성하고 그만했을 법도 한데 정신 못 차리고 그다음 달에도 비슷한 수준의 전화 요금을 받게 되었다.


과도한 전화 요금으로 인해 더 혼나기 싫어 담배 냄새가 그득한 PC방을 다니며 학교 생활을 소홀히 했다.

성적이 폭포수처럼 떨어진 건 당연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성적기록부가 좋지 않으면 양가집이라고 불렀는데 수-우-미-양-가로 나눠진 등급에서 제일 아랫 등급인 양, 가로 도배되어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년 내내 내 성적기록부는 양, 가로 가득했다.


그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없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방문한 대학 입시 박람회에서 한 곳에 수시 전형 신청을 하여 전문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게임에 중독된 채 대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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