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따뜻함만 느끼게 하고 싶다.
이 일기가 청취자에게 들릴 때, 세 번째 소설집 『모우어』도 독자에게 도착했겠지. 2023년 4월에 출간한 『이끼숲』 이후로 1년 7개월 만의 소설 출간이다. 그 공백이 긴 건 아닌데,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던 내게는 무척 오랜만인 느낌이다. 이 일기를 읽을 때는 아직 혜은도 소진도, 그리고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서작가님도 아직 『모우어』를 읽지 못했을 테니 큰 스포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미리 알고 읽으면 좋겠는 건, 이 소설집에는 무수히 많고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 올해 상반기, 해외를 떠돌고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 머물다 온 시간을 잘 정리해 넣었다는 것. 그래서 한정 수량으로 만든 소책자에는 상반기 여행 여정을 짤막하게 담았다.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성장형 작가이고 싶다. 내가 성장해가는 걸 잘 지켜봐달라고, 뻔뻔하게 독자에게 말하련다. 사람은 언제나 자라고 바뀐다. 어떤 면에서 숨기고 싶은 내 시절까지 소설로 박제해두는 느낌이 들지만, 뭐, 괜찮지 않을까? 완성형의 사람, 완벽한 사람은 허상이고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가 변화하는 그 시간에 동안 나만 변화하는 것도 아닐 테니. 독자와 나, 그렇게 세상이 다 변할 텐데 남겨지는 게 뭐가 부끄럽겠어.
『모우어』교정을 보는 동안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면, ‘살리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 무엇이든. 멸망해가는 걸 그만 지켜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고고’와 ‘파피’라는 고양이 두 마리와 연이 닿았다. 최조교 앞마당에서 10년째 밥 얻어먹고사는 어미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이다. 원래는 4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고 들었다. ‘고고’는 어디서 다쳤는지 오른쪽 다리에 고름이 가득 차 최조교가 병원에 데려가 다리 염증을 없앴지만, 집안에서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다시 마당에 풀어주었던 새끼다. 그 마을 생태계는 대장 수컷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야생의 고양이 그 자체라 모든 암컷들과 교배 후 새끼 중 수컷들은 전부 물어 죽인다고 했다. “여기 살다가는 어차피 얘네 다 죽어.”라고 말하던 최조교. 그게 끔찍하게 들리는 건 인간의 생각이고, 고양이들의 생태일 뿐이다. 정말 그뿐인데, 사진으로 본 고고와 파피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여기에 안락한 집이 있으니 이곳에 그냥 나랑 같이 머물러도 되는데. 가족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여기서 같이 지내도 되는데. 그런 생각으로 돌연 천안까지 달려가 아이들을 데려왔다. 눈에 염증이 가득 해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재채기하던 파피와 고름 짼 다리를 저는 고고가 그렇게 우리 집에 왔다. 파피는 아침저녁으로 안약을 넣고 약을 먹고, 고고는 그런 파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와중에 종종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졸졸 쫓아다니다가 만져달라고 한다. 아직 두 고양이와 나는 서로를 격렬하게 사랑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함께 머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미지근하게 스며든다. 요즘에는 아이들 챙기는 낙에 산다. 언제나 잠만 자는 공간이었던 집이, 어느새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바뀌었다. 살리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따뜻함만 느끼게 하고 싶다.
■ 준비 기간이 길어질 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지만 꾸준히 해야 할 때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나요? 입시나 공모전 등등 살면서 겪은 준비의 기간.
■ 반려동물을 키웠던 경험들이 있으신가요?
■ 미래, ‘꿈꾸는 나의 집’은 어떤 모습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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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떨기 02. 선란
『무너진 다리』 『어떤 물질의 사랑』『천 개의 파랑』『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나인』『노랜드』『아무튼 디지몬』『모우어』를 썼습니다.
환경파괴, 동물멸종,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SF소설을 씁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