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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평화 Dec 15. 2015

사람이 사람을 사람하다. 이틀

내리 사람

   "딸 신세를 질수는 없어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가 처음으로 한 말이다.   

"미국에서 잘 살다가 아빠가 이리 된걸 알고 정신병원에 있다가 나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의 앞엔 우뇌에 8cm짜리 혹이 있는 MRI사진과 방광이 온통 하얗게 변한 CT사진이 더블 모니터에서 무심히 빛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한 시간전 방광 내시경은 걺붉고 부스러진 조직들에 가로막혀 그 안을 구경조차 못했지만 그는 그 '수술'때문에 오줌이 콸콸 나온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방광에 있던 것이 머리로 간건 아닌것 같아요. 넘어져서 피가 좀 고인 것 같은데요 ...''

판독 결과를 여러번 읽어주어도 그는 똑같은 대답만 반복한다.   



"수술은 안 받을래요."

 긴 설명에 피오줌을 지린 하의만 만지작 거리다, 돌아서며 그가 말했다.    



   "전화좀 받아주실래요.."

 밀려 있던 외래환자를 열명쯤 보았을때 급하게 한손으로 전화기를 던지듯 들어오며 그가 말했다.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수영'이었던가, 지난번 입원 했을때 병상 옆에서 스치듯 본 적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짧은 대화끝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미안합니다.."

 반백의 짧은 머리칼을 휙 돌리며 나가면서 그가 말했다. 눈물은 한 방울만 흘렸다.   


  "으음~~,훠~~"

 유치원 다니는 아들이 불꺼진 방, 옆에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자신이 고통속에 죽는것보다도 자식에게 부담주는 것을 더 두려워 했던 그도 아버지였다.   


  내일은 남도에 계시는 부친의 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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