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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달력으로 그린 그림 중 한 컷을 명함으로 쓰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D님이 눈을 반짝이며 얘기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작업만 하다가, 그냥 나 좋아서 만든 것을 어딘가에 사용한다고 하니 이상했다.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이름을 넣자 순식간에 로고가 완성됐다.
자주 가지 못하는데도 참새 마음은 이미 그곳이 방앗간이다. 로고를 만드는 방식이며 레고 커스텀까지, 새롭게 해 본 것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내리는 핸드드립보다 맛있는 커피가 당길 때면 대문 밖에도 한걸음 안 하던 게으름이 어디 갔나 싶게 자동으로 발걸음 하게 된다.
들를 때마다 카페는 맞춤옷을 입으려는 듯 조금씩 변하는 중이다. 오래 묵은 간장처럼 깊은 맛을 내며 항상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