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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 Apr 16. 2018

무엇을 그릴 것인가

08





하루에 한 컷씩 태블릿을 열심히 놀려 그릴 때가 있었다. 까마득하지만.

대체 언제 그랬나 싶게 습관이란 것이 사라져서 이제는 발동 걸릴 때가 오히려 신기하다.

가끔씩 손가락이 무지막지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 꼬물딱거릴 때가 있지만 막상 하얀 도화지와 화면 앞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곤 한다. 마치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처럼.

대체 무엇을 그릴 것인가. 너무 그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그리고 싶은 것이 없는 것만큼 막막할 때가 없다. 그래서 아 이건 정말 그리고 싶다 하는 것이 떠오르면 온 몸이 근질근질하기까지 하다(때는 얼마 전에 밀었음).


여전히 먹고사는 일은 팍팍하고, 그러다 보니 예전 같았으면 못했을 마감의 일도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해치워야 하는데 누군가가 심통을 꽉 쥐고 누르는 느낌마저 들어서 이러다 수명도 같이 줄겠구나 싶은 한 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라이팬을 가장 잘 쓸 때는 충분히 데워졌을 때라고 했던가. 오랜만에 기름칠한 톱니바퀴가 쉼 없이 돌아가듯 그런 기제가 작동했나 보다. 전투적인 마감을 끝내고 한숨 돌리기 무섭게 습관처럼 들락날락하는 카페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필이 꽂혔다. 이건 그려야 해!


기성 제품이 떡하니 자리 잡은 사진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즐기지도 않는 음료에, 음료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성의 떡. 심지어 이 조합이 주말 아침상이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올렸다면 그려려니했겠지만 오래도록 보아온 이가 찍은 것은 무엇이 달라도 다른가보다. 오히려 급한 불을 끄고 홀가분하게 맥주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진다.

그렇게 그림이 머리 속에서 찰칵, 찍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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