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삶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이라는 생각을 한적 있는가?
열심히는 산거 같은데 어느 날 문뜩 폭 빠져 즐길거리 하나 없고, 방안에 누워 스마트폰에 쇼츠만 넘기며 하루를 넘어갈 때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남들은 어디로 해외여행을 갈지 고민을 하는데 나는 막상 해외여행을 가도 그리 즐거울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남이 아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뭘까?
요즘 나는 진정하고 싶은 게 뭘까를 생각하며 평일과 주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내가 원해서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장의 경제력,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며 선택해 왔던 것들도 꽤나 있었던 거 같다. 예를 들면 회사 내에서 인정이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준비 등이 그런 것들 것이다.
물론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들이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시기를 놓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봤다. 당장의 경제적 가치나 외부의 인정이 없을지라도 말이다. 내가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삶에 있어 필요하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고민해 봤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몇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대학교 1학년때 홀로 교육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는 것이고, 영어를 유창하게 해서 날 괴롭히던 영어로부터 해방되어 해외출장 기회가 오면 어플라이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미뤄두었던 자전거를 하나 구매하며 주말에는 엑셀 말고 페달 밟으며 여러 지역을 달리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참 별거 아니었는데 이런 활동들도 생각을 안 하다 보니 많이 미루어왔었다. 그러다 지난주에 결정적으로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매주 화요일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지역과 소셜에 대해 공부를 한다. 회사에서 준 기회였지만 가기로 결정한 것은 내 선택이었다. "어떻게 매주 연차 쓰고 왔다 갔다 하려고?" 이동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야 뭐 아무렴 어때 생각하며 지원했다.
지금까지 3개월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올해 들어 내가 가장 잘한 선택 중에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보게 된 수업은 <개항로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이창길 대표님의 강의였다. 검은 면티하나에 청바지, 그리고 볼록 나온 뱃살이 인상적인 아저씨는, 어디 봐도 대학원에서 수업할 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강의내용만큼은 뇌리에 박힐 만큼 정말 매력적이었다.
강의주제는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인천, 그중에서도 동인천역 거리를 다시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만든 <개항로프로젝트>에 대한 스토리였다. 그 거리를 어떻게 발전시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보람과 역경, 그리고 사람들의 선입견과 가능성, 지역주민과의 연대와 지금의 지역모습을 생생한 경험담으로 들을 수 있었다.
배불룩 나온 아저씨였지만, 인천 주민들에게는 누구보다 핫한 인싸였고, 구도심에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분이 시장이요. 싸이요. BTS가 아닐까 한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본인의 사비를 부어, 대출을 받아, 구도심을 다시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덕질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부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어나고 잘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하였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결과를 낼 수 있었고, 이미 프로젝트를 성공했지만 또 다른 프로젝트로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표님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강의장에 던졌다.
"여러분 양양이 처음부터 서핑도시였습니까? 공주에 왜 독서하는 사람들이 모일까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효율성, 합리적, 편리함, 객관적, 다수결은 이제 지겹지 않습니까? 매력은 다수결로 정할 수 없습니다"
강의 마지막 몇 분의 내용은 강의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합의하는 것은 무난한 것이다. 그리고 후진 것이다. 그러니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라. SKY, 전문직, 의사보다 기안 84 더 뜨는 세상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강사분의 얘기처럼 우리는 모두가 좋다고 멋지다고 말한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강의를 듣고 나서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 봤던 것이 바로 나다움, 내가 덕질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잘하고 싶은 것도, 미치도록 관심 가지는 것도 없는 나였지만, 정말 없는 것이 아니라 쳇바퀴처럼 살다 보니 잊을 거 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둘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잘하고 싶은 것들을 써 내려가봤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행복, 그리고 자유로움 등을 갈망한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실함, 꾸준함 등 개인의 태도를 제외한다면, 본인만의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매력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
매력적이란 뭘까? 내가 어떻게 정의하는지, 외부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력의 가치판단을 모두 외부로만 둬버리면 순간은 매력적일지라도 매력적인 사람은 될 수가 없을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표준화된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안전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가끔 쳇바퀴 같고,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다른 소비와 자극에 기대게 만든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욜로 하겠다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갈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내 비즈니스를 기획해 가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나답게 살아보자. 그것이 앞으로 대세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나를 더 풍성한 삶으로 만들어 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