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꼭 싸움이 나는 시점은 내가 아플 때다.
아플 때 힘들 때 들은 한마디가 그간의 관계가 정의되는 듯 해 큰 싸움이 일어나기 딱 좋은 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는 점점 자잘하게 아픈 횟수가 는다.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힘든 점은 아프다는 얘기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다.
난 어릴 때부터 피곤했다. 할머니는 참을성이 없다 하셨지만 난 아침마다 젖은 솜 같은 내 몸을 이끌고 등교하는 게 고역이었다. 운동도 해보고 보약도 먹어보지만 기본적인 체질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하루에 한 군데 정도는 불편하니 그건 너무 나에게 당연한 일이고 그걸 매일 가족에게 얘기하게 되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지겹지 않은가. 피곤하다고 이야기하다가 애들은 엄마가 한 얘기 중 피곤하다는 얘기가 제일 기억에 남겠다 싶어 가슴 아프곤 하다.
그러나 남편은 혈연이 아니다. 엄청나게 다정하고 인격이 훌륭한 남편이 아닌 다음 간병했다는 남편 이야기는 참 귀하다. 집은 남자들에게 휴식의 공간이나 여자들에게는 노동의 공간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아프면 병원 가. 답답하네'이런 소리가 나온 날이면 온몸을 불살라 화를 내게 된다. 현대의학이 과연 다 고치디?
8월의 반은 더위를 먹은 건지 참 힘겹게 보냈다. 진지하게 이젠 장거리 출퇴근을 관둬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도 해보고 남편에게 섭섭함도 많이 쌓아 덥고도 힘든 달이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아플 때 남편이 해줬으면 하는 것은 거의 없다. 문 닫아주기 정도. 하지만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건 않다.
양말 어딨 나 등 질문하지 말기, 시끄럽게 TV보지 말기 등. 그냥 몇 가지 안 하면 된다. 위로도 걱정도 필요 없다. 그저 조용히 없는 사람 취급해 주면 그걸로 족하다.
혹시 갱년기 든 마나님이 오늘 아프다고 한다면? 무슨 말을 건넬까 보다는 방문을 조용히 닫으며 한마디만 하자. 이 말은 우리 작은딸이 해준 감동 멘트인데 모두에게 전파한다.
"열정적으로 쉬어"
#열정적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