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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준 Mar 22. 2022

제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요

제가 일을 좋아하는데, 일도 저 좋아하는 거 같고, 회사도 좋아요.

사실 나는 그 누구보다 게으르다.
미룰 수 있는 일은 끝까지 미루고 마감 일이 다가오면 '미치겠네..'라고 생각하지만 또 몸은 안 그렇다. 누구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내 일상이라 본능을 거스르며 사는 중이다. 아니 본능이 조금 바뀌어간다고 해야 하나?


본능을 거스르는 이 행동은 꽤나 역사가 깊다.

내가 업무 하는 곳의 특성상 그럴 수가 없다. 매일이 비상사태고 매일이 새로운 걸로 넘쳐난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이슈가 많은 곳이 있다니! 웃고는 있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웃는다. 무슨 말이냐면 나라도 안 웃으면 안 될 것 같아 웃어넘기고 괜찮다고 말한다. 정신승리의 신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상황들의 연속이 지속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과 삶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거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이제는 약간 일도 삶의 일부가 된 것 같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전우애를 쌓으며 하는 친목 활동들과 내 몇십 년 지기 친구들과 만나 일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이어나가는 것도 결국 삶과 일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기에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동료와 삶을 이야기하고 친구와 일을 이야기하게 되는- 이거야 말로 조화지.


일도 결국은 내 생활,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생각보다 역사가 깊지 않다. 이번 회사로 옮기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으니까. 하루 14시간씩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도 [일]때문에 회사 오는 건 싫지 않았다. 내일 뭐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퇴근하고, 오늘 뭐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출근하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일을 잘하지는 못하는데 하고 싶어 하는 지독한 상사병 환자일 뿐.


삶과 일의 조화가 맞으려면 역시 일을 잘하기 위한 여정을 즐겨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그런 편이다. 할 일들 중에 재밌는 게 있으면 주말에도 해버리고 한다. 재밌는 건 못 참으니까. 근데 이런 행동이 동료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도 알고는 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


최근에는 나를 걱정하는 분들의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니 조금은 쉬면서 하는 게 좋다고-
근데 나는 지금의 이 조화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솔직히 주말에 안 하면 평일에 내가 힘들어서 더 본능을 거스르게 되니 생각날 때 일을 처리하고 싶기도 하다. 그니까 작작 바빠야지. 내가 이렇게 본능을 거스르게 된 건 사실 내 탓이 아니라 회사 탓, 일 탓이니까, 뭐 어쩌겠어. 돈 벌어야 하니까 내가 이런 사람인 걸 다 인정하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지.


그니까 얼른 더 큰 책임을 얻어서, 내 삶이 더 커지면 좋겠다. 내가 계속해서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 이 좋겠다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다 잘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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