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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Apr 01. 2020

건강하면서도 새롭고 다양하고 맛있는거...있다?없다?

3월 마지막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집콕 작업실콕하며 지내다보니 봄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잠시 마실을 나가 길가에 핀 벚꽃을 바라보며, 봄코트마저도 덥게 느껴지는 기온을 느끼며, 그제서야 완연한 봄을 만끽한다.

드디어 산나물의 계절! 어느덧 취나물도 보인다. 나물로 무치기 전에 몇가닥 남겨두고 오랜만에 잡채를 만들어 본다. 이 계절 해먹는 나물 잡채는 1년중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 별미 중의 별미. 게다가 재료도 따로 볶고, 당면도 따로 삶는, 그런 복잡한 요리도 아니다.

 오랜만에 연희동에 들러 좋아하는 빵집에서 빵을 여러개 사왔다. 이제 제법 다양한 샐러드를 만들기 좋은 계절이라, 샐러드도 만들고 샌드위치나 버거도 만들 셈이었다. 우선 현미를 지어 넣은 현미롤을 사용해 곡물버거를 만들어 보았다. 뿌리채소를 넣은 라구소스와 마요도 직접 만들었다. (마요네즈는 논오일)

 내가 빵을 즐겨사는 연희동의 '오늘' 빵집은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며 천연발효시킨 빵을 만들어 내는 곳. 모든 빵은 비건이며, 통밀 또는 호밀과 같은 통곡물을 섞어 만드는 투박한 식사빵들이 많다. 이곳의 사장님은 나의 빵 선생님이기도 한데, 빵 세덩이를 만들기 위해 더운 여름날 다섯시간의 수업을 강행하며 이 곳의 빵이, 그리고 천연 발효 빵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최근 샌드위치 시리즈 제2탄은 귀리식빵을 사용한 샌드위치. 귀리를 지어 넣은 빵이라고 한다. 사장님이 자신있게 맛있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자신있을 만하다… 귀리를 지어 넣어 마치 탕종식빵 같은 식감이 난다. 끼워넣은 필링은 당근라페, 양배추 코울슬로, 병아리콩 샐러드. 샌드위치 속재료로도 좋고, 가벼운 술안주, 샐러드로도 좋다.

제법 날이 따뜻해지니 조금은 매콤한 것들이 당기기도 하다. 양배추 물김치, 마지막 콜라비 깍두기와 무말랭이 고수무침을 곁들인 한상. 여기에 구운 감태를 곁들였다. 고수, 허브, 향신료는 조금은 따뜻한 철에 어울리며, 동물성 식품을 즐겨 먹어온 사람들의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식재료이다. 

최근 샌드위치 시리즈 제 3탄. 무말랭이 고수무침과 구운 템페, 즉석피클을 넣은 반미 샌드위치. 국내산, 천연 재료로만 만드는데도 매콤하고 심심하지 않은 맛이라 자부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극적이지는 않다.


 ‘건강식’으로도 알려져있는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다. 아이러니 할 수 도 있지만, 이런 삶을 살면서 오히려 먹어서는 안될 것들은 줄고,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다만,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진짜 먹거리’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빵이 대표주자이다. 마치 밀이라는 곡식자체가 몸에 좋지 않은 것처럼 보여지며, 빵도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글루텐프리를 추구하지도, 빵이나 면을 피하지도 않는다. (밥을 더 좋아할 뿐...)다만, 빵을 고를 때에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재료 또한 그러한지를 따지는 편이다. 또한 곁들이는 음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빵에 버터 또는 잼을 바르기보다는 직접 만든 소스나 샐러드, 스프를 곁들인다. 술도 마찬가지이며, 굳이 찾아 먹지는 않지만, 치즈 같은 유제품 역시 제대로 만드는 생산자들에게 꽤나 관심이 있다. 


 건강한 식습관도 좋지만, 평생 지속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이것저것 먹어선 안될것을 정하고는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한정된 음식만 먹고 사는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또, 그러한 삶을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건강식’으로 마크로비오틱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수행하는 식습관으로 알리고 싶지는 않으며,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크로비오틱은 절대 먹어서는 안될 것을 정하지 않고,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에서 다양한 장르의 식재료, 음식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식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 것은 자신의 식생활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일이다. 마크로비오틱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알기에, 요즘 특히나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무척 관심이 간다.


 그렇다면, 건강하면서 새롭고 다양하고 맛있는... 그런 음식은 있는걸까? 나의 대답은 'Yes!!' 이다. 많은 이들이 이 대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나도 그러하다) 제각각 다른 맛을 지닌 곡물, 콩의 품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가, 그리고 그 재료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유통업자 등. 그리고 이토록 소중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면서도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 들이 있다. 그러기에 마크로비오틱 이나 비건 과는 다른 수단이더라도, 똑같이 '지속가능성' 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나 또한 열린 마음으로 함께 행동하는 1인이고 싶다. 



쿠킹클래스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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