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고 달린 다음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라도 계속해서 뛰고, 그러다가 다시 또 죽어라고 달리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멋있게는,
강도높은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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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100m 달리기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 인생이 끝날 것 같고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면 결과와 관계 없이 길이 열리고, 또 길이 열리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을 알았다면 시작도 못 했을 일들을 어떻게든 한다. 반대로 삶이 마라톤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의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좀더 길게 보고 가자며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다독인다. 그런데 보통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달리다가는 언제까지고 그렇게 천천히만 달리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도 한다.
당장 달려야 할 때는 달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상충되어 보인다. 뭔가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실제로 100m 달리기를 하기에 적합한 체형과 마라톤에 적합한 체형은 서로 많이 다르다. 전자는 근육질이고, 후자는 마른 체형이 많다.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면 어느 순간 선택해야 한다. 100m 달리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200m 달리기에도 도전할 수 있지만 당장 400m 달리기에는 도전하기도 어려워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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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세 번째 달리기가 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본질적으로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달리기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장거리 달리기와 차이가 있다면, 일정한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터질만큼 폭발적으로 달리다가 또 걷지만 않을 뿐 아주 천천히라도 러닝을 계속하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는 점이다.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달리게 되면 같은 거리를 일정한 속도대로 달렸을 때보다 성적이 나쁘다. 가령 10km를 일정한 속도로 뛰면 1시간 안에 여유있게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인터벌 트레이닝 방식으로 제대로 뛰면 1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가장 효율적인 달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거리 달리기 연습에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단거리 달리기는 말 그대로 그 '단거리'를 뛰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고 쏟아부어야 한다. 뭔가를 남겨놓는다는 것은 애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거리 달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단거리 달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러나 인터벌 트레이닝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가령, 축구를 하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격투기를 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순간적으로 집중하되 완전히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모든 활동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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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365일이고, 12달로 구성된다.
일을 할 때 1년을 같은 페이스로 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에는 납기가 있고, 여러가지 업무가 몰려들 때가 있고, 분명히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단기간에 어느 정도 쏟아부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일을 할 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모르겠고 6시가 되면 퇴근은 해야겠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에서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일할 시간을 정해놓은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 중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집중할 때는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뭔가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근처에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정확히 반대의 경우도 비효율적이다. 초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이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집중할 때 집중하는 강도를 매우 높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래 일할 때 효율이 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때 효율적인 발견을 하게 된다. 문제는 갑자기 답을 찾게 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한다. 이것이 Gr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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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된다. 좀더 정확히는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집중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서 한계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좀더 파고들어갈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 집중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은지'를 알게 된다. 언제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를 풀지 못했어도 어느 순간 집중에서 벗어나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좀비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갈 필요는 없다.
반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가 없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얼음 결정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그 순간을 넘었을 때다. 1도~99도 사이를 왔다갔다 한 사람은 그 1도의 차이 때문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고 흘려보내게 된다. 어느 순간은 가슴이 터질 듯이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영원히 알기가 어렵다.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었을 때의 그 신나는 기분을, 그 중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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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완전히 쉬면 안되는 걸까. 그냥 집중한 다음에 완전히 휴식을 취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한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났을 경우에는 쉬어도 된다. 다음 번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까지, 혹은 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동안에는 어정쩡하게 뭔가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그냥 쉬는 것이 낫다. 그러나, 보통 어려움은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까 아니라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축구 경기를 생각해 보자. 방금 전력질주를 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순간에 아쉽게도 골이 되지는 못했다. 설령 골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 만으로 자리에 앉아서 쉴 수 있는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최소한 수비진영으로는 돌아오고 상황을 살피다가 언제라도 기회가 생기면 다시 전력질주를 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당장 달리지 않더라도 달릴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았는데 완전히 쉬어도 되는 경우는 없다. 스트레스를 견디고, 집중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고, 마침내 뇌가 뻗어버릴 것 같으면 잠을 자고, 길을 걷고, 생각을 하다가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순간은 언제 찾아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냥 기다리거나 완전히 OFF하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야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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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고, 회복한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