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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an 03. 2023

한 달에 600만 원 벌면 행복하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왜 아니죠?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1.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 뒤로는 소득이 늘어도 행복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By 경제학자

2.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By 트위터리안


실제로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까?

<2020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역시나 경제학자의 말이 맞아 보인다. 임금 근로자의 경우, 월 600만 원 수준을 벌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심지어 월 소득이 1,100만 원을 넘어가면 과중한 업무로 행복 수준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사업가 같은 비임금근로자의 경우에는 중간에 떼이는 것이 적어서 그런가? 주 44시간보다 적게 일하면서 월 1,480만 원을 벌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소득도 행복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근로 시간이 너무 길어지거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직장인이든 사업하는 사람이든 무조건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저는 왜 행복하지 않죠?

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2022년 월평균 소득을 계산해보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 꽤나 행복한 편이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왜일까? 심지어 나는 그렇게 오래 일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일하고, 행복할 만큼 벌었는데, 왜? 어째서? 나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을까?


여기서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꽤 오랫동안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내어줄 게 있는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될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지고 싶은 게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대안적 삶의 방식에도 꽤 많은 관심을 두고 살아왔다. 그런데도 지금의 월급이 행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니. 뭔가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하다고 하는 것인가.


혹시 돈이 모자란 건가?

연말에 시골에 짱 박혀서 <디컨슈머>라는 책을 읽다가, 뼈 때리는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그러나 많은 다운 시프터가 비자발적으로 검소한 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 소득이 적은 다운 시프터들은 보통 자신이 속한 문화적 흐름을 자각하지 못했다. 이들은 점점 각박해지는 경제 앞에서 스스로를 위해 좋은 삶의 의미를 재정의하고자 애쓰고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어차피 한 달에 2-300만 원씩 벌어서 원하는 걸 모두 가지면서 풍족하게 살 수 없을 거란 현실을 외면하고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척 한 건 아니었을까? 내 필요를 여러 번 검토하고 스스로 반려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과다 경쟁하고 착취하고 소비되는 삶을 무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었을까? 갈수록 불균형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만약 내가 지금 서울에 집도 하나 있고, 차도 한 대 끌고, 비싼 가방과 보석 한 두 개쯤을 가지고 있었다면. 부모님의 노후 걱정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리고 이 정도의 월급을 벌었으면, 난 정말 평안하고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돈이 부족하다는 트위터리안이 맞는 거 아닌가.


그럼 그 행복, 얼마면 되는데?

글쎄? 막연하게 한 달에 “꼬박꼬박” “1,200만 원“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한 달에 200만 원 쓰면 일상에서 돈 걱정은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비상금 목적으로 일부는 꿍쳐놓을 수 있을지도. 그렇게 여유롭게 불안하지 않게 쓰고도 한 달에 1,000만 원씩 저축할 수 있다면? 아니 그냥 지금 당장 30억 정도만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진짜 돈이 아닌 것들이 행복의 척도가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난 사업가의 행복 소득을 원하지만 일을 더 할 자신이 없는 겁쟁이 임금근로자인 것인가? 아니면 돈을 핑계로 그저 오늘의 행복하지 못함을 변명하는 지독한 회피형 인간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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