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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May 22. 2020

보험, 두 가지는 알고 가입하자!


보험만큼 복잡한 금융상품이 또 있을까. 대부분의 상품은 내가 직접 구매하지만 보험은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나도 모르게 가입되어 있는 경우도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보험이 나를 찾아온다. 있는지도 몰랐던 옷이 옷장에 하나씩 있듯 웬만하면 보험을 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인생을 쟁취하기 위해 세일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다니고 있을 당시에 내 머릿속에는 취업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어서 졸업하면 영업직을 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대기업 공채 영업직을 하자니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나는 당장 세일즈를 하고 싶은데. 그래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영업 중에서 보험을 팔기로 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전국에서 건수로 1위를 한 적도 있었고 보험에 대한 공부를 꽤나 했다. 최근 만기가 다가오는 보험이 있어 오랜만에 보험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새로 가입할 보험을 알아보다 보니 가입 전에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어 공유한다.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사람들이 보험을 드는 이유는 뭘까?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예기치 않게 발생하면 본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보험의 가입 이유다. 확률은 낮지만 발생했을 때 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입한 보험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가 터졌을 때 나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


보험을 가입할 때 볼 것은 하나다. 돈을 받을 수 있느냐다. 그리고 이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다. 하나는 돈을 얼마나 안 주는지 보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회사가 고객을 위해 얼마나 손해를 감수하느냐이다. 자, 함께 살펴보자.




1. 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주려고 하나?

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주려고 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얼마나 돈을 잘 안 주는지 확인하면 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내야 하는 게 보험상품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냈는데 정작 내게 일이 터졌을 때 돈을 안 준다면? 환장한다. 한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다. 보험은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나를 보호해줄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별로 얼마나 돈을 지급하지 않는지 파악한 후에 이건 너무하다 싶은 보험사는 거르는 것이 좋다.


보험금 부지급률 및 보험금 불만족도


위 사진이 바로 '얼마나 돈을 잘 안 주는가'에 대한 자료다. 여러 가지 수치가 있지만 청구건수가 30만 건 이상인 회사들을 중심으로 보자.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같은 경우에는 대형 손해보험사 중에서 청구건수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부지급률이 가장 높다. 물론 청구건수가 높아짐에 따라 부지급건수가 많아질 수도 있지만 부지 급한 비율 자체가 1.7이 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반면에 KB손보의 경우 청구건수가 약 40만 건으로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급률이 0.94이다. 청구건수가 비슷한 DB손보는 1.52다. 물론 어떤 설계사와 손해사정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해 평가해서 지급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사람)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당신과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건강이 오락가락할 때 치료비를 못 받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회사들은 대체 어떤 이유들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일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이 자료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특정 보험회사를 가입할 때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메리츠화재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다른 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고지의무를 위반한다는 것은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 치료 이력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메리츠화재는 다른 회사에 비해 상품을 가입하는 문턱이 낮다는 것이다. 무리해서 가입하면 뭐 하나. 돈을 못 받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다시 한번 '정직이 최고의 미덕이다'라는 말을 새겨보자.


현대해상 같은 경우에는 건수로만 치자면 가장 보험금 지급을 안 하는 회사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 비해 '약관상 면부책'사유가 압도적으로 높다. 12,163건 중에서 11,341건이다. 이 정도면 거의 전부라 해도 무방하다. 이 데이터는 우리에게 어떤 점을 시사할까? 현대해상의 상품을 가입할 때는 약관에 대해 꼼꼼하게 파악하고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범위의 사고가 발생했으나 그런 경우에도 고객이 보험금 청구를 신청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건수에 너무 높은 비율이다. 사고를 당했는데 약관에 적힌 한 줄짜리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못 받을 수 있다. 어느 회사나 그렇다. 그런데 현대해상의 경우 그 비율이 높다.


여담으로 삼성화재의 경우 '실효 및 보험기간 만료'로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혼자 1,000건을 넘었다. 삼성화재에 가입하신 분들이라면 보험기간을 잘 확인하시길.



2. 회사가 나를 위해 얼마나 손해를 감수하나?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의 크기는 그대로다. 리스크 분담의 문제다.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회사가 그 리스크를 대부분 짊어진다. 그것을 기대하고 우리는 매 달 자동이체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마다 리스크를 짊어지는 정도가 다르다. 보험회사에는 손해율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하자면 손해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손해가 크고 고객이 부담해야 할 부담과 위험은 줄어든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손해율이 큰 회사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손해율이 가장 큰 회사는 어디일까? 바꿔 말하면 내 부담을 가장 많이 덜어가 줄 회사는 어디일까?


직전 3년간 손해율


위 자료는 사람들이 가장 청구할 확률이 높고 가장 자주 청구하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손해율이다. 쉽게 말해 우리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상품의 손해율이라는 말. 손해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한화손해보험이다. 다른 회사에 비해 현저히 높다. 대부분의 회사는 110~125 사이에 있고 캡처하기 귀찮아 여기에 담지는 않았지만 100 이하로 내려가는 회사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보험은 위기에서 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리스크를 가장 많이 줄여주는 회사가 나에겐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가입할 보험을 알아보다 보니 오랜만에 보험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세상에 보험 상품은 너무 많고 보험 상품은 아주 복잡하다. 요즘 보맵, 굿리치, 심지어 토스에서도 나의 보험을 분석해주고 제안해주며 병원비까지 쉽게 청구해주는 서비스를 론칭해서 운영 중에 있다. 내 보험 상태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과 과한 부분에 대한 제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금을 받기 위해 어떤 서류들을 병원에 달라해야 하는지까지 친절히 안내해준다. 거기다 사진으로 서류만 찍어서 보내면 집에서도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어느 서비스를 이용하든 누구에게 가입하든 어떤 상품을 구매하든 위의 두 가지를 꼭 기억하자.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보험금을 잘 주고 있는 회사인가? 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회사인가? 


보험금은 청구할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니. 여러분의 인생에서 보험금 청구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혹시 발생하더라도 잘 대응할 수 있게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잊지 말자. 사후 대처보단 예방이 늘 싸게 먹힌다.








- 보험 상담하지 않습니다.

- 위 내용은 보험 설계사의 역량과 관계없이 보험사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쓰인 글입니다.

자료 출처 : 손해보험협회 공시실 https://kpub.knia.or.kr/etcb/InCompSaleDicLong.k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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