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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Feb 04. 2016

'학습된 무기력' 극복하기

실패해도 괜찮아




학습된 무기력은 셀리히만(M. Seligman)과 동료 연구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 학습을 통하여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현상이다. 셀리히만은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제1 집단의 개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제2 집단은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몸이 묶여 있어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받았다. 제3집단은 비교 집단으로 상자 안에 있었으나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다. 24시간 이후 이들 세 집단 모두를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세 집단 모두 상자 중앙에 있는 담을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제1 집단과 제3 집단은 중앙의 담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제2 집단은 전기충격이 주어지자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즉, 제2 집단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이 학습된 것이다. 셀리히만은 혐오 자극으로 회피 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들은 회피 가능한 전기충격이 주어진 경우에도 회피 반응을 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고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 하였다.







프리랜서 일이 끝나고  또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여러 날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이전 회사에서 조언 받았던대로 개발 세발 아무렇게나 썼던 자소서를 고치고 이력서를 수정하여 여러 회사에 지원하였다.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그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거기에 맞는 내 가치를 드러내려 애를 썼다.

이전보다 더 공을 들였던 덕일까? 여러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한 일주일 정도는 면접을 보며 지냈다. 하루에 두 개의 회사에 면접을 보기도 했고, 너무 빡빡한 일정에 면접을 취소했던 회사도 있었다. 연이은 서류 합격에 괜히 기분이 붕붕 떴던 거다.



하지만 서류 합격이 곧 최종 합격은 아니었다.



면접 봤던 여러 회사에서 줄줄이 떨어졌다.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준비도 없이 무모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회사의 입장이라도 나를 채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했던 회사에도 역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나름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내가 그렇게 노력을 다했는데도 굳게 잠긴 취업의 문은 열릴 생각이 없었다. 노력했던 회사에서 떨어지고 보니 급격한 무기력이 찾아왔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또다시 시작한다 해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또 미끄러지고 말 텐데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게 다 허무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져 일어날 기운 조차 없을 때,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무리 노력하고 도전해도 좌절만 계속되다 보면 정말 할 수 있는 일 앞에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이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극한의 상황에 처해 너무 감정적으로 힘들어졌을 때는 어떠한 말도 귀에 들리지 않고 위로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때 내가 선택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무모한 나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반나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가 만든 동굴에서 그저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오늘만 이러고 있자'는 생각은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는 건 정말 신이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자 이전에 들었던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글의 서두에도 인용했듯이, 학습된 무기력은 셀리히만(M. Seligman)이 연구를 통해 밝혀낸 용어로 반복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나중에는 실제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포자기하고 마는 것을 말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며 지난 실패의 학습이 나에게 보내는 '악마의 속삭임' 같은 것이다. 나는 사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굴복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상황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했고,  변함없이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계속적으로 부딪치고 또 부딪쳐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결코 무의미한 실패란 없다. 실패를 딛고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실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보다 뚜렷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동안 실수할 뿐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성공을 자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빌 게이츠-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윈스턴 처칠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다수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모른 채 포기한 이들이다. -토마스 에디슨

늘 명심하라. 성공하겠다는 너 자신의 결심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에이브러햄 링컨



아마 계속해서 걸어가는 여정 가운데 또 숱하게 넘어지는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말기. 내가 이뤄온 일들을 생각하기. 마음이 만든 허상에 굴복하지 않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기.








p.s.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았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아마 잘 지낼 것 같아요. 물론 쉽지 않은 길에서 또 넘어지고 또 힘들어하는 여정이 반복되긴 하겠지만요. 비슷한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제 글을 읽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걷는 길은 힘들어도, 함께 걷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해지곤 하잖아요. 좌절과 낙심이 반복되더라도 끝까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요. 견디고 견디다 보면 결국 도착해있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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