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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반장 Aug 03. 2020

[마이로컬] #1. 스위스 에멘탈 그리고 캠블리

제가 경험한, 제가 인정하는 로컬 지역과 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마이로컬 시리즈를 시작하며...

제가 일반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를 구분하는 차이는 너무 단순하지만 '지명 혹은 지역의 이미지를 사용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환원하는지가 평범한 로컬과 진짜 로컬의 여부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선 지명이 곧 브랜드가 되는 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너무 많지만... 그 중에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나열해보면 핫한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현대 자동차의 브랜드인 투싼, 싼타페 등도 역시 미국 중부의 지명을 을 딴 이름들이죠. 요즘 편의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제주 맥주나 속초IPA, 강릉 순두부 아이스크림 등 이런 것도 지명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죠.

어쩌면 그냥 멋으로 지명의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지명을 브랜드로 쓰는 이유가 지역의 이미지나 자원을 가져다 쓰는 경우라면 좀 더 깊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랜드 뿐만 아니라 지역 활동에도 마찬가지고요.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제가 생각하는 로컬에서 필요한 필수 덕목과 자격 중에 하나는 곧 지명과 자원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시각은 아니기에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리얼로컬 시리즈를 통해 예시와 사례들을 차근차근 더 소개해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로컬이란 과연 뭘까? 진정한 로컬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명을 어느 특정 기업이 브랜드로 쓸 때 그 지역에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계약이나 상황에 따라 지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곧 이미지인데 만약 지명을 가진 곳의 이미지가 바뀐다면 어떨까요? 칠레의 파타고니아가 아웃도어의 느낌이 지역이 아닌 환경이나 자연이 황폐화 된다면? 미국 아리조나주의 투싼, 뉴멕시코의 싼타페가 재개발이 심해지고 망가진다면? 당연히 브랜드에도 타격을 입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대로 기업이 지명의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대한이라는 이름과 태극기 이미지를 쓰고 있는 대한한공이 대표적입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4955237


지명만 가져다 쓰는게 곧 로컬 브랜드라고 인정받기 힘든 이유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명을 브랜드로 쓴 것들 중 쉽게 볼 수 있는 몇가지를 통해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천안 호두과자 / 임실 치즈피자 / 경주빵

위 브랜드는 로컬 브랜드일까요 아닐까요? 저는 로컬 브랜드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위의 브랜드들은 분명 로컬의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저 지명을 상표처럼 사용될 뿐 우리가 로컬과의 상관관계나 어떤 지역적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아닌거 같습니다. 이처럼 로컬 브랜드로서 지역성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여러모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성장하고 지속되고 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사하고 나누고 알려보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지역과 브랜드들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로컬 브랜드들은 그저 이름만 따다 쓰는 곳이 아닌 지역을 정말 사랑하고 그 이름과 이미지에 책임을 다하며 존경받는 곳들입니다. 그 동안 강의를 통해 사례로 소개하던 곳들을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기회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공부의 개념이기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글은 존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얼 로컬의 기준 
사실 지역주민들도 로컬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울산시민들에게 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현대중공업을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현대중공업이 글로벌기업이지 로컬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지역은 울산 외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매출 및 인지도라는 기준이 있지만 로컬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한 로컬 기업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꼽는 울산의 로컬 기업은 구암문고라는 곳입니다. 이 곳은 추후 이 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 제가 생각하는 리얼 로컬 기업의 기준을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리얼) 로컬 브랜드란?
1. 지역의 이름과 역사,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가 (혹은 그렇게 인식되는가)
2. 지역사회에 환원과 이바지를 하는가 (지역연계 프로그램, 기부 등)  
3. 본사가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해서 유지하고 있는가 (떠나지 않는가)
4. 지속유지가능한 책임과 노력, 고민을 하는가 (지역 자원유지 및 보존)
5. 또 뭐가 있을까요...? (아이디어나 의견 주세요)
*위 기준은 계속 수정 될 수 있습니다.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같고 비현실적인것 같지만 앞으로 로컬에 대한 시각이나 인식이 높아질 수록 일반 소비자가 로컬을 바라보는 기준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후발 주자들도 이런 기준들을 창업 초기부터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더욱 많은 좋은 로컬 기업이 탄생하고 만들어지겠죠. 앞으로 네이버 포스트 및 브런치를 통해 이 기준에 맞추는 곳들에 대해 소개하는 글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스위스 에멘탈을 아시나요?


언제 어떻게 연결되고 끝날지 모르는 리얼 로컬 시리즈의 첫번째는 스위스의 에멘탈 그리고 캠블리라는 곳입니다. 에멘탈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기차로 약 40분쯤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낙농업을 중심으로 목가적 풍경이 펼쳐져 있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주변에 에멘이라는 강이 있어서 에멘탈이라는 지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에멘탈하면 뭐니뭐니해도 치즈가 제일 유명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치즈로 유명한 임실 같은 곳이랄까요? 그래서 치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에멘탈 치즈>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치즈를 모르는 분이더라도 모양은 누구나 아는 아이코닉한 치즈입니다. 만화 <톰과 제리>에 나온 그 치즈. 동그란 모양에 구멍이 송송 뚫린 바로 그 치즈입니다. 만화로 유명해진 덕분에 구멍은 쥐가 파먹은 흔적이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죠. 에멘탈 치즈는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에멘탈 산지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뜻인 공식명칭 <에멘탈러>라고 하는 이름을 붙이려면 AOC 라고 하는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에 의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에멘탈러라는 공식명칭과 스위스 국기를 쓰고 있는 에멘탈 치즈


AOC 승인을 받으려면, 최소 18가지 품질 검증 기준을 만족시켜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고 합니다. 우유의 생산지와 소가 먹는 목초까지 제한하는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AOC 승인을 평가하는 기관인 Emmentaler Tradition 연합은 2009년 우수한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에멘탈 지역산 진품 에멘탈 치즈를 만들기 위한 목적 하에 설립되었고, 오늘날 9개의 협동조합이 이 연합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에멘탈에서 유명한건 치즈이지만, 또 하나 유명한게 있습니다. 바로 캠블리라는 국민과자 기업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청담동 명품과자로 불리는 곳이죠. 5대륙 50개국에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수입이 안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사업가가 계시면 얼른 캠블리에 연락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분명 대박날꺼에요.



*에멘탈의 리얼로컬 기업, 캠블리


캠블리의 시작은 지극히 로컬적이면서도 로맨틱합니다. 1906년 스위스의 오스카란 소년은 한 소녀를 만났고, 학교를 졸업한 후 에멘탈에 있는 소녀의 농촌 마을로 가서 결혼을 하고 마을에서 캠블리 빵집을 차렸다고 합니다. 1910년엔 빵집을 비스킷 공장으로 변화 시켰고 과자점은 금방 인기가 많아졌는데, 재료가 부족해도 품질 정책을 굽히지 않고 원래의 조리법에서 벗어나기보단 차라리 생산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소비자에겐 타협없이 최고의 품질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최고의 지역제품을 스위스에 가져다주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1924년엔 지역의 이름을 딴 과자 Caramels la creamed Emmental 을 출시했습니다. 전통적이면서도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캠블리는 1953년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페이스트리 '나비'를 출시하였고, 산업화가 이뤄지면 기계를 쓰는 과정에서도 품질만은 타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캠블리는 3대째 전해져 내려오는 가족 소유의 스위스 회사입니다. 현재는 앞서 얘기한 대로 전세계적으로 팔리고 있으며 스위스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가장 인기있는 비스킷 브랜드이고 스위스에서 전체 기업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출업체라고 전해집니다. 원료의 80%이상이 스위스산이거나 스위스산으로 가공된다고 하고, 그 중 우유, 치즈, 버터 등 주요 원자재는 반드시 에멘탈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품질에 대해서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 캠블리는 첨가제를 절대적으로 최소화 한다고 합니다. 방부제도, 인공 향미료 조미료도, 인공 착색제, GMO 재료도 없다고 합니다. 그 비법은 보호용 밀폐 포장과 굽는 과정에 있다니 여러모로 놀라운 과자 기업입니다. 또한 에멘탈의 아름다운 지역성을 살린 전기자전거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에멘탈에서 캠블리 빵집을 창업한 오스카 부부


현재 스위스 에멘탈에는 캠블리 본사 공장과 관광객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이 있는 샵(factory store)을 운영 중이며, 캠블리의 맛있는 과자도 원없이 시식할 수 있고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는 혜자스러운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현재 시식 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2019년 스위스 여행 중 운 좋게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러모로 좋은 영감을 받았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과자를 찍어냈던 에멘탈의 작은 주방을 복원해놓았고, 에멘탈의 옛 모습들과 함께 어우러진 영상 자료와 당시 도입 되었던 과자 기계들의 배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장 내에는 주변 지역 지도를 통해 에멘탈의 아름다운 자연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며 소개하고 있으니, 공장 내 지역 인력 고용과 홍보가 동시에 이뤄지는 멋진 지역 관광 안내지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캠블리 100주년 기념으로 매일 2회 베른과 루체른 사이에 캠블리 공장 앞에서 정차하는 전용 직통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니, 캠블리의 현지에서 위상은 굉장히 대단한 것 같습니다.


출처 캠블리 홈페이지 https://kambly.com/en/kambly-experience/the-kambly-train/




제가 생각하는 리얼로컬 개념에 딱 맞는 곳이어서 반갑고 흥분되었던 캠블리. 우리나라에서도 어서 스위스 에멘탈의 리얼로컬 기업 캠블리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품 뿐만 아닌 철학이 같이 전달되어 보다 많은 멋진 리얼로컬 브랜드들이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글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앞으로 조금씩 정리하면서 저도 성장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리즈로 찾아뵙겠습니다.




스위스적인, 에멘탈적인 과자기업 캠블리.
스위스의 명산 마테호른을 모티브로 만든 과자, 이름도 마테호른과 1910 오리지널 비스킷
스위스에 의한, 스위스를 위한 스토리와 제품들.
hausspezialitäten aus dem emmental, 번역기를 돌려보니 에멘탈 지역의 가정식 특산품? 이라는 뜻 같다. (독알못...)
스위스 출신 작가들과 협업하여 매년 진행하는 캠블리 틴케이스 아트 콜렉션
처음으로 과자를 구워냈던 에멘탈의 작은 농가 부엌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
캠블리 100주년 특별 열차를 기념하여 만든 열차 틴케이스 과자
스위스와 에멘탈을 대표하는데에 부족함이 없는 로컬 브랜드, 캠블리
캠블리 본사 공장 근처의 자연과 인프라 소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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