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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Apr 15. 2024

김**씨, 지금 어디세요?

예의 없는 자들에 대한 일침

얼마 전 일이다.

알고 지낸 대표님의 업무를 간간히 돕고 있는데, 대표님께서 회사에 새로 직원을 채용해야되는데 공고를 올려줄 수 있냐고 연락을 주셨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 흔쾌히 사무실로 갔다. 대표님과 직원공고를 의논해 작성하고 채용게시판에 올렸다.

일주일 후, 20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이 많은 지원자 중 한 명을 어떻게 고르죠?“ 대표님과 나는 이력서를 열람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20명 중 기본적인 정보(연락처, 경력 등)를 입력하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었고, 나머지 10명 중에서도 채용 시 올린 기본적인 사항도 없이 지원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경력직 또는 관련 자격증, 학과가 필수였는데 누가봐도 “실업급여 구직”횟수를 채우려고 급히 넣은 티가 역력했다.

이 뿐인가. 이리저리 추려서 두 명의 지원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한 명은 ‘아, 제가 구인횟수를 다 완료해서요’라는 문자메세지가 왔고, 나머지 한 명은 면접을 다 보고 채용하겠다고 연락을 하자 “갑자기 아는 어른이 아파서 제가 지방에 가야합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대표님과 나는 우리의 구인모집에 문제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모난 곳 없고 곡해할 부분도 없었다.

“더 좋은 사람을 뽑자”고 2차로 구인공고를 다시 냈다. 이번엔 시급도 조정하고, 근무시간도 편의를 봐주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엔 18명의 지원자가 들어왔다. 18명 중 우리의 요건에 맞는 6명을 선별했다. 연락을 하니 두 명은 “지금 사실 일을 하고 있어서 면접에 갈 수가 없다”고 답변이 왔고, 두 명은 답장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면접에 참여는 가능한데 시간을 조절해달래서 편의를 봐 그쪽이 원하는 시간으로 맞춰줬다. 나머지 한 명은 해외여행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일정을 변경해줄수있냐고 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6명 중 또 두 명이 남은 것이다. 다행히 그 두명은 ‘면접에 와서 큰 결격이 없는 한 합격을 시키자’고 우선순위에 둔 사람들이라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면접일이 다가왔다. 면접시간은 1시, 2시라 나는 여유롭게 3시쯤 전화를 드릴 참이었다. 그런데 2시쯤 대표님께 전화가 왔다.

김**씨 혹시 전화왔어요? 2시에 온다더니 연락도 없고, 전화를 했더니 안받아요.

면접 전날 면접일정과,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달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그러겠다고 답장까지 받았는데 설마 싶었다.

무슨일이 생겼나 걱정이 된다는 대표님의 말씀에 설마요... 라면서 내가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결국 6명 중 한 명만 제대로 면접을 봤다. 하지만 적격자가 아니라 채용 할 수 없었다. 혹시 전화번호가 잘못되었나? 싶어 이력서를 다시 봤지만 번호가 맞았다. 6명의 지원자들 모두 30대 초-중반에 경력도 다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소위 ‘학벌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사회초년생도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사람일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것이니, 그들이 정말 갑작스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전화를 받기 힘들정도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황상 그냥 “하기 싫어서”임이 분명해지니 맥이 탁 풀렸다. 상식적으로 면접에 참여하기 어려워졌다면 ‘면접이 불가하다’는 문자를 주거나 전화가 왔을때 못간다고 말해도 될 일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와 세대가 바뀌며 사람들 간의 “약속”이라는게 굉장히 가벼워졌다. 예전엔 몇 시에 어디서 보자고 하면 무조건 그걸 지켜야했다. “일단 좀 보고”라는 말 대신 약속을 정할때 된다/안된다로 간편하게 말하면 되었고, 혹시나 여의치 않게 거절해야할 경우 상대방에게 의사를 재대로 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약속을 해놓고 “아 미안한데”로 운을 떼고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잠수를 탄다”는 말도 예의가 없는 행동에서 ”그럴수도 있지,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런 사람이 있지“로 슬며시 포장되어 그잠수 탄 사람을 비난하기보단 ‘사람의 성향’으로 슬며시 덮어놓게 되었다. 어떨땐 ‘오죽하면 그 사람이 말도 없이 잠수를 탔겠어?’라며 옹호도 한다.

상대방의 기분과 일정을 무시한채 그저 하기싫어서, 귀찮아서, 딱히 하고싶지 않아서-잠수를 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은,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받기 충분하다.


오늘 면접예정자였던 이들은 알까? 당신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시간을 쪼개어 면접자 질문지를 만들었고, 대표님은 그들이 시간을 변경해달래서 본인의 약속과 일정을 기꺼이 취소하고 그들을 기다렸다. 아마 모를 것이다. “뭐 전화 안받으면, 답장 안하면 알아서 취소해주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로 연락조차 받지 않은 그대, 부디 다음부터는 자신을 깎아먹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게, 사람 간의 “예의”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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