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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r 25. 2024

아이는 언제부터 날 보고 있던 걸까?

내 아이를 온전히 안아주는 법

나는 7살과 4살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낳고 나는 침대에, 아이들은 아이침대나 토퍼에 따로 재웠다. 한 공간에서 잠은 잤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분리수면을 한 셈이다. 두 아이 다 워낙 자주 깨서 새벽에도 몇 번이나 아이들의 침대를 오가야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4살 작은어린이가 두 돌이 지나고, 이젠 둘 다 어느정도 잘 잔다 싶어서 둘이 같이 눕히고 아이들을 재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 작은어린이가 문제였다.


작은어린이가 크고, 또 혼자 아이 둘을 재워야해서 원래 나와 큰어린이가 자는 공간에 두 어린이를 재우고 나는 침대에서 한갓지게 자려고 했다. 그랬더니 작은어린이가 길길이 날뛴다. 자기 자리에서 자야지 나는 언니랑 자고싶지 않다고. 그렇다고 늘 언니와 자기 싫다고 하는건 아니다. 할머니댁에 가거나 여행을 갈때는 언니 옆에 꼭 붙어서 잔다. 큰어린이는 큰어린이대로 잠들기 전까지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고 울고불고 매달린다.


어르고 달랬다가, 혼도 내 보았지만 방법은 없었다. 예쁜 침대를 방에 사 줄테니 둘다 거기서 자라고 했더니만 둘 다 싫단다. 그렇게 몇 달을 옥신각신 했다가 큰어린이가 유치원에 입소했다. 유치원 입소 첫날. 큰어린이는 4시 20분에 하원하고, 돌아오자마자 배가 고프다길래 간식을 좀 챙겨주며 저녁 곧 되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큰어린이는 간식을 단숨에 먹고 "조금 잠이 와"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쇼파에 누워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좀 있으면 일어나겠지 싶어 뒀는데 웬걸? 한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움직이면 깨려나 싶어 들었더니 팔이 축 쳐져서 꼼짝을 안한다. 그대로 침대에 눕혔는데 놀랍게도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유치원의 생활이 어지간히 즐거웠던지, 큰어린이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후 7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작은어린이는 낮잠을 자는 터라 9시는 넘어야 잤기 때문에 큰어린이를 먼저 재우고 나와서 작은어린이랑 놀아주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큰어린이가 조금씩 유치원에 적응을 하면서 잠이 오는 시간이 조금씩 늦춰졌고, 그렇게 오후 8시 20-30분쯤으로 맞춰져서 우리집 두 어린이들은 8시가 좀 넘으면 일과를 정리하고 양치를 한 후 자리에 눕는다.


큰어린이는 눕자마자 5분도 채 되지 않아 바로 숙면을 취했기 때문에, 작은어린이에게 장난감을 쥐어주고 큰어린이를 후딱 재우고 작은어린이가 누운 자리로 갔다. 그런데 그 5분이 정말 지옥의 시간이었다. 작은어린이는 자기 옆에 눕지 않는다고 떼를 썼고, 그럼 언니랑 모두 같이 누워있자니까 자기 자리가 아니라 싫단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러니 나도 점차 짜증이 났다. 어쩌란거야 그래서, 너 그럼 나가서 혼자 놀아, 너 누운 자리에 장롱유령 나온다.... 협박에 화를 내도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우리집에서 택한 방법은? 큰어린이를 눕히고 잠자리 동화를 틀어준다. "엄마 동생 재우고 바로 올게"라는 말을 하고 작은어린이 옆에 눕는다. 잠시 후 큰어린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면 동화를 끄고 작은어린이에게 자장자를 틀어준다.


한번은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해서 작은어린이 옆에 누워 휴대폰을 만졌다. 그러다 휴대폰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작은어린이는 언니가 자고 나면 10분에서 15분 사이에 뒹굴고 놀다가 자는데, 한번씩 1시간 넘게 안잘때가 있다. 그럴땐 같이 누워있다가 어서 자라고 토닥이기도 하고, 화를 낼때도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자고 하면 싫단다. 언니가 자는데 나는 왜 나가? 그렇게 언니가 좋으면 옆에서 자면 되는거 아니냐...에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작은어린이를 재우려 누우면 휴대폰을 켜게 되었다. 애들 보느라 밀린 답장을 쓰고, 아까 보다 말았던 짤도 보고, 내일 할 일이나 브런치 글감이 생각나면 쓰고...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제는 두 어린이가 낮잠도 안 자고 쭉 놀았다. 오늘은 둘 다 금세 자겠군! 애들 자고 오늘은 뭘 시켜먹지? 큰어린이는 불을 끄고 눕자마자 잠이들었고, 작은어린이는 베개를 들고 뒹굴거렸다. 나는 늘 그랬듯 휴대폰을 켰다. 인스타그램을 휘적거리며 오늘은 누가 뭘 했지? 내 팔로워가 늘었나?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부시럭" 소리가 나서 휴대폰을 들췄는데 작은어린이와 눈이 마주쳤다. 작은어린이는 내 얼굴을 계속 보고 있었다.


작은어린이에게 "뭐하니?"했더니 아이가 "엄마 봐"라고 했다. 계속 그러고 있었니? 응. 나는 잘때 엄마랑 누워있는거 좋아서... 아이는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던걸까?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을터였다. 생각해보니 하루 중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둘이 붙어서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온기를 느끼는 때는 손에 꼽았다. 작은어린이는 이 시간이 엄마랑 같이 꼭 붙어서 엄마 숨결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무심한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어쩌면 알면서 모른체 했던걸지도) 이 시간이 그저 빨리 지나가기를, 아이가 왜 잠을 자지 않는지 짜증을내며 그냥 그런시간으로 보냈던거다. 미안함과 머쓱함에 휴대폰을 저 멀리 밀어놓고 아이를 꼭 안아줬다. 토실한 볼도 만져주고, 귀여운 코도 괜히 킁킁거리며 부비니까 아이가 꺄르륵 웃는다. 낮잠을 자지 않아서인지, 나와 함께해서인지 내가 아쉬울 정도로 금세 잠이 들었다.


세상에 그 누가 나를 이렇게 온전히 바라봐줄까? 그 안온하고 맹목적인 사랑의 눈길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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