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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07. 2023

매일아침, 스타벅스로 출근합니다.


아침에 아이들 등원 시킬때 준비물. 아이들, 아이들 가방, 그리고 내 가방.


두 아이들을 차례로 등원시키고 나는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한다.

걸어서도 충분히 갈 거리지만, 아이를 데려다 주고 들어가는 길에 가는지라 늘 차로 이동한다.

아침 8시 40분. 이 시간엔 주차공간도 제법 있고 굉장히 조용하다.

차에서 사이렌 오더로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주문하고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선다. 늘 보는 익숙한 얼굴의 직원이 웃으며 나를 반긴다.

나는 텀블러를 세 가지 들고 다닌다. 트렌타 사이즈용 1리터 텀블러, 500ml 텀블러, 손잡이가 달린 500ml컵.

오늘은 프로모션 이벤트 음료를 구매했다. 시원한 음료라 손잡이컵을 내밀어 여기에 담아달라고 했다.

이윽고 따끈한 베이글과 음료가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간다. 오늘도 2층엔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창가 끝 자리에 앉았다.

아이패드와 키보드, 업무일지, 오늘 쓸 자료를 꺼내고 음료 한 잔 홀짝인 후에 재택업무부터 시작한다.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려고 1시간 /2시간 알람도 미리 맞춰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따금 할것이 참 많은 날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옆건물 학생교육문화회관 1층으로 이동한다.

아무리 한산하고 사람이 없다고 해도 엄연히 이곳은 업장이니까 오랜시간 죽치고 앉지 않으려고 한다. 음료를 마시고 스낵을 먹으며 딱 할일을 마치고 뒷정리 후에 매장을 나선다. 집에와서 집을 치우고 점심을 먹고 나면 12시 50분쯤 된다. 오전 일과는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스타벅스에서 업무를 보냐/집이나 도서관에서 보느냐 차이 정도다.


우리동네 스타벅스는 평일 오전에 굉장히 한산한 편이다. 그리고 혼자 와서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들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조용한 분위기, 한산한 매장 덕에 언제부턴가 나는 여기에 주 2-3회 정도 와서 1-2시간 정도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업무를 보고 집에 간다.

일명 '카공족'. 정확히 말하면 나는 '카공'보단 '카일족(카페에서 일-재택업무-을 보는 사람'이다. 거창하게 '재택업무'라고 썼지만, 사실 진짜 <돈 되는>회사 일은 1시간 남짓이고, 나머지는 순전히 나의 <자기계발>로 블로그, 브런치 글 한편 쓴다. (다행히 이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후기로 서평단 당첨이 되면서 책 한두권씩 지원받아 책값은 벌고 있다)


처음엔 주1회 정도 와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갔다. 그땐 혼자 와서 책이나 업무를 보는 사람이 나 뿐이라 굉장히 머쓱했다. 주변이 시끌해서 고개를 들어보면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수다를 떨거나 업무 미팅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나를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 사람은 이 아침부터 혼자 일하나봐, 되게 부지런하네"라는 소리도 들었다. 학생도 아닌것 같고, 회사원이라기엔 그다지 심각해보이지 않아보이고, 주부라기엔 너무 날티나는(!) 내 모습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 눈엔 굉장히 신기했나보다.


내가 공짜로 자리차지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기도둑'마냥 콘센트를 몇개씩 꽂는것도 아니고, 자리를 혼자 몇개씩 차지하는것도 아니고... 저들이 이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대신 나는 업무를 보는거니 괜찮다 하면서도 '혹시나 민폐면 어쩌지' 싶은적이 많았다. 다행히 우리동네 스타벅스는 4좌석, 2좌석 외에도 단체석, 혼자오는 손님을 위한 긴 테이블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딱 1,2인석에 앉아 있으니 나도 자리차지 걱정 없고, 오는 사람들도 저마다 인원에 맞춰 편히 앉아도 되어 눈치보지 않고 일을 보고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동네 스타벅스는  직원들이 좋다. 주 2-3회, 여의 치 않아도 주 1회 같은 시간, 거의 같은 옷에, 텀블러를 들고 가는 '희한한 손님'이라 그런지 내가 들어가면 그들은 익숙하게 '***님이시죠?''사이렌 오더 주문하셨죠?'라고 친근하게 인사를 한다. 심지어 사이렌오더가 몇 개나 있어도 내 닉네임을 다들 외웠는지 나에겐 더 묻지도 않고 척척 음료를 내준다. 그러면서 그 이상의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오늘은 텀블러 안 가지고 오셨어요?'정도다. 트렌타 사이즈를 개인컵으로 가지고 오는 경우는 처음봤다고 신기해하면서 '고객님 멋지세요'라고 기분좋은 인사까지 잊지 않는다.


한번은 어머니가 '왜 스타벅스까지 가서 비싼 커피값을 축내고 오냐'고 핀잔을 줬다. 하루 커피값 제일 싸도 4천원 5천원인데, 그거 저금하면 너 한달 알바비정도 아니냐며. 집에서 하면 되지 왜 꼭 기름값, 커피값을 쓰냐고 했다. 주 3회 기준으로, 커피값이 5천원이라 치면 12*5천원=6만원, 거기에 빵이나 스낵까지 하면 돈으로 치면 8만원 정도는 쓰는건데, 그냥 집에 있으면 8만원 굳는거 아니냐는거다.


어머니의 이론 대로라면 나는 8만원을 쓸데없이 쓰는거지만, 누구보다 짠순이인 내가 허투로 8만원을 스타벅스에 쓸까?

우선 집에서 일을 하면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 눈에 보이는 집안일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키보드 대신 청소솔을 들고 바닥을 닦고 있다. 아이아빠나 아이들처럼 저마다의 방이 있다면 그곳에서 집중을 할 수 있을테지만, 나는 방은 커녕 책상도 없다. 그래서 식탁에 앉아 업무를 볼라치면 눈앞에 보이는 거실, 부엌, 창문까지 참 구석구석 잘도 보인다. 데스크탑을 써야해서 아이아빠 컴퓨터를 쓰는 일이 있지만, 아무래도 내 컴퓨터가 아니다보니 자료나 업무사이트 등을 들어갈때, 파일 다운로드 저장이 여의치 않다.

그러다보니 같은 일을 해도 집에서 하면 능률이 급격히 저하된다. 안그래도 산만한 내가 집에서 있으니 정리도 안되고, '이쯤하지 뭐'라고 안일해진다.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면 '출근'과 '퇴근'이라는 루틴이 생겨 일을 하고 온다는 성취감이 든다. '민폐 안끼치려고 빨리 하고 자리를 비켜주자'는 생각에 앉자마자 후다닥 하루 일을 해서 업무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끝낸다. 거기다 집-아이들-집이던 일상에 '업무를 하러 스타벅스'에 드나들면서 소재도 생기고 일상의 환기도 됬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활력도 얻고,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욕도 생긴다.


또한 스타벅스 음료를 사먹는데 100%돈을 다 쓰지도 않는다. 사정을 아는 주변 지인들은 이런 날 위해 특별한 기념일이나 선물로 스타벅스 상품권, 쿠폰을 준다. 덕분에 별적립도 많이 쌓이고, 쿠폰+추가비용을 들여 브런치를 먹는 덕에 하루가 든든하다. 빵도 먹고, 샐러드나 과일도 먹는다. 한달에 내가 스타벅스에 얼마씩 쓰는지 보니 실제로 내가 지출한 돈은 2-3만원 남짓. 스타벅스 쿠폰도 없고, 외식비가 부담스러울땐 학생교육문화회관 1층 로비나 도서관도 이용하고 있는데, 그곳에선 이용료, 음료값이 0원(반입금지거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간들이다)이라 실제로 내가 한달에 스타벅스에 쓰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3만원의 투자로 30만원 넘게 버는셈이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에선 "아유 대단하다"고 칭찬 일색이다. '그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서 일을 하고 온다고?",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놀수도 있는데 너는 참 부지런하다', 심지어 회사 대표님도 '사무실이 멀어서 그런거에요?'라며 '아유 한달 월급도 얼마 안되는데 커피값으로 다쓰겠다'고 걱정을 하신다. (회사는 차로 35분-40분 거리) 매일 스타벅스에 가냐는 말에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는것 같다고 하면 '그정도면 직원아니냐'고 농담도 한다. 이따금 몇몇 사람들이 '스타벅스까지 가서 그래야하냐', '거기서 무슨 일을하냐'고 한다. 애당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르는지라 그러려니 하고 만다. 나의 동선과, 일정과, 다양한 요인으로 우리동네 스타벅스에서 잠깐의 업무를 보고, 더구나 업무 효율성도 좋은데 꼭 그렇게 토를 단다. '카공족들이 그렇게 민폐라던데, 그런거야?'라고 대놓고 '민폐족'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나는 자리차지도, 전기도둑도, 죽치고 앉아있을정도면 애당초 도서관이나 집에서 일을 본다고 설명을 한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변명아니냐'고 일축한다. 그러려니 한다. 내가 떳떳하면 되는것이지 싶다.


오늘도 스타벅스에 출근해서 회사일을 보고 글을 쓰는데 아이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냐는 말에 스타벅스다, 뭐하냐고 묻길래 일한다고 하니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데?'라고 한다. '알바하고 글도 한 편 쓰고 30분뒤에 집에 갈게'하니까 거기서 그렇게 앉아 있어도 되냐고 한다. 자초지종 말하니 그러라고 하면서 점심먹게 정리되는대로 오란다.

대충 정리하고 매장 문을 나서려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직원은 나를 보고 '오늘도 와주셨네요'라고 싱긋웃는다. 오늘도 '오셨네요'가 아닌 '와주셨네요'라는 말에 마음이 뭉클했다. 나같은 손님도 와준것에 고맙다니. 이러니 내가 스타벅스를 못 끊는다.

딩동, 때마침 문자가 왔다. 이번달 급여가 입금되었다는 알림이다. 내일은 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비싼 샌드위치'랑 '제일 비싼 음료'를 사먹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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