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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04. 2023

1일, 나에게 가장 바쁜 일일

매달 1일은 가장 바쁜 하루랍니다


매달 1일이면 난 무척 바쁘다. 집에만 있는 사람이 뭐 그렇게 바쁘냐 싶겠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 아이아빠와 아이들을 모두 내보낸 후에(기관에 보낸 후), 1시간 만에 재택업무를 수행한다.  보통 재택업무 후에 바로 블로그와 브런치 원고를 쓰는데 1일은 재택업무만 우선 보고 컴퓨터를 끈다. 쌈무이 라디오나 컬투쇼를 크게 틀어놓고 앞치마를 입고 머리도 아주 바짝 묶으면 준비완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건조기와 세탁기 거름망 청소. 여름엔 에어컨과 제습기 필터도 같이 빼서 씻어말린다.

기계를 사용하고 나서 매번 간단하게 먼지나 쓰레기를 닦긴 하지만, 그래도 매달 한번씩 깨끗하게 세척하느니만 못하다.

그렇게 하고 나면 창틀을 윤기나게 닦고 쓰레기 봉지를 하나 들고 집안 곳곳을 돌며 안쓰는 물건, 쓰레기 등을 차곡차곡 담아 버린다. 분명 평소에는 없었던 것들이 어쩜 이리 잘 보이는지... 둘까말까 싶은건 과감히 다 버린다. 내친김에 냉장고랑 냉동실도 다 털어서 안먹는거, 오래된거 다 빼둔다. 이와중에 오늘 점심 저녁에 먹을만한건 때로 빼둔다. 오늘은 시들어빠진 대파와 마늘, 달걀 한개가 있다. 볶음밥을 해먹어야겠다 싶어 프라이팬에 털어 넣었다. 냉동실엔 햄 반통이 있다. 저녁엔 이거랑 김이랑 된장국으로 해결해야지.


이쯤되면 귀신소굴같던 집이 사람사는집같아진다.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더 버릴것은 없나, 닦을 곳은 없나 한번 더 살핀다. 지난달에 아이들이 집에 있는 날이 많아서 수시로 정리를 했더니 크게 치울 것이 없다. 이러고 나면 집안 정리는 끝.


시원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서 컴퓨터를 켜고 달력과 스케줄러, 월계부를 꺼낸다. 달력에 이달의 약속과 강연일자, 급여일을 기록하고 스케줄러에도 함께 체크한다.

워낙 잘 까먹어서 이렇게 몇 번 써야 정리가 된다. 이번달은 행사도 많고 듣고 싶은 수업도 많아서 동그라미와 스티커 천지다. 스케줄러엔 이번달에 수행할 과제와 공모전 일정을 쓴다. 달력과 스케줄러, 월계부의 쓰임은 조금씩 다른데, 달력엔 아이아빠와 아이들의 일정을 모두 쓰지만 스케줄러엔 철저히 "내 일정"만 쓴다. 그래서 달력은 매 칸마다 꼭 한두개의 일정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다못해 '둘째 콧물 심함', ''첫째 이가 많이 흔들림"도 적혀있다. 육아일기가 별건가, 나중에 보다보면 다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바로 <월계부 작성>

나는 가계부 대신 월계부를 쓴다. 아이아빠의 수입이 일정하고, 나가는 돈은 빤하며(고정비), 그 고정비 외에는 식대비가 거진 차지하는 등 매달 비슷한 예산 안에서 돈을 쓰기 때문에 고정비나 특별한 지출외에 장보기나 간식, 아이들 관련 지출을 써도 큰 의미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대신 외식비는 단돈 천원이라도 기입한다. 외식 대신 그 돈만큼 장을 봐서 먹으면 확실히 비용이 줄기 때문) 월계부 왼쪽엔 고정비와 수입, 대출 등을 작성하고, 오른쪽엔 이 달의 특별한 지출과 수입, 특별 수입을 어떻게 쓸지를 기입한다.

특히 고정비 부분이 중요한데, '고정비'라고는 하지만 보험료나 관리비, 휴대폰요금 등은 매달 조금씩 달라서 '예산'과 '실제지출'을 따로 둔다. 예산은 작년 1년 평균치를 써두는데 보통은 여기서 별 차이가 없다. 우리집 고정비의 가장 큰 변수는 아이아빠의 카드값. 카드값엔 차량주유비와 휴대전화 요금 약 30만원이 기본이고 나머지는 본인이 사용하는데, 워낙 이 금액차이가 들쑥날쑥이라 종잡을 수가 없다. 예산에서 너무 많이 넘는 경우는 눈치를 주지만, 내역을 보면 모임이나 담배, 옷구입 등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아이아빠가 나름의 스트레소 해소를 하는 것들이라 '에라이, 그냥 내가 저만큼 뭐라도 해서 더 벌자/줄이자'하고 말을 더 하지는 않는다. (너무 많은 돈이 나오면 좀 보태달라고 한다. 그러면 군말없이 내놓기 때문에 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를 한차례 하고 나면 이번달엔 또 어떤 일이 있을까 기대가 된다. 이번달은 이벤트도 많지만, 명절비나 서포터즈 정산금 등 특별수입까지 있을 예정이라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기다 지난달에 미뤄둔 브런치글 초안 쓸 것들도 하나씩 풀 예정이라, 간만에 사랑하는 독자님들과 이웃님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설렌다. 아, 그런데 이 설렘도 잠시. 하루를 털어 쓰고 나니 아이들 하원시간이다. 이제 "진짜 1일 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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