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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Jun 07. 2020

스티브 잡스 이야기 (2)



스티브 잡스를 설명하는 코드는 몇가지가 있다. 천재성, 융합(스스로 PT 때마다 썼던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이란 말처럼), 디자인, 열정, 엔드투엔드 통합 등등.

그러나 그의 전기를 읽고 나서 가장 놀랍게 다가온 것은 영적인 코드다. 스티브 잡스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은 그의 삶 속에서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 것, 바로 영적 편력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혁신의 상징 '애플'의 CEO이며, 천부적인 디자이너이며, 탁월한 마케터인 동시에 명상과 참선에 심취한 종교인이었다. 환각이 정신세계를 확장하고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고 정기적으로 LSD를 하였고,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였다.

잡스의 뒤늦은 결혼식은 일본 선불교 승려이자 그의 영적 스승인 고분 치노의 사회로 향을 피우고 징을 치고, 주문을 중얼거리며 진행되었다.

젊은 시절 인도 순례를 통해 자신의 영성을 강화한 잡스는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 초감 트룽파의 '마음 공부' 등의 책을 주변에 추천했고, 특히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의 자서전은 평생에 걸쳐 1년에 1번씩 반복해서 읽은 책이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하기를 열망한 잡스. 그의 안에서 기업(애플)은 영원을 희구하는 하나의 종교로 승화되었다고 본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영원으로 향하는 흐름에 무언가를 보탤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잡스 전기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어느 화창한 오후, 몸이 좋지 않던 잡스는 자택 뒤뜰에 앉아 죽음에 대해 숙고했다. 그는 거의 40년 전에 인도에서 경험한 것들과 자신의 불교 공부, 환생과 영적 초월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무엇인지 얘기했다.

"신의 존재를 믿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50 대 50 입니다. 어쨌든 나는 내 인생 대부분에 걸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우리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왔습니다."

그는 죽음에 직면하니 내세를 믿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그는 또 한 번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며 떠올린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다 뒤늦게 희미해진 기억으로 주섬주섬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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