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지 Aug 11. 2024

외연을 넓히는 대화들

대화 소개에 앞서

나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라, 회사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올해 상반기 회사에 특히 많은 일이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쳤고 감정적으로 자주 무너졌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다가 종종 가시 돋친 말로 튀어나왔고, 평소 같으면 절대 드러내지 않을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본 시기였다. 후회할걸 알면서도 잘 조절되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자주 미안했다. 


많은 지인이 내게 퇴사를 권했다. 먼저 퇴사한 직장 동료도 바깥에 더 많은 기회가 있는데, 회사에 남아 있는 내가 미련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일단 면접을 보고 이직 패를 쥔 채 회사와 협상하라 했다. 더 큰 기회를 찾아 도전하지 않는 모습,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는 모습, 이직에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 스스로에게 이런 모습을 자주 투영했고, 그래서 괴로웠다. 동시에 회사에 화도 많이 났다. 회사에 치이고 갈리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적당히 넘어갈 일에도 짜증이 자주 났다. 당연하게도 회사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직하고 싶은 회사가 없었다. 현 회사에 입사할 때 세웠던 기준은 내게 여전히 유효했고, 그 기준으로는 현재 회사만 한 곳이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감정만 요동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커피챗을 시작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만나서 대화 나눠보면 금방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매력적인 제안이 있다면 기꺼이 옮길 마음도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2024년 버전으로 내 기준도 다시 세워보고 싶었다. 만약 남는다는 선택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남는 게 아니라, 주도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다.


평소 궁금했던 회사의 대표님, 재직자, 리쿠르터와 만났다. 보통 다음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었다.

1. 특유의 조직문화, 일 하는 방식이 매력적이라 평소 일해보고 싶었던 회사 (제품 중심 문화, 실험 문화 등) 

2. 언젠가 시도해보고 싶었던 산업


회사와 상관없이 연차가 오래되고, 커리어를 보고 호기심이 드는 분께는 링크드인 콜드 메시지를 보내서 커피챗을 요청드렸다. 커리어에는 각자의 가치관과 선택이 반영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선택의 이유와 과정이 궁금했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고 싶었다. 


이번 주까지 (지인 제외) 총 여덟 분을 만나 뵙고 나니,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되었다.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내용이 많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30분씩 내어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누군지 특정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잘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2023년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