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와 이성민 배우
'슈취타'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았다. BTS 슈가가 진행하는 인터뷰로 술과 함께 하는데, 유튜브 피드에 떠서 우연히 보았다가 생각지도 못 한 위로를 받았다. 특히 이성민 배우와 함께 한 편이 좋았다.
이성민 배우도, 슈가도 일을 사랑하고 다작하는 사람들이다.
이성민 배우님은 예전 무명시절에도 별로 쉬어본 적 없다고 한다. 연극 하나 끝나면 털어내고 쉬고 싶다는 동료들과는 달리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연기에 '중독'된 게 아닐까 하며, 인간 이성민보다 캐릭터로서 산 이성민의 세월이 더 길고 또 편하다고 했다. 연기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듯하다. 하지만 문득 연기만 하느라 다른 건 할 줄 모르는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슈가도 음악 만드는 게 좋고 지금도 휴가가 생기면 곡을 쓴다고 한다. 놀러도 잘 안 다니고 스케줄 외에는 작업실에 산다고 한다. BTS로서 이미 성공했고 또 충분히 바쁠 사람이 그 와중에서 곡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어떤가. 어렵고 재미없는 일도 있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쾌감이 모든 걸 압도한다. 동료와 합이 맞을 때, 가설이 맞아떨어졌을 때, 복잡한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 하물며 코드를 고쳐서 정상 동작하는 것 마저 내겐 짜릿한 자극점이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참치처럼 매일 일을 하며 지낸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어본다. 어차피 남의 회사인데 의미가 있느냐고도 한다.
이성민 배우가 느꼈듯, 문득 일 밖에 모르는 내가 불쌍해져서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지 않나. 회사를 잘 이용해서 좋은 동료와도 일할 기회를 얻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서비스도 만든다. 나도 더 큰 쾌감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는 거다. 나는 이게 좋다.
영상 말미에 슈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공연과 시상식을 위해 해외를 정말 많이 다녔지만, 당시에는 자신에게 닥친 일과 자신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체감을 못 해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립다고.
내게는 2023년이 그런 시간이지 않을까. 하얗게 불태웠다. 즐기지 못했고 고비가 많았지만 1년 잘 버텨 12월 31일이 되었다. 내가 은퇴할 때면, 2023년은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치열하게 일할 수 있던 해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이 소중하고 또 그리울 것 같다.
2024년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게 여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해주고, 실수해도 별 것 아니라 이야기해주고 싶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뒤돌아서면 보이는 아쉬움, 한계라고 느껴지는 순간들 - 나뿐만 아니라 슈가와 이성민 배우같이 성공한 사람도 다 겪는 순간이다. 지칠 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건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내년에는 나를 더 다독여주기를.
곧 그리워질 2023년 안녕. 2024년에는 잘 지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