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기 1

한약과 임신

by 우너지

결혼 5년 차. 내가 임신이라니.

계획한 건 아니었다. 생기면 낳자, 정도의 안일한 마음으로 피임을 안 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피임을 안 한지도 꽤 되었지만 임신이 되진 않았다. 나는 늘 피곤했고 어딘가 모르게 아팠다.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고 나서 헬스를 관두었는데, 1년 정도 지나니 체력이 바닥을 쳤다. 없는 체력을 짜내어 살아가는 삶은 순탄치 않았다. 지인들끼리 임신 이야기를 할 때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임신은 안 될 것 같다며 자조하곤 했다. 피임을 하지 않은 것 외에는 적극적으로 임신 준비를 한 건 아니기도 했고.


그런데 임신이라니. 그저 몸이 힘들어서 한약을 지어먹었을 뿐이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한의원 정보에는 늘 광고 같은 글이 더 많았다. 그 와중에 진짜 같은 한의원을 발견했다.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난임부부가 한약을 지어먹고 자연임신 되었다는 글이 많았다. 임신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한약 하나는 괜찮나 보네, 하는 심정으로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예약을 하고 한약을 지어먹었다. 남편도 피곤하다며 같이 가서 한재 지어먹었다. 한약을 먹으면서도 좋아지는 건지 긴가민가할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남편은 조금 덜 피곤한 것 같다고 하지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재 더 먹으려면 전화로 주문하면 되었지만 둘 다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해 단 한 번으로 우리의 한약은 끝났다.


한약을 다 먹고 한 달 후부터 갑자기 아침에 못 일어나기 시작했다.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침마다 남편이 나를 여러 번 깨워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다 며칠 후 생리 직전처럼 가슴 통증이 느껴졌다. 뭐지?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생리를 안 했다.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 편이라 거의 맞는데 하루, 이틀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설마. 남편과 주말 산책을 다녀오며 편의점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하나 샀다. 너무나 선명한 두 줄. 헛웃음만 나왔다. 한약 효과가 대단하네. 와 우리 이제 어떡하지? 남편도 웃었다. 누군가는 감격해서 운다는데. 그런 감격보다는 한약 다 먹고 오랜만에 술도 여러 번 마셨는데 괜찮은 건가? 회사에는 언제 어떻게 이야기하지? 순식간에 다양한 걱정과 불안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내가 임신이라니.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감정이 마음 한편에 들었다. 걱정과 불안 사이에서도 묘한 책임감과 설렘이 있었다. 배 속에 새 생명이 들어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 이후로 1년, 3년, 10년 후와 같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날이 늘었다. 남편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상정하고 다양한 상상을 펼쳤다. 우리가 부모라니. 남편은 갑자기 게임 퀘스트 마냥 집안 곳곳을 수리하고 내 건강을 챙겼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나를 다독여주었다. 남편이 내 아이의 아빠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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