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이었다.
퇴근 후 남편과 나는 부산스럽게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밥을 밥그릇에 퍼올리고, 식은 국을 다시 덥혔다.
좁은 주방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재잘대다 문득 남편에게 물었다.
"난 어떤 일을 할 때 자신감이 있는 편인 것 같아. 자기는 어때? 자신감이 있어?"
"아니, 난 없어."
예상외의 답변에 당황한 내가 다시 물었다.
"평소에 어떤 일을 할 때 자신감이 없다고?"
"응, 없어. 난 자신감 별로 없어."
남편은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고 분명한 어조로 고쳐 말했다.
자신감이 없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남편의 역설적인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고,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 맞다. 그게 내 남편이었다.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난 남편의 그런 부분들이 대체로 사랑스러웠다.
세상의 시선에서 약해 보이는 점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들이, 그런 말과 행동들이 강해 보였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몸집을 부풀리지 않았음에도 커 보였다.
남편의 고요한 눈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구나.'
그날 저녁은 유달리 더 따뜻하고, 맛있고,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