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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Jan 31. 2024

결혼 바이럴

결혼 좋아요. 결혼을 추천드립니다.(아직 결혼 6년 차인 건 약간 함정)

  결혼 후 미혼인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결혼하니까 좋아?"였다. 나도 결혼 전엔 기혼자들에게 결혼 후의 일상은 어떤지, 만족은 하는지 자주 물어봤던 것 같다. 아직 결혼 6년 차라 그런지 몰라도, 현재까지는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내 인생 그래프를 쭉 그려봤을 때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는 지금의 남편과 교제를 시작하고나서부터 결혼 이후 더욱더 상향 곡선을 따라 쭈욱 올라갔다. 물론 집 대출 상환 독촉과 아이 양육에 대한 가치관 대립, 사소한 생활습관의 자잘한 다툼 등 다른 둘이기에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야 없겠냐만은,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에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결혼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건 서로 감정싸움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한 번씩 날카로워지는 나의 감정에 절대 맞대응하지 않는 남편의 지혜로움 덕분이겠지만. 기분이 상해 남편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더라도 남편은 나의 생각을 있는 일단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준다. 이후 시간이 흘러 나의 기분이 나아졌을 때 차분하게 앞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아쉬운 점, 고쳤으면 하는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대부분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남편이 나에게 먼저 서운함을 토로하기라도 하면, 그땐 내가 필사적으로 미안함을 피력한다. 남편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내가 당장 이해가지 않더라도 남편이 상처받았다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풀어줘야 할 필요는 충분하니까.

  결혼 전에 마음속에 새긴 몇 개의 문장이 있다. "결혼은 상대방이 아닌 나를 믿고 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므로 나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자." 이 마음들이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만들고, 내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줬던 것 같다. 애초에 도망치거나 뭘 얻고자 해서 했던 결혼이 아니었으므로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애초에 제로베이스였다. 때문에 만족도는 올라갈 일 밖에 없었고, 다행히 나와 잘 맞는(사실 잘 맞춰주는) 남편을 만나 충만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 행복해."라고 말하는 나에게 미혼인 친구들이 말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이 남편의 온화한 성품 덕이 크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서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그리고 나와 잘 맞는, 또 잘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을 때 발휘되는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끝없이 답해야 하고, 결혼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지?"라는 질문에 끝없이 답해야 하는 것 같다. 좋은 아내와 엄마, 그리고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이런 지난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지구력이 필수이니까.

  결혼을 추천드립니다. 단,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낮추시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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