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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Jan 08. 2024

다시, 책. 책을 읽는 이유.

  우연히 독서신문에 기고된 추천 도서 소개 코너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이하 생략>

  책을 산다는 건 그 책에 들어가 살아볼 준비를 하는 것이라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읽는 게 소설이든, 에세이든, 시집이든 종류와 상관없이 꼭 하나로 맞닿아지는 공통 주제는 ‘인생’이었다. 아무리 SF 공상 과학 소설이더라도 사람이 생각하고 쓴 책이므로 사람이 살아가며 겪었던 나와 너, 나와 사물 등에 기초한 사고의 초석 위에 차곡차곡 올려진 결과물을 만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과 닮아있는 책, 책을 읽으며 나의 경험과 비슷한 실마리를 찾아봤던 사람이라면 책 안에 들어가 살아본다는 적확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책을 읽는 경험은 작가가 심사숙고하여 정제된 언어로 갈무리한 생각을 한 번 따라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작가와 함께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보통 ‘생각을 한다.’라고 하면, 문득 섬광처럼 번쩍이며 사라지는 영상이나 찰나의 문장으로 스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면 위로 잠시 고개를 내민 생각들을 붙잡고 심도 있게 연구하고 관찰하여 모양새를 갖춰 활자로 결박한다는 것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게 되면 본인이 미처 매듭짓고 가지 못했던 질문과 조우하게 되는 경험이 잦아지게 된다.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 만난 어떤 문장과 단어는 잔잔해 보이는 수면을 뒤흔드는 파도가 되어 내면을 흔들어 깨운다. 파도가 한차례 휩쓸고 간 모래 위에 바닷속 깊이 숨어있던 돌멩이나 조개껍데기들이 나와 무심히 누워있듯, 그렇게 깊이 감춰둔 채 잊고 있던 숙제들이 떠밀려 오기도 한다. 그래서 짧은 쇼츠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영상물에 잠시 빠져있다가도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된다.

  일방적으로 빠른 속도에 따라가야 하는 영상과는 달리, 책은 나의 느릿한 호흡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펼치는 순간 공기의 흐름도 함께 느려지는 듯한 고요함, 글자 사이와 행간의 여백이 주는 여유로움, 나의 상상력이 파고들 수 있는 공극들로 채워진 문장들이 다시, 책을 집어들 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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