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조직의 니즈에 의해 'Top-Down' 식으로 해야 할 과업들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니 어쩌면 자주일지도 모르겠네요. 갑작스럽게 '혁신조직'을 만들어라는 과업이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한창 코로나 시기를 지날 때였죠.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조직의 외침이기도 하기엔 갑자기 떨어진 일이라고 해서 마다할 순 없습니다.
사실 혁신은 어느 기업, 조직에서나 오랫동안 강조해 온 진부한 어젠다임이 틀림없습니다. '또 말만 혁신이냐?'라는 구성원들의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만의 용어가 필요했습니다. 지긋지긋한 혁신이라는 단어를 우리만의 언어로 바꾸는 것. 혁신을 왜 해야 하는지도 시대적 요구가 아닌 우리 조직의 가치와 연계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1. 우리 조직만의 혁신 정의하기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혁신 정의 작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내외부자료를 리서치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나갔습니다. 특히 우리 조직의 역사, 문서들을 찾아보니 우리 내부에 이미 '혁신 DNA'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NGO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내보인 많은 모금 상품들, 아무도 가지 않은 가장 취약한 곳에 먼저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운 역사들. 이런 담대한 행동들을 이끈 강인한 리더십 등. 분명히 우린 혁신 DNA가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 있는 사람들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우린 '지도 밖 정신'으로 정의했습니다.
2. 혁신의 종류 분류하기
이젠 혁신의 종류를 분류해야 했습니다. 혁신을 분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혁신은 단지 세상을 바꾸는 큰 혁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혁신도 있음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을 동기 부여할 수 있습니다. 둘째, 향후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혁신활동들을 측정 및 관리할 때 좀 더 용이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혁신에 대한 이론을 보면 혁신의 영향력, 빈도 등에 따라 혁신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파괴적 혁신과, 제품 및 서비스를 보완해 나가는 점진적 혁신의 분류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측정 가능한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오슬로 매뉴얼에선 기술혁신(제품/공정), 비기술 혁신(마케팅/조직)으로 혁신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개정된 오슬로 매뉴얼 제4판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각 분야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개방형 혁신'을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3. 혁신의 종류와 페르소나 연결하기
수많은 혁신 분류를 참고하여 완성된 우리만의 혁신 분류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파괴적 혁신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영역 개척', 점진적 혁신으로 볼 수 있는 '더 나은 사역' 및 '프로세스 개선'. 개방형 혁신과 결이 비슷한 '파트너십'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조직혁신 즉, '조직문화'입니다. 물론 이 분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수정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톰 켈리의 저서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에 나오는 혁신의 페르소나와 위의 5가지 혁신을 매칭했습니다. 향후 혁신을 수행하는 구성원에게 이노베이터의 페르소나(문화인류학자, 실험자, 타화 수분자, 허들러, 협력자, 디렉터, 경험 연출가, 무대연출가, 케어기버, 스토리텔러)를 명명해 준다면 좀 더 친근하게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4. 혁신 페르소나와 연계한 활동
이후 다양한 팔로우업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사내 아이디어 게시판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올라온 아이디어는 유관부서/담당자에게 전달하여, 실행가능성을 논의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 조직문화 담당자는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지원자의 역할을 합니다. 연말엔 각 혁신 페르소나 유형별 사례를 선정하여 포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혁신의 사례를 만들어 낸 직원은 혁신 페르소나를 부여받기에, 본인이 어느 정도를 임팩트를 낼 수 있었는지 좀 더 가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모든 아이디어를 실행하기엔, 현업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 스텝도 고민 중입니다. 혁신 활동을 위한 별도의 시간과 예산을 확보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 활성화 등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혁신은 ing 중입니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지치지 않는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