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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원 Jan 02. 2019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브로드컬리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을 인터뷰

타이틀이 시선강탈이다. 절반은 타이틀 때문에, 나머지 절반은 '인터뷰'라고 해서 냉큼 샀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안 읽는다고 하고, 출판 시장은 사양 산업으로 기울어져 간다고들 하는데 의외로 '책방'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개성 있는 작은 서점 붐이 일고 있다며 호들갑 떠는 기사들도 여럿 보인다.

나는 사실 책보다도 책방이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딱딱하게는 '소규모 서점'이라고 부를만한 그 공간들은 각각 주인의 취향이 분명히 드러나고,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기도 하며, 책이야 어찌 되었든 대체로 공간 자체가 주는 아늑한 감성이 있다. 그리고 아마 그 서점들을 알고, 찾아서 방문해본 사람들이라면 그 아늑한 공간 한켠에 앉아서 평화로이 책을 보고 노트북으로 무언가 두들기다가 책을 한두 권 계산해주고 있는 책방 주인의 삶을 상상해봤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겠지,
'한적하니 이런 공간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일하면 참 좋겠다.'
그리고 책방에서 나오면 다시 각자의 현실로 돌아온다.

인터뷰집은 그런 흔한, 책방 주인에 대한 낭만을 많이 덜어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계속 말한다. 노골적인 타이틀만 봐도 짐작할 수 있지만... 편집장의 말에서는 아예 이렇게 못 박아 두었을 정도.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잡지라는 매체의 역할이라면 불성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서는 모두 한 번쯤 궁금했겠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보기는 뭐했을 질문들을 던진다.

다시 한번 서점을 조명한다. 소규모 서점의 가치와 별개로, 살아남을 수 있겠냐 물었다. 어떻게 돈 벌고 있는지? 인건비는 나오는지? 인터넷 서점과 경쟁할 수 있을지? 폐업하는 서점을 바라보는 마음은? 본인의 경제적 안위에 대한 불안함은 없는지?


잡지에는 제목 그대로, 연 지 3년이 되지 않은 소규모 서점 6곳이 이 질문들에 대해 답한 내용이 담겨있다. 서점을 간단히 소개하고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다음, 서점 주인과 서점의 사진들을 주욱 보여주며 끝난다.


이후북스의 입고 기준

편집이 시원시원하고, 질문들은 꽤나 단도직입적이라 술술 읽힌다.
(잡지 주제에 15,000원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비싸다 뭐라 할 수도 있기는 하겠다.)
대체로 서점 운영의 실제적인 어려움을 알아보려는 질문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연 이유, 소규모 서점의 쓸모, 앞으로의 서점과 책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야기가 오간다.

분명 노골적으로 불안을 얘기해주는데, 모든 인터뷰가 끝나면 내가 책방을 차리면 어떨지 궁리해보게 되는 건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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