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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옌데 Feb 13. 2021

외국어를 배울 때 절대적으로 시간을 아끼는 방법

특히 이과 또는 내향성인 사람은 무조건 정독해야 할 글

  나는 언어 쪽에 전혀 재능 없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업으로 통번역과 외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나처럼 언어에 완전히 젬병인 사람이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를, 내가 직접 겪은 경험과 분석으로 축적한 노하우 함께 전수고자 한다.




  나는 열다섯 살이 되던 2000년도에 족들과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민을 갔다. 때는 바야흐로 전화선 모뎀으로 피씨통신을 하다가 초기 인터넷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국내에서르투갈어를 제대로 배울 회가 거의  때문에, 파울루 한인타운 사설학원에서 겨우 두어 달 정도의 짧은 기초 포어 수업만 받고는 곧바로 현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귀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없고,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다. 준비되지 않고 떠난 이민은 사춘기 소년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내가 언어 계통에 전혀 소질없다는 걸 예전부터 스스로 알고는 있었지만, 브라질에서 그 사실이 더욱 뼈저리게 가왔다. 런 나에게 치 위로라도 하듯이, 파울루 교민들  결같이 "3년 정도 지나면 귀가 열리고 입이 트인다"라고 을 모아 내게 말해주곤 했다.


  어린 마음에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3년만 버텨보기로 마음먹었다. 런데 3 동안 현지 학교를 다는데도 내 포어 실력은 하나도 지 않았다. 아마 나와 같은 반에 있던 몇몇 한국인 친구들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친구들 덕분에 외로움은 덜 했지만, 편으로는 현지인 친구들을 제대로 사귈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만 점점 더 불안해지고 조급다. 와 함께 이민 온 우리 누나는 어릴 때부터 언어에 소질이 있어서 그런지, 겨우 1년 만에 브라질 친구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빠르게 포어를 익혔다. 그에 비해 나는 무려 4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귀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었던 말들을 조금씩 하나둘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이제부터 금방 포어가 늘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언어 실력은 도무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를 않고 계속 답보 상태에머물렀다. 내가 언어 습득의 요령을 스스로 깨닫고 포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시작한 건 무려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누구나 해에 가면 3년 내로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린다는 말은 틀렸다. 로운 언어를 익히려면 적극적으로 언어를 접하고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를 일상에서 꾸준히 반복했어야 했는데, 어릴 때부터 매사에 소극적이고 내향적이었던 나는 순진하게도 3년만 지나면 자동으로 귀가 트이는 줄 알고서,  고도 귀한 시간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서 허비해버렸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통번역 활동하면서 포르투갈어 강사 일을 병행는 프리랜서가 되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외국어 습득 요령을 이민을 가기 전 가 알고 있었더라면, 려 10년 동안이나 어 문제로 생할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그런 노하우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다.


  지금 외국어를 배우고 있거나, 이제 배움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반드시 이 내용을 숙지하셔내가 겪었던 고생을 풀이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선, 국어익히기 위 최우선 과제 무엇일까? 주로 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대를 할 때 드시 필요한 말하 듣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모든 회화 초는 바로 어휘(vocabulary)에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타인에게 말로 의사전달을 할 때 어휘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최소한의 어휘 머릿속에 담겨있어야만 그 어휘와 비슷한 말소리를 귀로 인식해낼 수 있다.


  포르투갈어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 포어를 들려주면서 그걸 들리는 대로 한로 받아써보라고 해보면, 이를 쉽게 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국어 슨 말인지 따라 하기조차 어려운 외계어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우리의 뇌가 그 언어의 어휘집을 갖고 있지  특정 음성에 대응하는 자음과 모음으로 환시키기가 무척 어렵다.


  어의 뜻과 발음법 알고 있다면, 비록 문장 전체를 다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이미 알고 있는 특정 단어만은 상대적으로 쉽게 캐치해낼 수 있다. 뇌가 어떤 리를 접할 때, 신이 가진 어휘 사전에서 그 소리와 가장 비슷한 단어 자동으로 매칭 시키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고급 문법을 달달 외우고 청취 연습을 백날 해봤자, 기초적인 어휘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당신의 뇌는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낼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다. 반대로 어휘력이 풍부하다면, 문법을 잘 모르더라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수월해진다.


  문법을 무시하고 단어들을 단순 나열하며 말하는 방식은 언뜻 보기엔 어눌하고 무식해 보여서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기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의외로 일상에서 굉장히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케 해준다. 예를 들어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미군과 임금 협상을 할 때, 그는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언변을 전혀 구사하지 않았다. 오로지 짧고 명료하게  한 개의 단어만으로도 자신의 목적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전달했다. "사딸라!" 그보다 더 효율적인 의사전달 방법이 있을까.


아아... 김두한 그는 원조 네고왕...


  외국인 앞에서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워서 도저히 입을 못 열겠는가?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그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빠른 외국어 습득은 이미 물 건너갔다. 문법은 언어의 완성도를 높여 한층 더 고급지게 정리해주는 기술일 뿐이다. 당장 일상에서 기본적인 외국어 구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문법은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미뤄두어야 한다.


  례로, 포르투갈어 문법책을 처음 열어본 사람은 필경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질려버리고 말 것이다. 동사 하나가 주어와 시제에 따라 수십여 개의 형태로 변화하고, 남성과 여성, 중성으로 나뉘는 명사들과 그에 따라 함께 바뀌는 형용사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오는 관사, 부정관사, 부사, 전치사 등등... 을 보고 있노라면 이걸 언제 다 외우고 어떻게 써먹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별 생각없이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는 한국어의 문법이 사실은 포르투갈어 문법보다 훨씬 더 이도가 높다는 걸 아는가?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한 일다. 절대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많이 접하는 영어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모국어는 한국어이지, 영어가 아니다. 째서 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었는지 당최 알 수 없을 노릇이다.)


  오히려 조금 어눌하거나 더듬거리더라도 외국어로 소통하를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외국인이 당신의 부족한 외국어 실력을 깔보고 무시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격 수양이 부족한 탓이지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인생에서 한 번 지나치고 말 사람인데 그 앞에서 잠시 쪽팔리다는 이유로 문법부터 마스터한 뒤에 대화를 시도해보겠다고 마음먹는 건, 외국어 습득을 몇 년씩 지체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 바로 내가 그랬다. 그래서 간단한 말 한마디를 알아듣는데 무려 4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누구나 외국어를 구사할 때 특정 단어가 머릿속에 제때 떠오르지 않아서 "어... 음..." 하며 시간을 끌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언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므로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건, 다른 말로  적절한 어휘를 빠르게 머릿속에 떠올려서 문장의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어휘력은 평소에 독서 또는 대화를 얼마나 즐기는지와 정비례한다. 모국어를 잘하 사람이 기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센스가 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울 때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익힌다.


  일 회화에서 전혀 막힘없이 술술 대화를 하려면 적어도 몇 개의 어휘를 알고 있어야 할까?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최소 500개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500개의 단어를 무턱대고 외운다고 갑자기 외국어가 유창해지지는 않는다. 그 많은 단어들이 단기간에 체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체화'란 어떤 단어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뇌로 생각하기도 전에 입으로 튀어나올 정도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로운 어휘를 익려고 단어장을 사서 통째로 달달 외우는 방법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그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그 방법만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단어장 암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욱여넣듯 외운 단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잊혀 버려서 필요할 때 즉시 생각나지 않다.


  단어장이 필요할 때는 따로 있다. 토익시험 준비처럼 단기간 내에 많은 어휘를 다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휘발되어 사라져도 상관없을 때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 그건 정말 최악의 효율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행위다.




  어는 생활이자 습관이므로, 익숙함 생명이다.


  심은, 특정 단어가 필요할 때 2초 내로 자동적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 일상에서 많이 쓸한 단어와 짧은 문장 위주로 10개 이내의 단어나 문장을 하루에 1~2회 열흘 정도 매일 반복해서 보고 소리내서 읽다 보면, 이중 어떤 단어라도 2초 내로 금방 떠올릴 수 있도록 충분히 익숙해다.


   단어나 문장을 외국인과의 화에 제로 직접 사용해보고 나면, 바로 그 대화를 나누었던 장소와 상황이 강한 경험으로 뇌리에 박혀서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각의 문장 또는 단어들과 연관된 다른 단어들을 조금 찾아보면서, 어휘력을 일, 매주, 매달 꾸준히 늘려가는 방식으로 시작야 한다.


  데이터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어휘들이 언어별로 라인에 정리되어 있다. 그 단어들을 참고해서 나만의 어휘 사전을 뇌 속에 차근차근 만들어가 된다. 그렇게 어휘력이 차츰 늘어서 그때그때 필요한 단어들을 빠르게 떠올릴 수 있게 되면,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외출을 한다거나 마트에서 혼자 장을  수 있게 된다. 슬슬 자신감이 기 시작는 시점이다.


  만일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없다면, 혼잣말로라도 이런저런 머릿속의 생각들을 냥 아무렇게나 외국어로 중얼거려 보라.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입 열지 그냥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별별 생각들을 전부 외국어로 작문해보는 버릇을 들이는 방법도 다. 예를 들면 '아, 지금 너무 피곤하고 졸리다. 얼른 집에 가서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어.' 이런 식의 혼잣말들을 간단한 어휘들을 사용해서 문법에 신경 쓰지 말고 아무렇게나 내키는대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소통을 반복하며 그들의 발음이나 문장을 계속 접하다 보면, 젠가 문득 휘만 나열하는 설픈 문장 감이 느껴지 때 찾아온다. 외국인들이 하는 들은 내가 구사하는 허술한 문장과 달리 발음이나 문법 등에서 '어떤 특정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걸, 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만간 스스로 낄 수 있다. 로 그 시점이 문법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이다.


  문법책을 펼치 여태껏 자신이 어떤 부분을 틀리게 하고 있었는지, 떻게 말하는게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그제서야 로소 이 복잡하고 다양한 문법언제 어떻게 쓰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화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뒤에 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외국인들과 화를 나눌 수 있고, 새로운 어휘와 문법과 표현을 하나씩 익혀갈수록 더 길고 완벽 장을 구사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이제 자연스럽게 TV 방송이나 영화, 팟캐스트, 책 등의 다양한 매체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직접 외국어로 글을 읽거나 쓰는 과정에서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걸 체감한다. 그러면 이 중급 수준을 넘어 한층 더 완벽하고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회화를 섭렵할 준비가 된다. 처음에는 한두 단어로 시작된 어휘력이 이쯤 되면 수천, 수만 개로 셀 수 없이 늘어나 있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만 사실 그보다도 얼마나 그 언어를 자주, 많이 접하느냐가 중요하다.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 매일 강제로 외국어를 접하는 환경에 놓일 때와, 일주일에 두 시간씩 수업만 접할 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에 직접 가서 살아보는 경험이나 유학이 많은 도움이 되는 이유다.


  렇지만 해외 유학을 가더라도 어학원 수업시간 이외에는 혼자 방 안에만 틀어박혀있거나, 한인타운에서 한국인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지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외국에 한 번도 못 가본 순수 국내파 학생이 현지 어학연수를 몇 년씩 다녀온 사람보다도 외국어를 더 잘하는 경우 종종 있다.


  외국어 습득에는 왕도가 없지만, 최소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이론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은, 외국어를 못 하는 걸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외국어와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다.


  1. 많이 듣고, 2. 많이 생각하고, 3. 많이 말해라. 딱 그만큼만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된다.




  외국어는 절실함 없이는 절대로 빨리 늘지 않는다. 아직 자의식이 발달되기 전인 미취학 아동이라면 몰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짜로 습득되는 쉬운 언어는 없다.


  하지만 노오오오력과 절실함보다도 더 중요한 건 실전이다. 답답문법책 백날 들여다보고, 지로 지루한 라인 강의를 듣고, 힘들게 단어장을 달달 외우기보다도, 그냥 외국인과 간단하고 시답잖은 대화를 직접 나누는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는 걸 얼른 깨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일상에서 버릇처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가 포어를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당신이 외국에 나가 있거나 외국인이 많은 곳에 찾아갈 수 있다면,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늘 당장 국인에게 말을 건네보자. 지하철이나, 학원이나, 바에서 마주치는 옆자리 외국인과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단어들을 던져가며  대화를 시도해보자. 실패한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내일은 다른 외국인에게 시도해보자.  안 되면 평소에 혼잣말이라도 외국어로 꾸준히 해보자. 상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각종 흔한 생각들을 꾸준히 외국어로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내가 용기를 낸 만큼, 시도를 한 만큼만 진짜 내 실력이 되어 돌아온다.


  결국 인생은 실전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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