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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필오 육아

후기이유식은 시판이다!

시판이 더 맛있을 거야! 하하하하

by 필오

근황

은비가 태어난 지 300일이 되었고, 10개월에 진입하게 되었다.

신생아 때 들었던 '참 순한 아기' 타이틀은 벗어던지고 '외향적인 아기'타이틀을 얻었다. 하루에 2시간뿐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생활한다. 같은 반 친구에게 반갑다고 소리를 지르고, 선생님께는 발과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둘 중에 누구를 닮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인것 같기도, 남편인 것 같기도) 참 이쁘게, 잘 성장하고 있구나 싶다.


육아에서 워라밸 찾기

최근 릴스에서 랄랄이 육아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정말 디질것 같이 힘들다'라고 말한 영상을 보았다. 난 원래 휴직을 하며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렸던 회사생활을 잠시 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우습다 ㅎㅎ 경제적인 여유가 되어 시터를 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쉼은 갖기가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정말 디질 것 같다.

임신기간도 쉽지 않았지만 육아는 여러 능력이 필요로 하는 정말 복합적인 노동타입이다. 아기 케어를 위한 기획능력, 모니터링 능력, 어떤 상황인지 빠른 상황판단력, 순간 대처능력, 밤잠을 줄여야하는 노동까지... 생각하면 더 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많다! ㅎㅎ 저번글에서도 작성했지만 제일 에너지가 많이 드는 능력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발견하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회사-집, 종종 자기계발 시간으로 가득 찼던 하루의 일과에 '육아'라는, 하루의 80% 이상의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스케줄이 비집고 들어오니, 시간을 쪼개서 쓰지 않는 이상 그동안 해왔던 몇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더군다나 평소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이 아니였기에 체력도 잘 따라와주지 못했다.


이런 현실이 아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겼다..

드루와 드루와.. 다 뿌셔뿌셔. 끝까지 가보자. 마인드가 점점 생겨난다.

이 세상 엄마들이 다 해냈는데 나는 못해내겠는가!


현실적으로 설계하기

패기는 넘치지만 실질적으로 액션 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세밀하게, 전략적으로, 그리고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대체해야 한다. 그래서 신생아 시절부터 6개월까지는 매일매일 타임트래커로 하루단위 주중단위 한 달 단위로 회고를 하고, 감사일기를 작성하고, 분기별로 개인 OKR도 작성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많은 것을 하고싶었지만 다할 수 없었기에 정신과 체력을 건강하게해주는 운동을 1순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끌려다니지 않기위한 회고시간을 2순위로 두어 꼭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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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시간이 줄어든 것은 6개월부터 인듯하다. 이유식이 시작되어 육퇴 후 시간을 거의 이유식 제조에 소비하게 되었고, 어린이집 등원 이후 아기가 심하게 아파 케어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기도 했다.

심신이 지치니 점점 책꽂이에서 다이어리를 빼내서 펼치기까지의 동기가 사라졌고 운동도 하지 못했다.

한두달만에 패기는 사그라지고 개인시간은 한동안 갖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일어서자!

육아 초반에 구매했던 이모티콘이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

이상하게 이 이모티콘이 뇌리에 박혀있다. 변명으로 삼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내가 지치고 힘들면 아기에게 본의 아니게 거칠게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지치고 아기에게도 좋지 못한 상황이 되기에 문제점을 좀 더 들여다보고 해결해보려고 한다.


문제 찾기

6개월 이후에 갖기 힘든 개인 시간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간을 제일 잡아먹고, 정신없음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했을 때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유식 준비. 아기가 아픈 것.

중기이유식을 시작하고, 한번 심하게 아픈 이후로 먹성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유식용 큐브들이 빠르게 소진되었다. 보통은 1주일에 한 번씩 큐브공장이 돌아가는데, 중기시작 이후에는 거의 2일이나 3일에 한 번씩 대용량으로 큐브를 만들어야 했다.

잘 먹어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만드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점점 체력적 한계가 오고 육퇴 이후에도 아기를 위한 시간으로(이유식 제조시간) 다 소비하다 보니 개인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사이드이팩트

개인 시간이 줄어드니 유일하게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로 보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조금 우울해진 듯했다. 물론 휴가나 휴게시간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휴가시간보다는 개인을 위한 시간이었다.

타임트래커 기준으로 보자면 신체적인 활동만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 멘탈관리, 지적인 활동이 목마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 짜투리 시간이 있었지만, 육아처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기 계발은 더더욱 손이 가지 않았다. (익숙한 것만 하려는 습성)


최근들어서는 후기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2끼가 아닌 3끼가 되었다. 큐브 소진 텀이 더더욱 짧아졌고 안 좋은 생활습관들이 더 악순환을 달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 과소비로 풀기도 하니 살도찌고 자산관리도 거의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상황이 나를 정신차리라고 해주기 시작했다. 주변 아기엄마들이 점점 복직하는 모습을 보고 복직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니 반년밖에 남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게되었다. 사실 4월 말 5월 초부터 복직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여러 이슈와 시간이 없는 것, 체력이 떨어지는 이슈로 action이 늦어져 벌써 한 달이 흘러버렸다.

이제 5개월이 남았다. 정신차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해결 방향

개인시간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회복을 목적으로, 이유식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시판으로 쓰기로 결심 했다. 아기에게 미안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ㅎㅎ 변명을 한 것일 수 있지만.. 직접 만들다보니 메뉴도 동일하게 되기도 하고, 여차저차 시판도 잘 나오는 상황이니 도전해보려고 한다.


아기가 아픈건 어쩔수 없다고 본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9개월아프고 안보내면 6개월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아플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무리일듯 싶었다. 대신 아기가 아파도 당황하지않고 잘 대처해야할 듯 하다.


어린이집 시간을 서서히 늘려 6월에는 4시간까지 늘려보려고한다. 그렇게되면 아침시간 확보, 육퇴후에도 시간이 확보되어 최대 8시간까지 확보될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마무리

육아는 앞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누구는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10년 남았다! 지금도 쉽지 않지만 이렇게 문제발생, 해결의 반복, 체력을 더 기르는 것. 3박자가 점점 익숙해지면 앞으로의 더 높은 육아 난이도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의 개인 장기 OKR'나 자신을 잃지 않기. 나를 그대로 챙기기'이다.

친정엄마는 '유난이다, 옛날에는 아기엄마가 이렇게 개인시간을 가지면서 아기 키우지 않았다 등등.. '이런 얘기를 가끔 하곤 한다. (배부른 소리니 너무 징징거리지 말라는 의미로ㅎㅎ)


배부른 김에 더 배불러보려고 한다.

아기가 성인이 되어 떠나는 그날 지금의 나와 그대로이길 바라면서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챙기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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