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기엔 그냥 대애충 느낀 점
너무 오래 브런치에(어느 곳에도) 글을 안 쓰고 있어서 짧게라도 써보기..
딱 작년 이맘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진지하게 지금 하고 있는 거까지만 마무리하고 퇴사한다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안 하길 잘 한 것 같다.
정규직 입사한 지는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쪼무래기이지만, 일하면서 느낀 바를 대충이라도 정리해두려 한다.
개발자와의 소통, 디자이너와의 소통, 내가 반영할 프로덕트를 실제 운영할 운영자와의 소통 등, 내 프로덕의 변화로 영향을 받는 모오오든 엮인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일이 참 중요하고 어렵다.
개발자와의 소통에서는 일단 정말로 모르겠는 말(개발용어)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문장을 잘 이해하기 어렵게 쓴 경우도 있다. 근데 어쨌든 질문을 할 수 있게 말하는 개발자면 그래도 소통하기가 쉬운데, 질문을 차단하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는 소통이 어렵다. 예를 들면, 아래 경우는 모르는 개발용어도 있었고, 문장도 단번에 읽히지는 않지만 소통은 됐다.
(토스트 팝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슈에 대해 나눈 메시지)
개발자 : 이게 뒤로가기 때문에 발생하는건데, 뒤로가기 했을 때 저 팝업을 없애려면 화면 상단으로 이동하는 이슈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유가 화면 그리면서 실행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는데 해당 이벤트에서 기능을 구현하게 되면 bfCache라고 뒤로가기 했을 때 이전에 페이지 이동한 영역에 남아있게 되는 캐시가 동작을 안해서 상단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상단으로 가는 것보다는 현상유지가 나을 것 같아요.
나 : 기존 이슈 고치려다보니까, 뒤로가기 했을 때 남아있는 캐시(bfCache)가 동작을 안해서 토스트 팝업이 상단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보다는 현상유지가 나을 것 같다는 말씀이신거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주시고, 방법이 없거나 공수가 너무 많이 들면 그때 다시 논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어쨌든 앞뒤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특정 개발용어를 몰라도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개발용어는 사실 구글링 해보고, GPT 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라 오히려 간단하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면 소통하기가 너무 어렵다^_ㅠ
(묶음상품에 넛징 요소 추가할 때 나눈 메시지)
개발자 : 이거 구성상품 전체 다 긁는 쿼리 해야 하는데 이거 못해요~
나 : (뭐..뭐가 문제라는거지..??)
개발자가 저런 식의 반응일 때 '헉 내가 뭔가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요청을 한건가!?ㅠㅠ' 라는 생각을 하는 때도 있었지만ㅋㅋ 이제는 걍 스무고개 함...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이 많다.
연관 있는 다른 일정이 지연되거나
미처 몰랐던 체크해야 할 사항이 나타나거나
내 예상보다 스콥이 크거나(A개발자를 통해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게, 다른 도메인의 개발자 B, C 거쳐서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인 경우..)
그 외 보안이슈, 이상한 버그, 시스템상 이슈 등등...
사용자 입장이었을 때는 아니 무슨 이런 것도 안되어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간단한 게 실제로 구현되기까지 정말 많은 단계와 자잘한 장애물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회사만 그런 걸 수도...)
가끔 '이거 기업에서 이익 취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시스템 해놓은 거 아니에요!?라는 고객의 소리가 들어오는데,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함ㅎ) 그냥 구현이 정말 어렵거나, 지금 당장 고치기에 우선순위가 낮거나, 미처 몰랐던 부분이거나 이미 열심히 고치고 있는 중이거나.. 그렇다..ㅎ
위 예시에 나왔던 개발자처럼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안된다~ 했을 때, 개발자가 안된다네요~~ 하면 당연히 안되고, 왜 안 되는데요? 지난번에 비슷한 작업 있었는데 이땐 이랬는데 지금은 왜?? 구체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는데요~~~???라고 질문충이 되어야 한다. 난 처음에 이게 좀 어려웠다. 나보다 훨씬 연차 많은 전문가가 안된다고 하는 거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질문하기가 뭔가 상대를 귀찮게 하는 거 같고 민폐인 것 같고... 근데 그런 거 없음 질문해야 됨.
그리고 장애물을 넘기 위해 협업을 요청하는 것도 필수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어떻게 이슈라이징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하고, 모르면 배워야 한다.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갑작스럽게 업무가 들이닥치거나,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등등 여러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했을 때,
초반의 나는 '원래 이런 건가..?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원래 이렇게 힘드나~~~??ㅠㅠㅠ' 이런 류의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주로 일 효율이 안 나고 노가다 하는 느낌일 때) 하등 무의미한 질문이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엔 뭐가 있을까?로 넘어가는 게 낫다.
그 외에 일의 프로세스를 익히고, 일을 리딩하는 것도... 어렵지만 하면서 배우는 중...
22년, 특히 상반기 생각하면 너무 고된 하루하루였는데 (심리적으로 더 그랬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23년 상반기가 점점 끝나가는데, 지금 하는 일들도 좀 잘 기록해 두고 잘 관찰해 가야겠다.
작년엔 일하면서도 개인적인 기록을 많이 했었는데, 요새는 글을 너무 안 쓴다.
남은 상반기 글도 좀 자주 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