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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태 Jun 28. 2016

돈, 돈, 돈 (상)

오늘날 금융의 민낯

빨간색 스포츠카에 선글라스낀 그 남자, 듬직한 어깨너머로 주차권을 입에 물고 구리빛으로 그을러진 단단한 팔뚝은 조수석 머리를 강하게 부여잡고 한손으로 주차구역에 네모반듯 한큐에 정확히 차를 후진으로 꽂아놓고 사뿐히 차에서 내리는 20대 청년....


그는 마포 갈비 발렛파킹 3년차 김씨 청년이다. 드라마속 재벌3세가 아닌 다음에야 스포츠카의 역설은 젊음의 열정과 섹시함이 사그러드는 인생의 후반기에나 탈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일듯 하다. 마음만은 늘 20대지만 언제부턴가 몸에서 과분비되는 여성호르몬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게 되는 백발 노인이 되고나니 소실적 불태우던 아드레날린을 회상하며 스포츠카를 질러버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은 몸을 사리게 되는 수많은 이유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은 돈과 사회적 지위, 가족등 위험하게 굴다가는 잃을게 많을수록 RPM은 낮아질수 밖에 없고, 타이어가 찢어질듯 달려야 하는 야생마는 이내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솟는 붕붕이'로 전락할수 밖에 없다. 당췌 엉덩이 깔고 앉는 자리는 두개뿐인 스뽀오츠카의 옆좌석은 젊고 이쁜 아가씨의 자리일 테지만, 지금 옆에 앉은 할망구의 주름을 보니, 고생만 하고 진즉에 이런차에 태워주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돈도 결혼도 결국은 타이밍이다.

금융의 본연의 역할은 지출의 타이밍을 조절해주는 것이다. 사람이 배워야할 나이에 공부를 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이 있듯, 꽃같은 나이에는 죽어도 스포츠카를 타면서 젊음을 불태워야 하는 청년을 위해  금융상품 (리스, 할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사람중에는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나서 절제있게 사고 싶은 것을 사는 보수적 사람도 있고 그들의 눈에는 빚을 내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삶은 흡사 배짱이처럼 위험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쓰고 천천히 돈을 벌어서 갚도록 한 것은 금융의 기능이고 이러한 투자와 소비활동을 적절히 조절시켜주는 순기능은 수백년간 번성해온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었다. 작게는 신용카드에서 크게는 부동산을 담보로 우리는 돈의 타이밍을 맞추금융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빚을 진다는 것은 '채주의 종'이 된다는 표현이 있을만큼 무시무시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신용사회라고 불리우는 현대에 신용이란 것은 중세시대의 계급이나 신분의 현대적 의미로 해석될수 있을만큼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삶을 조정하기까지 한다.

제자를 감금하여 근육이 괴사할때까지 폭행하고 만행을 벌인 '인분교수'가 피해자를 도망못가게 옭아맨것은 굵은 쇠사슬이 아닌 1억3천만원 짜리 공증각서 (빚)였다.

 



필자는 최근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알바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로비를 펼친적이 있다 (사실 그래봐야 초코렛 하나줬지만..) 품절이라고는 하지만 단골들을 위해 의례히 창고에 몇봉지 쟁겨둔 과자를 꺼내달라고 하기위해 지성인의 존엄(?)을 팔아 넘기긴 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비집고 득템한 허니버터칩,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입안에서 달짝지근 녹아드는 그 맛은 잊을수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 1500원짜리 허니버터칩은 어둠의 통로를 통해 한봉지에 7000원 이상에 팔리기도 했는데 무슨 해외 밀수품도 아닌데, 음성적으로 유통이 되기도 했던 매우 독특한 과자였다. 그런데 정식으로 유통되는 1500원짜리 허니버터칩을 내옆에 있는 누군가는 단지 500원에 사가거나 날더러 5000원에 사가라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좀전의 스포츠카를 붕붕이로 타고다니는 백발 노인마저 아드레날린이 폭발하여 노발대발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쯤은 알지만, 그래도 공산품은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에 제공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거 같다. 동네 슈퍼와 이마트의 가격이 다를수는 있지만, 적어도 같은 가게에 들어온 고객에게 우리는 남녀노소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가격을 차별하지는 않는다 (나는 올레멤버쉽으로 GS25에서 늘 할인받는데.. 라는 분은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필자의 얘기를 마저 들어주시라)


그런데,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로 재화가 유통되면서 똑같은 상품에 대해 누가 사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게 가격을 차별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금융이다. 금융은 너무나 거대한 국가권력과 같은 무게감이 있어서 그 본연의 비지니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일이 잘 없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현재 2.5~3.5%수준인데 반해 카드론 대출금리는 20%가 넘어가고, 대부업체 금리는 한때 50%를 훌쩍 넘어가기도 했는데 돈이라고 하는 재화를  금융상품으로 유통시키면서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이 10배씩 차이가 나더라도, 우리는 늘 당연하게 여기곤 한다.



예를들어, 미생의 장그래씨와 최전무님이 2000만원짜리 쏘나타를 빌려탄다고 생각을 해보자. 요즘 신동엽 부장이 열심히 광고하고 있는 차량 렌탈가격은 월 45만원 정도이다. 장그래 (저신용)씨나 최전무(고신용)님 모두 가격은 같다. 그런데 이 2000만원을 현물(쏘나타)이 아닌 현금으로 빌린다면 어떻게 될까? 최전무는 강남아파트를 담보로 잡히고 월 이자는 5만원만 내면 되지만 담보가 없는 장그래씨는 카드론으로 이자를 월 40만원씩 내야한다. 한국은행에서 똑같이 찍어낸 돈을 가지고 누구한테는 5만원에 빌려주고 누구한테는 40만원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다음달로 넘어가는 통행료 (이자)는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통행료를 지불한다.


왜 사람을 차별하냐고 물어본다면 장그래씨에게 돈 빌려줬다가는 돈 떼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지당한 얘기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자가 디폴트 (원리금 상환을 못하는 경우) 났을때, 원금을 떼이는게 가장 큰 리스크이다. 원금손실이 생겨 은행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은행이 망하게 되고 은행이 굴러갈수 있도록 돈을 맡겼던 예금자들도 돈을 다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1인당 5000만원까지는 보호됨). 은행의 신뢰는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빼가게 되고 (뱅크런)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는 자산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은행은 돈을 안빌려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돈이 필요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려는 곳은 많아지고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려는 곳이 적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보통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수 있는 것이 "가격"이다. 즉, 이상적으로는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으면 돈값이 비싸지고 수요가 적으면 돈값이 싸지기 때문에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뱅킹 또는 금융의 현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일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됐든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됐든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인 손해나 이익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공정한 FAIR 게임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지난 40년간 폭주해온 한국 경제가 2016년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기준금리 1.25%의 금융 현실에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못했기 때문에 이해할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많은 것들을 원점에서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기도 하다. 


'돈값 (이자)'에 대해 조금 더 깊은 내용은 다음편에서 나눠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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