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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Nov 13. 2022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로 이 책


1. 


이 책의 저자는 스위스에서 나고 자라 사회/경제적으로 나름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었어요. 20대의 어린 나이에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 됐을 정도였다고 해요. 연공서열과 장유유서 문화로 똘똘 뭉친 기업에 둘러싸인 저로서는 "우와 그게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좀 멋진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사회적 성취를 모두 내려놓고 승려가 되기로 합니다. 


갑자기?!라는 생각이 좀 드는데. 원래 빠르게 성공하면 그런 생각이 드는지 일단 그렇습니다. 그것도 그냥 승려가 아니라, 태국에 있는 숲 속 사원이라는 곳으로 가죠. 


이 숲 속 사원이라는 곳이 좀 특별한 곳인데요. 이른바 수도생활을 엄청 빡세게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무언가를 요구해서도 안되고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며 1일 1식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사찰보다는 좀 더 보수적이고 엄격한 곳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다 내려놓고 그런 곳으로 떠나다니, 제 눈에는 흡사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서사의 주인공 같아 보였죠.. 모든 것에 허무를 느낀 히어로가 모든 걸 뒤로한 채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말이죠. 그리고 수도생활을 통해 마침내 득도하고 반짝이는 지혜를 얻어 어쩐지 인류를 구할 것 같은 영웅 대서사시 같아요. 바로 그 점이 흥미로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진짜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부분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입니다. 





2. 


저자는 그렇게 다 내려놓고 머나먼 태국의 산속으로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사원 생활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졸기 일쑤였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또 다른 수도승들이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종일 구시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꼭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있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뿐만 아니라, 사원의 다른 승려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고 더 통쾌했던 것 같아요. 그 숲 속 사원이 어떤 곳인가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 속세에 있는 우리들처럼 갈등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불평불만이 넘쳐서 숲 속 사원 '블라인드'가 있다면 매일 핫 글이 갱신될 것도 같아요. 


그런데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어요! 이렇게 맘에 맞지 않는 이들과 함께 사는 건 수도생활의 부수적인 부분이 아니라 도리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죠. 


타인이 내뜻대로 되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마음. 


그런 것까지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불경을 외거나 명상을 하는 것보다 덜 중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살면서 타인으로 인한 괴로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는데요. 실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넉넉하게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우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그토록 종교를 찾고,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바로 이 점 하나만 배워도 이 책에서 말하는 커다란 가르침 하나는 얻어 가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의 관전 포인트 두 번째 부분이었습니다. 



3. 


마침내 저자는 태국 '숲속사원'에서 7년 이상, 그리고 유럽의 '숲속사원'에서 7년 이상 머무르다. 20여 년 만에 환속을 하게 됩니다. 다시 스위스로 돌아와 생활인으로서 삶을 시작한 것이죠. 건강이 악화된 영향도 있는데요. 저자는 이른바 루게릭병 판정을 받아요. 1~5년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죠. 좀 갑작스럽긴 한데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저자도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당황해요. 방황하기도 하고요. 


그는 그동안의 숲속사원 생활이 무색하리 만치 흔들립니다. 


우울증에 걸리고요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잘 수가 없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으며 1년 넘게 집안에만 틀어박혀 좌절합니다. 저는 이 모습이 참 인간적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20여 년간 숲속에서 명상하며 자신을 연마한 사람이 이렇게 흔들릴 수 있나 싶었죠. 


그는 뭔가 최소한 평범하고 찌질한 제 모습과는 다르길 바랐거든요. 


그 정도 수행했으면, 그 정도 마음공부를 했으면 죽음 앞에 의연해질 수 있길 바랐거든요. 그런데 사원에 있을 때만 평안하고 현실 사회에서 평안에 이르지 못한다면 과연 그동안 20여 년간의 노력은 뭐란 말이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의아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해서 속도를 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이렇게 좌절만 한다면 정말 실망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그는 1년 반 정도만에 다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가르치고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게 되죠. 그러면서 조금을 본인을 추스르고 마침내 용기 있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 힘을 주면서 본인도 용기를 얻더라고요. 


그 점이 뭔가 평범한 우리의 모습 같아서 저는 더 공감되고 더 좋았습니다. 이 책의 세 번째 관전 포인트입니다. 



4. 


결국, 그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재에 충실하자입니다. 명상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다 아실 텐데요. 


요동치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눈앞의 호흡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를 요동치게 만든 건, 내 부족한 과거 때문이기도 하고요. 다가오는 불안한 미래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현재를 직시하지 못해요. 


그런데 실은 그렇게 놓쳐 버리는 현재에 정말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인생이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죠. 바로 그런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를 배우기 위해, 숲속사원에서는 무언가를 계획하기보다는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얻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삶을 통해 체득하는 것과의 거리는 상당할 텐데요. 그래서 숲속사원에서는 돈도 벌지 안혹,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못하게 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연습을 합니다. 


어쨌든 결국 그런 삶의 태도가 저자의 생의 마지막 부분을 강건하게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저는 정말로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죽음을 기억하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하고 생각하고 준비하지만, 실은 우리 삶은 유한하니까요. 


모두들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 죽음이라는 건 우리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시점에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저자처럼 말이에요. 어느 날 그 시점이 문득 우리 앞에 찾아오더라도. 볕 좋은 날 소풍 가듯 가볍게 걸어가기 위해서는 유한한 생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책의 제목보다 에필로그의 소제목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죽음 앞에서 우린 과연 이 말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책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였습니다. 





* 글쓴이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이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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